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렌이 준비 03
이제 고작 서른짤, ‘어렌이’ 준비됐나요 03
(어른+오렌지, 상큼한 어른)
어렸을 적부터 밝은 성격을 지닌 아이였다. 한마디로 웃음이 많았다. 봤을 때 재미난 것, 행복한 것은 숨기지 않고 웃어버렸다. 학창시절엔 그저 쾌활한 아이로 지냈다. 사회에 나와보니 밝은 성격, 웃음들이 자꾸 나에게 상처로 돌아온다. 이상한 일이다.
큰 상처. “가식적이야.” 친구간 웃음은 즐거운 나의 상태 표현이었지만 상하관계, 갑을관계가 있는 사회에서는 웃음이 마치 ‘아부떨기’용으로 여겨졌다.
이 부분은 항상 억울했다. 평소대로 웃었을 뿐이고 좋아 보이는 부분에 과감하게 칭찬하고 말했다. 웃음과 칭찬에 어색한 어른들은 간혹 나에게 ‘너 왜 나한테 아부 떠니?’ ‘가식적으로 또 말한다’ ‘재 또 시작한다’ 는 등 왜곡된 시선으로 날 선 말들을 한다.
‘당신에게 아부 떨고 싶지도 않고 잘 보일 필요도
없는데요? 왜 그렇게 세상을 비꼬아서 보세요?’
속으로 나는 이렇게 답했다. 또 간혹 웃는 사람을 '가벼운 사람' '막 대해도 되는 사람'으로 무시하는 분위기를 읽은 경험이 있다. 어떠한 질문에도 웃음으로 답하는 정말 '쿨'한 멋진 사람인데 말이다.
웃는 사람을 보며 가볍게 여기고, 쉽게 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이상한 거지, 웃는 사람이 잘못된 사람이 아니다.
웃음의 가치, 상냥함의 가치,
존중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일 뿐이다.
그들에겐 밝은 진심이 아깝다. 시니컬한 표정이 무게 있어 보이고 이성적인 것으로 안다면 평생 그렇게 살길 바란다. 자신과 다른 사람을 바보 취급하지 않는 한에서 말이다. 잘 웃고 있는 행복한 사람의 평화는 부디 깨지 않길 바란다.
이와 반대로 언제나 싱긋 싱긋 웃는 얼굴로 후배를 대하는 선배를 만나면 얼마나 반가운지. 이들은 보통 실제 면대면에서도 웃는 얼굴이지만 카카오톡과 같은 SNS에서도 연신 ^^ 웃는 모습이다. 어떤 대답이 날아올지 몰라, 먼저 연락하기 두려운 사람들과는 구분된다. 웃는 모습으로 이유를 묻고 나에게 마음이 열려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확실하는 순간, 연락도 더 많이 그리고 더 먼저 하게 된다. 후배가 스스로 따르게 하는 선배인 것이다. 이따금 혼자 여유로운 시간이 있을 때 따뜻한 미소를 띤 어른에게 문자를 보내는 나를 보며 더욱 다짐했다.
미소, 긍정적인 시선의 가치를
아는 사람에게 마음껏 웃고
에너지 넘치는 대화를 하기로 마음먹기로.
상큼한 어렌이가 되기 위해 꼭 기억해야 할 점. 후배의 표정과 말을 왜곡해서 받아들이지 않는 것. 함께 웃어보는 것. 웃는 후배에게 ‘무게 잡아라’라고 말하지 않는 것.
“스스로의 평화를 안정시키고 남의 평화를 어지럽히지 말라.” -벤저민 프랭클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