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ck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를 돕는 프로그램이다.
나는 투자 유치를 위해 Knock에 적극 참가했고,
실제로 두 번의 투자 유치 과정에서 Knock이 직간접적인 역할을 했다.
두 번째 투자 유치 과정에서도 Knock이 도화선이 되었다.
두 번째 투자 유치를 위해 참가했던 2020년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견되고 확산되면서
전 세계가 극도로 긴장하고 있던 시기였다.
이후에는 경기 진작을 위해 많은 돈이 풀리면서 투자가 활성화되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코로나에 대한 공포로 모든 것이 위축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투자 유치가 절실한 상황에서 하필이면 코로나 시국을 맞이하게 된 것이었다.
그렇지만 어떻게 하겠는가?
가뜩이나 어려운 투자 유치가 더 어려워진 상황이었지만,
열심히 발로 뛰는 것 외에 다른 방도가 없었다.
그런 와중에 Knock에 다시 참가 신청을 했다.
Knock에 참가 신청을 하면 주최 측에서 심사를 하여 선발하고,
일정 기간 동안 IR 교육과 트레이닝을 시킨다.
그리고 프로그램의 대미에는 데모데이를 연다.
예전 같았으면 VC 심사역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데모데이를 열었겠지만,
이때는 코로나 시국이다 보니 관객없이 발표자들만 모아놓고
IR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솔직히 나는 이런 형태로 데모데이가 진행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불가피한 상황이었지만, 과연 방송을 얼마나 시청할지,
시청하더라도 과연 집중해서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가졌다.
그래서 데모데이를 통해서 투자 유치가 이루어질 것이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하필이면..." 줄곧 이런 생각만 했던 것 같다.
데모데이를 잘 마쳤지만 역시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렇게 데모데이에 대해서 잊어갈 무렵,
Knock 운영 측으로부터 전화를 받게 되었다.
동남아 어딘가에 IR 피칭 영상과 자료를 보내려고 하는데
내게 동의를 구하는 내용의 전화였다.
나는 게임 산업에 종사하면서 동남아에 속한 회사들과 사업하는 것에 있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
동남아 시장은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그 안에 속한 시장을 다 합해도 한국의 시장보다 작다.
그래서 어지간히 잘되지 않는 한 의미 있는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리고 실제로 한국의 게임들이 동남아 시장에 진입해서
의미 있는 사업 성과를 거둔 사례도 많지 않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번역, 결제 등 동남아 시장 진입을 위해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이 모든 것들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을 만큼의
계약 조건이 필요한데, 동남아 업체들은 거의 헐값에 가까운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 인식을 갖고 있다 보니, 정확히 어떤 회사인지 모르겠지만
동남아 쪽 회사에게 IR 자료를 보내주는 데 동의하냐는 질문에
나는 굳이 보낼 필요가 있겠냐고 반문했다.
전화를 건 담당자는 이에 대해 상당히 당황하는 눈치였는데,
보통은 흔쾌히 수락하기 때문이다.
IR 자료를 전달한다고 해서 굳이 손해 볼 일은 없었지만,
그 정도로 나는 일말의 기대도 하지 않고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자료는 전달되었다.
정말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아
자료를 전달하는 것조차도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담당자는 자료를 전달하자고 나를 설득했던 것 같다.
그래서 결국 내가 동의를 했던 것인지
담당자가 알아서 보낸 것인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나서 얼마 후에 한 통의 메일을 받게 되었다.
인도네시아의 대기업이라고 하는 곳에서,
우리 회사에 투자를 검토하고 싶다며 IR 자료를 비롯해
여러 가지 자료를 요청하는 내용의 메일이었다.
워낙 이런 류의 스팸 메일도 많이 오는 데다가,
만난 적도 없고 들어본 적도 없는 회사가
바로 투자를 검토하겠다고 하니
의심을 안 하려고 해도 안 할 수가 없었다.
어쨌든 이런 내용을 내부에 공유했더니 요구하는 자료를 보내주자고 했다.
그냥 나 혼자 결정했다면 아마 나는 스팸 메일 취급하고
더는 대응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투자를 검토하기 위해
우리 회사를 직접 방문하겠다는 답장 메일이 왔다.
약속대로 메일을 보낸 담당자는 우리 회사를 방문했고,
이후 여러 논의 과정을 거쳐 그 회사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게 되었다.
두 번째 투자 유치는 정말 내 예상과 기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첫 번째로, 코로나로 인해 불가피하게 스트리밍 방식으로 진행된
데모데이를 통해 투자가 이루어졌다.
투자자들을 직접 불러모아 발표를 해도 관심을 받기 힘든데,
하물며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되는 데모데이는 더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데모데이 동영상이 전달되는 형태로 투자를 받게 되었다.
이런 전개로 투자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만약 그전에 해당 동영상을 전달해도 되겠냐는 요청을 받았을 때
내게 전화했던 담당자가 내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전달을 하지 않았다면,
두 번째 투자 유치는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참 감사할 따름이다.
두 번째로, 투자 검토 메일을 스팸 메일 취급하고 대응하지 않았더라도
두 번째 투자 유치는 실패했을 것이다.
두 번째 투자 유치 과정은 시작부터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투자 유치 과정에서도 많은 우여곡절이 있어 여러모로 기억에 남는다.
여하튼 이런 일을 겪고 또 지금 이 글을 쓰면서 회상해보니,
정말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인 것 같다.
그러니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뻔히 예상되는 일 같아도
크게 무리가 가는 것이 아니라면 시도해보길 바란다.
나와 같은 일이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으니 말이다.
필자는 크몽을 통해 투자 유치에 대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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