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렌이 준비 02
이제 고작 서른짤, ‘어렌이’ 준비됐나요 02
(어른이+오렌지, 상큼한 어른)
적령기(適齡期). 국어사전 뜻을 찾아보면 ‘어떤 일을 하기에 알맞은 나이가 된 때’를 의미한다. 서른 살이 된 올해 제일 많이 듣는 단어기도 하다. 특히 결혼이 앞에 붙은 결혼 적령기란 말은 더욱이.
오랜만에 만나 밥을 먹을 때도, 가볍게 차 한잔을 마실 때도 나오는 말이다. “남자친구는? 결혼은 언제 하려고?” 여기서 포인트는 묻는 사람들의 연령대다. 이전에 ‘5060세대의 친척이 새해면 이 같은 질문을 해 곤란하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있다. 지금은 나이가 한참 어려진 것 같다. 3040세대가 더욱 활발하게 물어본다. 그것도 아주 경쾌하게.
딱히 할 이야기가 없을 때 서로 편안하게 웃으며 말할 수 있는 대화 주제를 찾는 과정 중에 나오는 것 같다. 하지만 이 같은 질문을 받는 당사자는 상당히 곤혹스럽다. ‘나도’ 모르는 답을 자꾸 물어보고 ‘나도’ 답답한 상황에 대해 더 답답해하며 꼬치꼬치 말하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스트레스다.
20대 후반일 땐 단순 궁금함과 가십거리로 이야기가 나눠진다. 이제는 ‘적령기’를 운운하며 은근히 ‘빨리 해야 한다‘는 재촉이 느껴진다. 진심으로 걱정하고 고민해주는 사람의 재촉은 나 스스로 다시 한번 더 고민하게 하는 시간을 준다. 반대로 할말이 없어서 툭툭 내뱉는 그저 그렇고 그런 재촉은 입을 더 다물게 한다.
마치 지금 답을 내리지 못하면 사회가 정한 그 놈의 ‘적령기’를 놓치는 패배자가 될 것 같은 떨림이 생긴다. 또 여기서 더 큰 문제는 이 불안감은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점. 나의 현실적인 경제 상황, 남자친구와의 타이밍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혼자서 결심하고 마음을 잡든, 비우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불안함에 답답함까지 불씨를 지피는 셈이다.
만약 방긋 웃으며 후배에게 아님 동생에게 “결혼은 언제해?”를 물었다면 당신도 젊은 꼰대 일 수 있다. 그것도 아직 행하지 못한, 가보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는 최악의 ‘꼰대’다.
“결혼, 제 문제니 신경 쓰지 말아주세요!
물론, 회사 일도 아니고요!”
삶에서 정해진 ‘적령기’란 없다. 세상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생이 모두 가지각색인 것처럼 선택의 순간이 조금 빠를 수도, 조금은 아니 많이 느릴 수도 있다. 조급한 마음 때문에 오늘 하루 즐길 수 있는 행복한 순간을 놓친다면, 그것만큼 불행한 삶이 되지 않겠나.
“사람은 진짜 문제로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문제에 대한 불안을 상상하면서 걱정하기 시작한다”
에픽테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