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예진 기자의 호갱 구하기
“난 언제나 와인을 마시기 전에 말을 걸어봐. 너는 나에게 무엇을 보여줄 거니?”
만화 『신의 물방울』에 나오는 주인공의 대사다. 그는 마셔도 마셔도 새로운 맛을 내는 와인의 다양성을 이렇게 표현했다.
현실 속 소비자는 어떨까. 와인이 혀에 닿기 전 ‘가격’에 먼저 눈길이 가기 마련이다. 저렴하게는 7000원부터 비싸면 70여만원이나 되는 값을 보고 ‘마냥 싼 와인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소비인지’ ‘값비싼 와인이 무조건 질 좋은 것인지’를 고민한다. 와인 쇼핑에서 일명 ‘호갱’이 되지 않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
먼저 수입 와인의 가격부터 살펴보자.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수입가격과 판매가격의 차이가 레드와인은 평균 11.4배, 화이트와인은 평균 9.8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6005원에 수입한 레드와인은 6만546원에, 4196원에 수입한 화이트와인은 3만5415원에 팔린다. 이는 수입 맥주(6.5배)와 비교하면 현저하게 가격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기헌 한국소비자원 FTA소비자권익증진팀장은 “와인의 주세는 가격의 30%인 맥주보다 낮은 15%지만 유통비용 때문에 판매가가 비싸다”며 “국산품과 수입품의 시장 비율이 거의 5대 5인 맥주와 달리 와인 시장은 1대 9 정도로 높은 수입 와인 가격을 부추기는 또 다른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규모가 큰 국산 맥주 시장은 가격 경쟁으로 소비자가격이 떨어지기도 한다. 반면 시장 규모가 작은 국산 와인 업계는 수입품의 ‘뻥튀기’된 가격도 호재로 작용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김민환 경동대 외식사업경영학과 교수이자 한국소믈리에협회 기술고문은 “국세청이 국산 와인을 막걸리·소주 같은 ‘전통주’로 분류해선 안 된다”며 “수입 와인과 같은 유통망을 구축하지 못한 것도 한계”라고 지적했다.
현재로선 와인 가격이 낮아지길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할인할 때 구입하면 가격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과연 그럴까. 와인 유통사 관계자들은 50% 이상 할인하는 제품은 구입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와인의 질이 떨어져 빨리 처분해야 하는 상품일 수 있기 때문이다. 와인 병의 캡슐을 돌려보는 것도 질 좋은 와인을 고르는 방법이다. 좌우로 매끄럽게 돌아가지 않으면 와인이 오염되고 코르크가 손상되면서 내용물이 흘러 캡슐이 병에 달라붙은 것일 수 있다.
‘좋은 와인’에 대한 정답은 없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원산지와 포도 품종을 찾는다면 바로 그 와인이 후각과 미각을 깨울 자신만의 ‘신의 물방울’이 된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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