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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예진 Aug 17. 2018

블링블링 텀블러, 명품 클러치 부럽지 않아요

패션도 환경도 챙긴다

화려한 명품 가방, 형형색색 립스틱 못지않게 요즘 패션피플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매일 올라오는 아이템이 있다. 바로 ‘텀블러’(손잡이가 없는 큰 잔)다. 해시태그 ‘#텀블러’를 검색하면 29만9000여 건이 넘는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엔 텀블러 사용을 즐기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 #텀블러덕후, #텀블러스타그램, #텀블러부자라는 검색어까지 등장했다. 이들은 텀블러를 단순히 물병으로만 여기지 않는다. 가방에 넣지 않고 남이 볼 수 있는 패션 액세서리로 뽐낸다.  


왼쪽부터 디즈니의 캐릭터 텀블러, 스웰보틀의 분홍 제품과 자연 풍경이 그려진 텀블러, 스타벅스 코리아 MD팀이 제작한 제품, 각양각색 형태를 띤 콕시클 텀블러.

# 평소 패션에 관심 많은 송영아(30)씨는 해외여행을 갈 때마다 텀블러 매장을 찾는다. 국내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독특한 디자인의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서다. 그는 한 개에 4만원이 넘는 가격이지만 한번 사면 거의 매일 사용해 유용하다고 말했다. 송씨는 “올여름에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은하수 색상을 띤 텀블러를 구입했다”고 말했다.


# 직장인 김사랑(가명·34)씨는 텀블러가 2개 있지만 하나 더 구매했다. 사무실용, 집안용에 이어 새로 산 제품은 운동용이다. 김씨는 “하늘색 트레이닝복에 어울리는 색깔에 운동하며 쉽게 마실 수 있도록 빨대 삽입형 제품을 샀다”고 말했다. 그는 텀블러 사용하는 모습을 찍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리곤 한다.


7월 판매량 작년보다 37% 이상

텀블러를 구입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7월 한 달간 텀블러 판매량을 살펴보면 온라인 쇼핑사이트 G마켓은 전년 동기 대비 37%, 스타벅스코리아는 20여% 증가했다. 폭염에 갈증 해소를 돕는 물품으로 인기를 끈 것도 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높은 판매량을 날씨의 영향으로 분석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텀블러의 매력은 무엇일까. 우선 ‘다양해진 디자인’을 꼽을 수 있다. 종전까지 텀블러는 보온·보랭성, 밀폐성과 같은 기능성에 충실한 제품이었기 때문에 디자인은 단순했다. 제품 브랜드 로고가 큼직하게 그려진 것이 전부였다.

대리석 디자인의 스웰보틀 텀블러


이제는 다르다. 우수한 성능에 각양각색의 디자인이 더해졌다. 다양한 색상은 기본이고 미키마우스·백설공주 같은 캐릭터가 그려졌거나 스테인리스 소재로 세련미를 더하는 등 패션의 주요 아이템으로 활용되고 있다.


적게는 1만원에서 많게는 4만~5만원으로 구입할 수 있는 텀블러는 가격이 립스틱과 비슷해 20~30대 여성이 저렴하게 사치를 즐길 수 있는 ‘스몰 럭셔리’ 효과도 있다. 홍석규 스타벅스코리아 카테고리 MD팀장은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식한 스타벅스코리아는 세계 75개국에 진출한 스타벅스 중 미국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디자인팀을 운영한다”며 “국내 매장에 연평균 400여 종의 텀블러가 출시된다. 그중 80%인 320여 종을 스타벅스코리아가 디자인하는데 브랜드만 강조하지 않고 한국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제작해 큰 호응을 얻는다”고 말했다.


형태도 여러 가지다. 뚜껑을 돌려서 열고 닫는 것, 한 손으로 출수구 뚜껑을 쉽게 열 수 있는 것, 빨대를 꽂을 수 있는 것, 제품에 플라스틱 빨대가 삽입된 것 등이 있다. 콕시클 유통사 스마일모닝의 박지만 대표는 “지난달 국내에 높이가 낮은 와인잔 형태의 텀블러 ‘스템리스(stemless)’를 출시했다”며 “기존 제품과는 다른 모양으로 자동차 안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야외 캠핑용으로 남성 소비자에게 사랑받는다”고 말했다.

펭귄 모양의 타파웨어 제품과 파랑 색상의 써모스 텀블러

환경 생각한 윤리적 소비도 한몫

현대인의 소비 패턴 진화도 한몫했다. 가격 대비 품질을 따지는 합리적 소비에서 환경보호와 사회적 가치까지 생각하는 윤리적 소비로 변화했다. 일회용 컵 사용을 일상생활 속에서 줄일 수 있는 텀블러는 환경 문제에 관심 많은 현대인에게 ‘착한 물품’으로 꼽힌다. 스웰보틀 유통사 서브스탠스의 박승일 부장은 “제품 대부분이 인체에 무해한 친환경 스테인리스 소재를 사용하는 브랜드”라며 “소비자가 패션뿐 아니라 건강과 환경에도 관심 많다”고 설명했다.


커피숍에서 자신의 텀블러를 사용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커피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 김선혜(23)씨는 “텀블러를 챙겨 오는 손님에게는 그 용량에 맞게 커피를 가득 채워주려 한다”며 “요즘엔 자원재활용법 규제 강화로 매장에선 일회용 컵을 사용할 수 없지만 테이크아웃이 하루에 200~300개 정도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용 목적을 고려하지 않은 채 디자인만 보고 제품을 선택하면 오래 사용하지 못할 수 있다. 텀블러는 크기나 뚜껑 모양에 따라 사용법이 달라진다. 자주 사용하거나 세척이 편리한 것을 찾는다면 한 손으로 출수구 뚜껑을 여닫을 수 있는 원터치형을 추천한다. 장시간 움직임이 많고 가방에 넣어야 한다면 뚜껑을 돌려서 열고 닫는 밀폐형이 좋다. 추상욱 써모스코리아 마케팅팀장은 “전자 기기 가까이에서 일할 때 사용한다면 텀블러가 쓰러져도 내용물이 쏟아질 걱정 없는 빨대 삽입형 제품이 좋고 차가운 음료를 담는다면 컵 표면에 결로 현상이 없는 소재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김동하, 각 업체 제공


https://mnews.joins.com/article/22883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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