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를 찾아 대전까지 내려가 미팅한 사연
최근 나는 내가 실제로 투자를 유치하면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 적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투자 유치에 성공했지만,
그 과정은 줄곧 실패와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내용들을 적는 이유는
투자 유치 과정에서 이러한 일들은 일상이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그래서 나와 같은 일들을 겪어도 자연스러운 과정이니
인내심을 가지고 투자 유치를 시도할 수 있어야 한다.
투자를 유치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크게 3개의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누구나 투자하고 싶은 매력적인 투자 대상
둘째, 전반적으로는 준수하지만 투자를 결심하기에는 애매한 대상
셋째, 뚜렷한 강점이 있지만, 그에 못지않은 큰 약점이 있는 대상
첫 번째 그룹은 당연히 극소수다.
반면 투자를 유치하려는 대다수는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그룹에 속할 것이다.
이 그룹에 속한 기업들은 당연히 자신의 부족한 면들을 서둘러 보완해야
투자 유치 확률을 높일 수 있겠지만, 실제로는 그게 그리 쉽게 해결될 일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의 부족한 면을 알면서도
용기를 내어 투자해줄 소수의 투자자를 찾아야 한다.
소수의 투자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VC와 접촉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거절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많은 VC를 만나고 IR을 했는데도
투자 유치가 잘 되지 않는다고 해서 너무 낙담할 필요는 없다.
원래 그런 것이니까.
중요한건 투자 유치에서도 꺽이지 않는 마음이니
포기하지 말고 끈질기게 시도해보기를 권한다.
지난번 글에 이어 또 나의 실패담을 이어가 보려고 한다.
성대하게 치러진 데모데이에서 발표도 잘했지만,
그 이후 투자 유치 과정에서 특별한 진전은 없었고
평소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다만 그즈음에는 투자 유치 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어느 정도 생긴 상태라
투자자에게 무턱대고 들이대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때부터는 우리 회사에 투자 가능한 펀드를 보유했거나
비슷한 유형의 기업에 투자한 이력이 있는 VC들을 리스트업해두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시기였다.
(나에게 맞는 VC를 찾아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은 아래 글을 참고하길 바란다.)
그러던 중 내가 관심을 갖고 있던 VC가
대전 카이스트에서 열리는 투자 멘토링에 참가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참가 신청을 했다.
이 행사의 취지는 아무래도 서울에 있는 VC들과 접촉이 어려운 지방 소재 기업들의
투자 유치를 도우려는 일환으로 열리는 것이겠지만, 나는 지금 그런 걸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심지어 나는 장소가 대전이 아니라 부산이라도 가서 꼭 만나보겠다는 심산이었다.
왜냐하면 그 VC는 우리가 만들고 있는 게임과 유사한 게임을 만든 업체에 투자해서
EXIT까지 한 좋은 기억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게임과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이해도도 높고 평가도 긍정적일 것이란 예상을 했기 때문이다.
여하튼 나는 해당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대전으로 향했고,
그 VC를 만나 20~30분 정도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상담 시간은 주최 측에서 20~30분 정도로 정해놓았기 때문에 그 이상 대화를 나눌 수는 없었다.
그 VC의 심사역은 자신을 만나기 위해 대전까지 내려온 것을 놀라워하며
서울로 돌아가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그 VC를 포함해 4~5개 정도의 VC와 대화를 나눈 후,
나는 한밤중이 되어서야 서울로 돌아왔다.
소득은 있었다. 그 VC의 약속대로 연락이 왔고,
코엑스 근처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로 방문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대전에서 만난 다른 VC 1곳도 방문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VC와 메일은 한두 번 주고받았어도 직접 미팅을 하자는 제안을 받은 것은
거의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귀멸의 칼날이라는 일본의 유명한 애니메이션이 있다.
사람을 잡아먹는 오니라는 요괴와 맞서 싸우는 검사들의 우정과 분투를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이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오니들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오니들은 상현이라는 그룹에 속했는데,
오랜 세월 동안 인간 검사들은 상현에 속한 오니를 단 하나도 쓰러뜨리지 못했다.
그러다가 처음으로 주인공 일행이 상현에 속한 오니를 처치하자,
인간 검사 조직의 수장은 이제서야 인간이 오니를 쓰러뜨릴 징조가 보이기 시작했다며
감격해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의 내가 이런 감정이었다.
투자 유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1년이 훌쩍 지나가는 시점에서도
VC와 변변한 미팅 하나 잡지 못하던 상황에서 VC가 직접 미팅을 제안했다는 사실에 나는 고무되었고,
이제 뭔가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기대하는 마음을 갖고 그 VC의 사무실을 방문하여 미팅을 진행했다.
이 미팅에는 그 VC의 대표자까지 동석하여 3명이서 미팅을 진행했는데,
동석했던 그 대표 심사역이 문제였다.
그는 내 설명에 계속 의문을 제기했다.
나는 의문을 해소해주기 위해 열심히 설명했지만
그는 끝까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팅을 마친 후 나는 태연한 척하며 그 자리를 나왔지만,
결국 오늘 미팅이 어그러졌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VC의 사무실을 나온 직후 나는 바로 돌아가지 못하고
근처 카페에서 뭐라고 형언할 수 없는 허탈함을 느끼며 잠시 시간을 보냈다.
대전에서 만난 다른 VC와도 미팅을 진행했지만,
그 VC도 미팅 한 번 진행하고 그걸로 끝이었다.
작은 진전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얼마 나가지 못하고 바로 막혀버리니 허탈하고
암울했던 그 시절의 기억이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생생히 떠오르는 것 같다.
나는 그 VC가 투자해서 EXIT까지 한 성공의 경험이
우리를 평가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 예측했고,
더 나아가 우리 회사가 그 회사가 투자한 회사보다 차별화되고
우월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해서 그 점을 어필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 VC는 우리가 그 회사보다 우월하기는커녕
동급도 되지 못한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투자 유치에 있어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긴 하지만,
막상 실제로 해보면 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뒤에서 소개하겠지만 나의 투자 유치는 내가 자신있게 예측했던 부분들은 다 빗나가고
오히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들이 시발점이 되어 이뤄진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에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전략적인 접근을 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생각대로 잘 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그냥 고민하지 말고 닥치는 대로 투자자에게 들이대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나의 경우는 실제로 그랬다.
투자 유치라는 것은 정말 예측 불가능한 영역이다.
아무리 치밀하게 계획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해도
결과는 예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데모데이에서의 성공적인 발표도, 신중하게 선별한 타겟 VC도,
그들의 투자 포트폴리오와 우리 비즈니스의 유사성도 결국 투자 성사를 보장해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런 실패와 좌절의 과정 자체가 값진 경험이었다.
대전까지 내려가 VC를 만나고,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면서 투자 유치의 현실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전략보다는 끈기와 실행력이 더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결국 투자 유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완벽한 계획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마음가짐이다.
계획은 세우되 집착하지 말고, 기회가 오면 놓치지 말고 잡는 것.
그것이 내가 이 험난한 여정에서 배운 가장 소중한 깨달음이다.
필자는 크몽을 통해 투자 유치에 대한 컨설팅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면 아래의 링크를 통해
필자와의 상담이나 의뢰를 신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