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se Funding Before You Need It의 진짜 의미
나는 두번째 투자 유치 과정을 통해
사업할 때 돈은 항상 예상했던 것보다 많이 든다는 것과,
정말 돈이 필요할 때는 잘 구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이 깨달음은 두번째 투자 유치 이후에도 비슷한 상황을 수없이 겪으며 반복적으로 되새기게 된다.
두번째 투자 유치는 첫번째 투자 유치 상황보다 훨씬 안 좋은 상황에서 시도해야만 했다.
지난 장에서 언급했듯이 투자와 대출을 합쳐 8.5억 원의 운영자금을 확보했었다.
우리는 그렇게 확보한 자금으로 인원을 2배 이상 늘렸다.
기존에는 너무나 적은 인원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었다 보니 개발 진척도가 너무 느렸다.
지금 우리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개발 속도를 높이는 것이었기 때문에
인원을 확충하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러다 보니 비용 지출도 2배 이상 늘어났다.
고정비 소모가 커지다 보니 처음에는 꽤 큰 돈처럼 여겨졌던
8.5억 원도 그렇게 큰 돈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어느 정도 지나니 투자금도 거의 소진되어
다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무엇이든지 처음이 힘들지 한번 해내면 그 다음은 수월하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투자를 받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투자를 하겠다고 먼저 제안해오는 VC도 있었다.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그래서 그때는 투자도 처음이 힘들었지 한번 받고 나니
그 다음은 수월하구나 하는 생각을 잠시 했던 것 같다.
다만 그때는 투자 유치 이후 얼마되지 않은 시점이라
여유가 있엇고 TIPS 등을 통해서 지원금을 추가로 확보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후속 투자는 그 이후에 진행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
그런데 2020년 2월 코로나 감염병 사태가 터졌다.
그러자 경제는 물론 투자 시장도 급격히 냉각되기 시작했다.
투자 제안은 자연스럽게 없던 일이 되어버렸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TIPS는 요건에 맞지 않아
지원조차 할 수 없게 됐다.
투자금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 다시 투자 유치가 필요했지만,
타이밍은 최악이었다.
일단 두번째 투자 유치에 성공하기 전까지는 어떻게든 버텨야 했다.
어쩔 수 없이 늘렸던 인원을 다시 줄이고 임원들은 급여를 받지 않는 것으로
운영 자금의 소진 속도를 최대한 늦췄다.
다만 두번째 투자 유치에 성공하려면 첫번째 투자 유치 때보다 매출이 됐든 뭐가 됐든
성과 측면에서 나아진 점이 있어야 했다.
그런데 우리는 첫번째 투자 유치 이후 투자자들에게 가시적으로 보여줄 만한 것이 부족했다.
첫번째 투자금은 전액 더 많은 인원을 고용하는 데 쓰였다.
인원을 대폭 늘려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우리가 채용한 인력들은 우리가 기대한 만큼의 속도와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만큼의 개발 진척도가 나오지 않다보니
퍼블리싱 계약, 후속 투자 유치 등 이후의 스텝들이 다 어그러지게 됐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첫번째 투자 유치 때보다 훨씬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보통 후속 투자가 이뤄지는 모습을 보면
기업은 첫번째 투자 유치를 통해 매출이나 회원 수가 급증하는 등
여러모로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투자자는 이를 토대로 첫 투자 유치 때보다 더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해주고
더 큰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우리는 정반대의 상황이라 내 입장에서는 투자자들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난감했다.
드물긴 하지만 회사가 안 좋은 상황에서도 투자를 유치하는 경우들이 있다.
이 경우는 회사가 지금 당장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여전히 이 회사의 미래를 기대해볼 수 있는 요소들이 있다고 투자자가 판단하는 경우이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는 좋은 조건으로 투자를 유치하기 힘들다.
최악의 경우는 상품을 세일하듯이 기업가치를 대폭 할인하여 투자를 유치해야 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이전과 비교하여 같은 돈에 더 많은 지분을 투자자에게 넘겨야 되고,
여기에 더해 먼저 투자한 투자자가 있을 경우 리픽싱 조항이 발동하여
창업자의 지분이 큰 폭으로 줄어드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얘기가 나온 김에 리픽싱 조항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투자자가 기업 가치 90억 원인 회사에 10억 원을 투자했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투자 후 기업 가치는 100억 원이 되고 투자자는 10%의 지분을 보유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 되었고 투자를 받기 위해
기업 가치를 절반 수준인 50억 원으로 대폭 할인했다고 치자.
이 조건이라면 기존 투자자가 보유한 지분의 가치는 10억 원에서 5억 원이 되어 버린다.
그러면 기존 투자자는 50%의 손실을 보게 되는 것이다.
리픽싱은 이런 상황에서 기존 투자자의 지분을 늘려서 지분 가치를 최초 투자 때와
동일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드는 조항이다.
예를 들어 기업 가치가 50억 원이 된다고 해도 투자자의 지분율이 10%에서 20%가 되면
지분 가치는 최초 투자 때와 동일하게 10억 원이 되어 투자자는 손해를 보지 않는 것이다.
그 대신 창업자의 지분이 90%에서 80%가 된다.
즉 리픽싱 조항은 투자자의 손실을 창업자가 대신 떠안아 투자자를 보호하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창업자 입장에서는 기분 나쁜 장치일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투자 계약 조건에 포함되는 내용이라 투자를 받을 경우
이 조항이 삽입되는 것을 피하기는 어렵다.
다만 투자를 받기 위해 기업 가치를 대폭 할인한다고 해도 투자를 받는다는 보장은 없다.
투자자에게 중요한 것은 그 기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이지,
단지 기업의 가치가 싸졌다고 해서 투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우리가 제작하는 게임은
100억 원의 개발비도 넘게 들어갈 수 있는 수준의
볼륨과 퀄리티를 추구하고 있었다.
그러니 8.5억 원으로는 애시당초 눈에 띄는 수준의 개발 진척도를 보여줄 수 없었다.
심지어 인력을 대폭 충원했지만 인력의 질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우리가 기대한 만큼 개발이 진척되지 않았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조금 더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거나
인력을 고용하는 부분에서 조금 더 신중했어야 했다는 등
여러모로 조정해야 할 것들이 생각나긴 하지만,
일단 자금적인 측면에서만 생각해보면 그때 좀 더 충분한 자금을 확보했어야 했다.
투자를 한번 유치해보면 투자 유치의 전 과정과 원리를 깨닫게 되므로
다시 투자를 유치하려고 하면 과정 측면에서는 분명 수월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투자 유치 이후 특별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자금마저 다 소진되어 떠밀리듯 투자 유치에 나서게 되면
처음 투자를 유치하는 것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워질 수 있다.
게다가 나의 경우 코로나 감염병 사태까지 터지게 되니
두번째 투자 유치의 난이도는 극악이었다.
실제로 여러 VC들을 만나봤지만 투자를 하겠다고 나서는 VC들은 없었다.
다만 결과적으로는 운이 좋아 대략 6~7개월 후에 추가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두번째 투자 유치를 시작하는 시점에서는 보여줄 만한 것이 부족했지만,
어떻게든 버텨가며 게임 개발을 진척시켰더니 그렇게 개발된 게임의 모습이
다시 투자자들의 기대를 불러일으킬 만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첫번째 투자 유치 때와 마찬가지로 전혀 예상하지 못한 행운도 따라줬다.
이 과정도 이후의 글들에서 소개하도록 하겠다.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들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돈은 항상 예상보다 많이 든다.
8.5억 원이 큰 돈처럼 느껴졌지만 인원을 2배로 늘리자 금세 바닥났다.
물론 여기까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문제는 인력을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기대했던 것만큼의 진척도를
보여주지 못했던 것이다.
이 부분이 치명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사업 계획을 세울 때
예상대로 되는 일들이 거의 없다고 가정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비용도 항상 예상보다 더 들 것이라고
가정하고 이를 계획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정말 돈이 필요할 때는 잘 구해지지 않는다.
첫 투자 후에는 VC들이 먼저 제안해왔지만,
정작 자금이 떨어지고 코로나까지 겹치니 아무도 투자하려 하지 않았다.
엎친데 덮친 격이라는 말이 있다.
신기하게도 가뜩이나 어려운데 그 어려움이 가중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바로 "Raise Funding Before You Need It"의 핵심이다.
따라서 필자는 이런 상황에 대비하여 돈을 구할 수 있을때
최대한 미리 확보해놓을 것을 권한다.
셋째, 두번째 투자는 첫번째보다 어려울 수 있다.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상태에서의 후속 투자는
처음 투자받는 것보다 더 까다로울 수 있다.
넷째, 인력 충원의 함정
많은 사업의 선배들이 하는 말 중에
사람을 뽑지 말고 최대한 버티다가
정말로 안되면 그때 가서 뽑으라는 말이 있다.
처음에 그 말의 의미가 별로 와닿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 의미를 확실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람을 많이 채용하면 일단 고정비는 늘어난다.
그런데 사람을 채용해서 해결하려고 했던 문제들이
해소되지 않으면 당연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가령 사업 진척 속도를 높이려고 한다거나
문제를 해결한다거나 하는 것들 말이다.
따라서 인력을 충원하기 전에
지금 인력을 충원하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인력을 충원해서 그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를
신중히 검토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는 온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6-7개월을 버텨가며 개발을 계속했더니
투자자들의 관심을 다시 끌 수 있었다.
다음 장에서는 두번째 투자 유치 과정을 보다 자세히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필자는 크몽을 통해 투자 유치에 대한 컨설팅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면 아래의 링크를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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