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직구가 늘 정답은 아니다
국내 유통 시장을 평정(?)한 일명 ‘쇼핑의 고수’들이 이제는 해외직접구매(해외 온라인 쇼핑몰과 구매대행 사이트에서 제품을 구입하는 행위, 이하 해외직구)에 나서고 있다. 관세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직구는 2359만 건, 2조2000억원 규모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들은 주로 국내 판매가격보다 저렴한 값으로 제품을 사기 위해 해외직구를 이용한다.
하지만 해외직구가 모든 제품을 싸게 사는 방법일까. 아니다. 올해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해외 브랜드 생활가전 국내외 판매가격 비교결과’에 따르면 조사한 11개 제품 중 7개 제품(전기레인지 ‘지멘스’, 커피머신 ‘일리’ ‘네스프레소’, 공기청정기 ‘샤오미’ 등)은 국내 구매가, 나머지 4개 제품(진공청소기 ‘다이슨’, 블렌더 ‘키친에이드’ 등)은 해외직구가 저렴했다.
해외직구 시 추가로 더해지는 배송비와 관세 등을 따지면 오히려 국내에서 구입하는 게 싸다는 의미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관세가 평균 12.5%인데 국내 유통업체에서 대량으로 물건을 수입하는 경우가 개인이 혼자 구입하는 것보다 더 저렴하다”며 “판매가격은 5만~10만원 저렴하지만 배송비용이 더해지면 국내 판매가격과 같아지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기자가 D사 헤어드라이어 가격을 비교해봤다. 브랜드 공식 홈페이지와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가격은 55만6000원, 한 해외직구 모바일 앱의 최저 가격은 배송비용을 포함해 450달러(약 50만5300원)로 해외직구 가격이 5만원 이상 저렴했다. 그러나 국내 쇼핑몰 사이트 최저가를 찾으면 40만6620원으로 더욱 저렴했다. 카드사 할인, 홈페이지 신규가입 쿠폰 등을 활용하면 더 싸게 살 수 있다.
이런 상황은 국내 시장에 해외 브랜드 제품이 많이 판매되면서 가격 경쟁이 붙은 것도 한몫했다. 박미희 한국소비자원 시장조사국 국제거래지원팀장은 “해외직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5년에는 해외직구 가격이 20% 이상 저렴했다”며 “3년이 지난 현재는 수입사가 늘고 유통 경로가 확대되면서 국내 판매가격이 자연스럽게 낮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후관리서비스(AS) 부분을 고려해도 해외직구 상품은 불리하다. 매장에서 동일하게 판매되고 있는 상품이어도 해외에서 구입한 상품은 국내에서 인증하는 KS마크가 없어 대부분 AS를 받을 수 없다. 의류나 의약품과 달리 가전제품은 장기간 가정에서 사용해야 하는 기기다. 고장이 나면 부품을 교체하고 다시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없는 셈이다.
지난달 해외직구로 진공청소기를 구입한 직장인 강수진(가명)씨는 “전압이 110V 제품이라 그런지 충전이 빨리 되지 않는 것 같아 서비스센터를 찾았는데 AS를 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차라리 이럴 거면 10만원 더 내고 국내 매장에서 구입하는 게 나을 뻔했다”고 후회했다. ‘호갱’이 되지 않기 위해 선택한 해외직구가 오히려 지속적인 제품 사용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