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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보라 Feb 01. 2022

오디션 금지곡을 탄생시킨 류정한, 조승우, 홍광호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뮤지컬 오디션장에는 일명 ‘오디션 금지곡’이 존재한다고 하는데요. 그중 가장 유명한 곡은 ‘지금 이 순간’입니다. TV 오디션 프로그램은 물론 음악 예능프로그램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이 곡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넘버입니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공연사진 (출처=오디컴퍼니)


2004년 한국에 처음 소개된 <지킬 앤 하이드>는 원래의 대본과 음악을 바탕으로 캐릭터의 수정, 각색, 번안이 가능한 논레플리카 제작 방식으로 한국적인 정서에 맞게 제작되었습니다. 작품의 폭발적인 매진 행렬에는 이러한 제작 방식이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평입니다. 특히나 작품은 매 시즌마다 탄탄한 캐스팅을 자랑했습니다. <지킬 앤 하이드>의 흥행 신화를 이끈 수많은 배우 중 ‘전설’이 된 세 배우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류정한: ‘자나 깨나 말조심’을 깨닫게 해준 작품

이번 시즌 <지킬 앤 하이드>의 캐스팅 소식에서 '류정한'의 이름을 본 뮤지컬 팬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왜냐고요? 여러 시즌에 걸쳐 출연한 류정한이 과거 “이번 시즌이 진짜 마지막이겠죠?”라며 ‘<지킬 앤 하이드> 은퇴’를 언급했기 때문이에요. 그가 이번 시즌에 이름을 올리자마자 ‘류지킬의 은퇴 번복’에 모두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죠. 이후 제작사가 공개한 영상에서 본인의 ‘은퇴 발언’을 본 류정한은 "저걸 보고 느끼는 거지만 사람은 말조심을 해야"라면서 ‘은퇴 번복’을 인정했답니다.



사실 류정한에게 <지킬 앤 하이드>는 특별한 작품입니다. 2004년 초연 무대를 함께한 그는 ‘가장 신사적인 지킬’로 정평이 자자합니다. 클래식한 발성과 풍부한 연륜으로 완성된 그는 언제 어디서든 당당하면서 귀족다운 분위기를 풍기거든요. 그러나 지킬 안에 숨겨진 본성 하이드는 괴성을 지르며 충동적인 면모가 강합니다. 일명 ‘미역머리’를 늘어뜨리고 범죄를 저지르는 무대 위 하이드를 보고 있자면 오싹해집니다. 이번 시즌은 류정한에게도 조금 특별합니다. 현재까지 누적 출연 234회를 기록한 그가 300회를 채우고 싶다는 욕심을 내비쳤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면 <지킬 앤 하이드>의 ‘전설 중 전설’이 아닐까요?


조승우: 레전드 영상의 주인공

류정한과 함께 <지킬 앤 하이드>의 초연 신화를 완성한 조승우. 당시 20대 중반의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다채로운 감정 연기와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이끌었습니다. 조승우는 한 인터뷰를 통해 나이와 연기력은 전혀 상관이 없다고 했지만요. 그러나 신춘수 프로듀서는 초연 조승우의 출연에 대해 “지킬/하이드를 하기엔 나이가 어렸지만 한국 버전에서는 젊고 잘생긴 의사로 재해석했다”고 회상했습니다.



작품의 뮤지컬 넘버 ‘지금 이 순간’의 이야기할 때면, 조승우의 무대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앞에서 언급한 ‘지금 이 순간’이 오디션 금지곡이 된 것도, 조승우의 덕이 크지 않나 싶습니다. 조승우의 ‘지금 이 순간’ 유튜브 영상은 무려 215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워낙 TV에서 보기 힘든 그인데다가 특히 노래를 부르는 무대 영상이라 더욱 인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참, 한 노래방 브랜드에서 ‘지금 이 순간’을 검색하면 가수에 조승우가 등장한다는 사실. 이번 시즌 1차 캐스팅에는 그의 이름이 없지만, 또 한 번의 <지킬 앤 하이드>의 출연을 기다려봅니다.


홍광호: 샤롯데씨어터 지붕을 확인하는 배우

<지킬 앤 하이드>와 잘 맞는다고 말하는 배우가 있습니다. 영국 웨스트엔드 <미스 사이공>의 주요 캐릭터로 출연하며 화제를 모은 홍광호가 그 주인공인데요. 이번 시즌에 반갑게 이름을 올려 대중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죠. 홍광호가 지금까지 출연했던 작품 중 <지킬 앤 하이드>는 유일하게 네 시즌에 걸쳐 출연한다고 하니, 말하지 않아도 이 작품을 향한 그의 뜨거운 사랑을 알 수 있겠죠?



홍광호는 단단한 체구에서 나오는 엄청난 성량으로 유명합니다. 뮤지컬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지킬 앤 하이드>가 공연하는 샤롯데씨어터의 지붕이 무너질 정도로 짱짱한 음량을 보여준다는 이야기도 들려오는데요. 이걸 들은 홍광호는 “지붕은 공연하면 맨날 무너진다. 가끔씩 지붕이 잘 있는지 바라본다”고 능청스럽게 받아쳐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홍광호는 과거 <지킬 앤 하이드>의 장기 공연을 하면서 캐릭터 그 자체를 완성시켰다는 평을 들었어요. 그도 그럴 것이 평소 모든 공연에 최선을 다한다고 말하는 홍광호이기 때문이죠. 어쩌면 홍광호의 <지킬 앤 하이드>는 책임감으로 완성한 완벽함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여러 시즌을 거듭해온 만큼 이번 무대에서 보여줄 그의 책임감과 완벽함이 기대됩니다.

이번 <지킬 앤 하이드>는 제작사 오디컴퍼니의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공연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2층 구조를 기본으로 한 다이아몬드 형태의 무대와 약 1800여 개의 메스실린더를 꽉 채워 표현한 지킬의 실험실도 작품의 매력 포인트로 꼽힙니다. 특히 이번 시즌은 6개월 이상의 장기 공연이고, 작품의 특성상 배우들의 체력 소모가 크고 목 관리가 까다로운 만큼 1차와 2차로 나뉘어 캐스팅을 진행한다고 밝혔어요. 평소 ‘최고의 배우에게만 허락된 무대’라는 수식어로, 배우들의 꿈의 작품으로 꼽히는 <지킬 앤 하이드>. 전설이 된, 그리고 전설이 될 배우들을 꼭 한번 만나고 싶습니다.


* 공연예술통합전산망 KOPIS 블로그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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