2018년 1월, VC 심사역과 끔찍했던 첫 미팅을 마친 이후
나는 그해 상반기까지는 정부지원사업에 집중했다.
첫 미팅 후 더 이상의 후속 미팅이 잡히지 않기도 했고,
VC를 찾는 것은 1년 내내 할 수 있지만 정부지원사업의 경우
이때를 놓치면 그해에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정부지원사업은 여러 가지 유형의 지원이 있지만,
보통 직접 지원금을 주는 지원사업은 매해 1분기 또는 상반기에 집중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때는 정부지원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지원사업에 선정되면 지원금을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운영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에게는 가뭄 속의 단비가 될 수 있다.
다만 정부지원사업에 선정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미리 준비를 잘 해야 한다.
나의 경우 게임산업을 지원하는 한국콘텐츠진흥원 사업과 모든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창업진흥원 사업,
그리고 서울 소재 기업들을 지원하는 서울산업진흥원의 지원 사업들 등 신청 가능한 모든 지원사업에
신청했다.
나는 그해 창업진흥원 지원 사업 중 하나인 스마트벤처캠퍼스와
서울 소재 게임 기업을 지원하는 서울게임콘텐츠제작지원사업에 선정되었다.
두 사업의 지원금을 합치면 약 1억 6천만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2018년 상반기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정부지원사업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낸 나는 하반기부터는 투자 유치를 위한 활동을 재개하게 됐다.
그때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약 4개월에 걸쳐 투자 유치에 대한 교육을 시켜주고
VC 심사역들을 한 자리에 모아 투자 제안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2018 콘텐츠기업 IR 교육 및 멘토링 운영 사업'(Knock)이란 지원사업에 참가 신청을 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매해 'Knock'이란 이름으로 투자 유치가 필요한 콘텐츠 분야 기업들을 선발하여
일정 기간 동안 교육을 시킨 후 데모데이를 열어 기업과 VC를 연결해주는 사업을 개최하고 있다.
이 사업은 내게 있어 너무나 안성맞춤인 사업이었다.
당시 나는 투자 유치에 대한 이해가 깊지 못했고 VC와 접촉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투자 유치 과정에 대한 교육을 시켜주는 데다가
멘토링 과정에서 여러 VC 심사역을 만나 상담할 수 있고,
최종적으로는 데모데이를 열어 다수의 VC 심사역이 모인 자리에서
투자 제안을 할 기회를 만들어주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 지원사업을 통해 투자 유치 과정에 대한 기본 틀을 배울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2번의 투자 유치에 성공할 수 있었다.
따라서 투자 유치에 도전하고 있는 콘텐츠 기업이라면 이 지원사업에 꼭 참가하라고 권해주고 싶다.
콘텐츠 기업이 아니더라도 이런 유형의 지원사업은 다른 여러 기관들에서도 진행하고 있으니
자신에게 맞는 투자 유치 지원 사업이 있다면 꼭 참가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 지원사업의 하이라이트는 '데모데이'에 있다.
나는 이 지원사업을 통해 처음으로 데모데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데모데이는 본래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프로그램 이름이었는데,
지금은 스타트업이 개발한 데모 제품, 사업 모델 등을 투자자에게 공개하는 행사를
지칭하는 대명사가 되었다.
일반적으로 투자자와 투자를 유치하고자 하는 기업들을 특정한 장소에 불러모은 후
투자 유치 기업에게 약 10분에서 20분 정도의 발표 시간을 제공하는 행사다.
투자 유치 활동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데모데이에 참가할 일들이 생길 것이다.
나의 첫 데모데이는 2019년 1월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진행했다.
많은 데모데이가 진행되지만 100여 명의 투자자들을 불러모아놓고
호텔에서 성대하게 진행하는 데모데이는 흔치 않다.
이날의 데모데이는 여성 아나운서가 사회를 보고
발표자가 등장할 때 BGM까지 깔아주면서 한 편의 TV쇼처럼 진행한 데모데이였다.
마치 이 순간만큼은 신제품을 발표하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나는 이후에도 여러 데모데이에 참가했지만 이렇게 성대하게 진행한 데모데이는 보지 못했다.
처음 경험하는 데모데이가 너무나 성대하게 진행되는 바람에 이후의 데모데이에서는
이때 느꼈던 긴장이나 흥분을 경험하지 못했던 것 같다.
데모데이 중에는 심사를 해서 상금을 수여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날의 데모데이는 공개적으로 순위를 매기지는 않지만
참가기업 중 8개 기업만을 선별해서 상금 대신
산업은행에서 개최하는 KDB넥스트라운드라는
행사에 참가할 수 있는 특전을 제공하는 행사였다.
나는 이날 데모데이에서 8개의 우수기업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이 행사는 순위를 공개하지는 않지만 내부자를 통해
내가 이날 1위를 기록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기도 했다.
그동안 투자 유치 교육도 열심히 들었고 이날 발표도 잘했으니
나는 이날 이후 드라마틱한 전개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다.
이 행사를 마친 후 며칠 지나지 않아
2군데 VC로부터 IR 자료를 보내 달라는 메일을 받았다.
투자 유치 활동을 하면서 VC가 먼저 관심을 보이고
메일을 보내온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기존에 만들어 놓은 IR 자료를 좀 더 보강해서 정성스럽게 답장했다.
그리고 회신을 기다렸지만 끝내 답장은 오지 않았다.
나뿐만 아니라 그날 데모데이에서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기업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그때 나는 조금 충격을 먹었던 것 같다.
투자를 유치하지는 못하더라도 이전보다는 좀 더 진전된 상황이 생길 것이라고 기대했다.
가령 VC를 방문하여 정식으로 IR을 진행하는 것 말이다.
100여 명의 투자자 앞에서 IR 피칭을 했고 잘했지만
내게 그나마 관심을 가지고 메일을 보내온 곳은 고작 2군데 VC뿐이었고,
IR 자료를 전달한 이후에는 답장조차 없었다.
데모데이가 처음인데다가 워낙 성대하게 진행됐다 보니,
나는 여기서 멋지게 발표를 하면 투자를 받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건 착각에 불과했다.
이후에도 여러 데모데이에 참가했지만 상황은 비슷했다.
그래서 나는 "데모데이가 특별히 투자 유치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나 이때는 알지 못했다.
이 첫 데모데이가 도화선이 되어 첫 투자 유치로 이어질 줄은...
데모데이는 그저 다수의 투자자 앞에서 발표할 기회를 얻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모데이는 이점이 있다.
일단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VC를 직접 방문해서
해당 VC의 모든 심사역들 앞에서 IR을 해야 한다.
IR은 기업이 VC에게 정식으로 투자 제안을 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핵심 이벤트이며, 보통 단 한 번으로 끝난다.
이후에 진행되는, 투심에서 투자 유치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데,
기업은 이 과정에 관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데모데이는 IR을 대비한 트레이닝이란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된다.
또 한 가지는 일일이 한 명 한 명 만나 투자 제안을 하지 않고
한 번에 다수의 투자자들에게 투자 제안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데모데이 중에는 상금이 걸린 데모데이들도 있다.
이런 데모데이는 IR을 대비한 연습도 하면서 순위에 들면
상금도 수령할 수 있기 때문에 분명한 이점이 있다.
내가 참가한 데모데이 중에는 1위를 하면 5천만 원의 상금이 걸린 데모데이도 있었다.
나의 첫 데모데이는 큰 소득 없이 끝났지만,
이후 나는 여러 데모데이에 참가해서 2천만 원의 상금을 수령하기도 하는 등
여러 번 현금벌이에 성공했다.
여하튼 나는 이 글을 읽는 분들이 다양한 데모데이와
투자 유치 교육에 참가해볼 것을 추천한다.
이 과정에서 투자 유치의 전반적인 과정에 대해 배울 수 있고,
심사역과의 멘토링을 통해 현재 당신이 투자 유치가 가능한 상태인지
진단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덤으로 데모데이에 참가하면 투자 유치를 위해
필연적으로 거쳐야 할 IR을 대비할 수 있다.
수백명의 관객 앞에서도 떨지 않고 발표할 수 있다면
그보다 훨씬 적은 인원이 참여하는 진짜 IR에서는
편안하게 발표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내 경험에 비춰볼 때 데모데이는 직접적인 투자 유치로는
이어지지 않아도 간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그 이야기는 추후에 다시 해보도록 하겠다.
필자는 크몽을 통해 투자 유치에 대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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