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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보라 Feb 01. 2022

연극 <마우스피스> 전성우

진짜 '대학로 아이돌'의 귀환

일명 대학로의 ‘아이돌’이라 불리는 배우 전성우가 오랜만에 무대로 돌아옵니다. 그가 선택한 작품은 호기심과 호의로 시작된 두 남녀의 만남을 통해 예술가의 창작윤리에 대해 질문하는 <마우스피스>입니다. 전성우는 자신이 연기할 데클란에 대해 삶의 밑바닥에서도 끊임없이 살아가기 위해 꿈틀대고 저항하는 힘을 지닌 인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전성우의 데클란이 보여줄 절망 속의 희망은 어떤 모습일까요?



우리와 우리를 잇는 ‘마우스피스’

<마우스피스>는 어떤 작품인가요?

<마우스피스>는 한때 재능이 있었지만, 지금은 슬럼프에 빠져 자신의 목소리를 잃은 작가 리비와 불우한 환경 속에서 자신이 어떤 재능을 가진 사람인지 모르고 살던 데클란이 만나 겪는 삶과 죽음, 진짜와 가짜 그리고 예술에 대한 갈등과 고민을 통해 우리를 바라보는 작품입니다.


‘마우스피스’라는 단어가 생소하게 느껴지는데요.

사전적인 의미를 찾아보면 이를 보호하는 물건이나 관악기에서 입에 무는 부분을 말해요. 작품에서는 복합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데, 저는 마우스피스가 입과 입의 사이라고 생각해요. 마우스피스는 누군가를 보호해주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용기나 상처를 주기도 하는 매개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거죠.


오랜만에 연극 무대에 서는데, <마우스피스>의 첫 공연은 어떨 것 같나요?

제가 마지막으로 연극에 참여했던 게 4년 전이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연습하면서 떨리고 긴장되고 한편으로는 설레고 기대되기도 해요. 잘 준비한다면 좋은 공연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 저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어떤 매력에 끌려 작품에 출연하게 됐나요?

고민하게 만들어주는 작품이나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중의적인 의미를 담은 작품을 좋아하는 편인데요. <마우스피스>의 대본은 작년에 처음 봤어요. 대본을 보면서 처음 받았던 느낌은 일단 ‘이거 뭐지?’라는 의문이 생기더라고요. 끊임없이 의문이나 고민을 던져줬기 때문에 계속 생각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어요. 그리고 작품의 인물들이 가여웠어요. 그 인물들을 통해 나 자신을 생각해보게 됐고, 데클란이라는 역할에 마음이 동하게 된 것이죠.


데클란이라는 캐릭터는 어떤 인물인가요? 그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대사를 하나 소개해 주세요.

데클란의 ‘난 아니거든요’라는 대사가 떠오르네요. 데클란은 마치 어항 속에 갇힌 물고기 같아요. 자신이 있는 곳이 어항인지 모르고 살던 아이가 바깥세상을 알게 되고 그곳에서 나아가고 싶어 해요. 그런데 세상은 데클란에게 ‘네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야.’라면서 폭력을 가하죠. 데클란은 ‘난 아니야’라고 하면서 거부하거든요. 이 대사가 데클란을 잘 보여주는 대사라는 생각이 들어요.


연습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있나요?

<마우스피스>는 원문과, 직역한 번역 대본, 그걸 바탕으로 만든 대본의 느낌이 다 달라요. 영어는 쿨하게 표현했지만 우리 정서에는 맞지 않는 부분도 있고, 같은 표현이지만 문화적으로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어요. 그래서 이런 부분에 대해 계속 더 적절한 표현을 찾아가고 있어요.


대학로에서 두터운 신뢰를 받는 배우들과 함께 출연합니다. 그분들에게 어떤 시너지를 받고 있나요?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나는 배우들이라 개인적으로도 기대가 많았어요. 연습을 시작하니까 모두 작품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정말 뜨겁더라고요. 익숙한 것에 안주하지 않고 새롭고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계속 연구하고 많이 이야기하고 있어요. 이번 시즌에는 리비 셋, 데클란 셋이 캐스팅되어 딱 9개의 조합이 나오잖아요. 그래서 9개 조합을 번갈아 보면 시너지를 직접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마우스피스>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의문을 품게 만드는 작품이에요. 어떤 것을 끊임없이 되묻고 고민하게 하고 나에게 대입시켜 생각해 보기도 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줘요. 의문이 든다는 건 굉장히 유의미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마우스피스>가 바로 그런 매력을 지녔어요.


뮤지컬배우 전성우 (출처=KOPIS)


작은 질문을 끊임없이 이어가며

타인을 만족시키기 위해 그가 원하는 모습이 되려고 노력했던 경험이 있나요?

누군가가 저에게 기대하고 바라는 게 있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이죠 그러나 특별히 노력했던 적은 없어요. 타인이 원하는 모습보다 스스로 원하는 모습을 그려가고 싶은 마음이 커요. 배우로서 욕심이기도 한데, 작품에서 오히려 전성우가 가면이고 작품 속의 인물이 진짜 내 모습같이 보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누군가가 자신의 삶이나 이야기를 작품으로 쓴다면 기분이 어떨 것 같나요?

작품 속에서 데클란은 자신에게 이야기는 없다고 하거든요. 하지만 데클란의 이야기는 누군가에게 힘이 됐어요. 제 이야기로 작품을 쓴다면 재미있을까요? 하하. 누군가에게 용기가 되고 힘이 될 수 있는 내용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데클란과 같은 결말이라면 솔직히 망설여지네요.


작가라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나요?

글을 써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어요. 그런데 무조건 쓴다고 해서 글과 작품이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절실하게 느꼈어요. 음, 만약 제가 작가가 되어서 글을 쓴다면 평범함 속에서 특별함을 찾는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이야기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고, ‘아, 그럴 수도 있지’라고 느낄 수 있는 글이요. 이런 내용이 담긴 저만의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면 꼭 써보고 싶어요.


나라는 인생의 영화를 만든다면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은 무엇으로 하고 싶나요?

제 얼굴을 담아보고 싶어요. 오프닝에서의 제 얼굴과 엔딩에서의 제 얼굴. 영화에 설정된 시간이든 우리가 실제로 살아가는 시간이든 어쨌거나 시간은 흐르잖아요. 이런 시간의 흐름이 인생이 되는 것이고, 고스란히 얼굴에 묻어 있지 않을까 싶어요.


리비의 대사 중에 “예술과 이야기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어서 그랬다”라는 말이 나와요. 예술과 이야기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나요?

예술과 이야기가 세상을 바꾼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아요. 그런데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잖아요. 세상을 바꾼다는 것이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작은 움직임을 조금씩 끊임없이 지속하다 보면 영향을 주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마우스피스>를 꼭 관람해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면?

이 작품은 진짜와 가짜, 삶과 죽음, 예술, 규정을 짓는 일 등 끊임없이 질문하고 고민하게 하는 작품이에요. 보시는 분들의 해석에 따라 너무나 다양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죠. 그래서 공연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나 예술을 사랑하시는 분들은 이 연극을 꼭 보시면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공연장에서 모두 만났으면 좋겠어요!


* 공연예술통합전산망 KOPIS 블로그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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