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예진 기자의 호갱 구하기
요즘 화장품 쇼핑 고수들 사이에서는 ‘희귀 뷰티템’ 찾기가 인기다. 희귀 뷰티템은 누구나 쉽게 살 수 있는 국내 제품이 아닌 해외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화장품을 의미한다. 해외 직접구매(해외 온라인 쇼핑몰과 구매대행 사이트에서 제품을 사는 행위)가 보편화되면서 외국 블로그나 유튜브 영상을 보고 제품을 따라 구입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다.
하지만 피부에 직접 닿는 화장품의 경우 공식 수입 제품이 아니어도 안전성엔 문제가 없을까. 지난달 해외직구 홈페이지를 통해 헤어 에센스 스프레이를 산 김민지(31·서울 잠실동)씨는 “색다른 향을 내는 제품을 찾다가 국내에서는 구하기 힘든 미국 제품을 구입했는데, 2주간 사용해 보니 두피가 빨갛게 일어나고 가려워서 병원에 다닌다”며 “국내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어디에 하소연도 못한다”고 말했다.
해외직구 물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검사 등의 관리를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국내 ‘화장품 안전기준’에 어긋난 해외직구 제품이 버젓이 판매되면서 안전성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한국소비자원은 해외직구 화장품에서 유해 물질이 발견됐다는 자료를 발표했다. 한국소비자원이 스프레이·미스트 등 해외직구 화장품 14개 제품에 대해 안전성을 조사한 결과 살균 보존제 성분인 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CMIT)이 1개 제품에서, 또 메칠이소치아졸리논(MIT) 성분이 3개 제품에서 검출됐다.
국내 화장품 안전기준에 따르면 씻어내는 제품에 한해 CMIT 성분은 농도 0.0015%, MIT 성분은 0.01%까지 사용될 수 있고 씻어내지 않는 화장품은 두 성분 모두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CMIT가 나온 한 제품은 4.6㎎/㎏, MIT는 세 제품에서 1.7~53㎎/㎏이 나와 모두 국내 기준치를 넘겼다. CMIT와 MIT는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도 사용됐던 성분으로 피부에 노출되면 발진과 알레르기 증상 등을 일으킬 수 있다.
김도윤 한국소비자원 조사관은 “해외직구 화장품을 검색했을 때 상위에 나오는 인기 제품 중에서 무작위로 14개 제품을 선택해 안전성을 조사한 결과”라며 “이처럼 국내에 유통되지 않아야 하는 제품들이 해외직구를 통해 판매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물론 모든 해외직구 화장품이 유해 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 브랜드라도 몇몇 제품에는 들어가고, 또 다른 제품에는 유해 물질이 없는 것처럼 다양하다. 결국 안전한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제품마다 각각의 성분을 꼼꼼히 따져보는 수밖에 없다. 보통 국내 제품을 매장에서 구입할 때는 제품에 표기된 성분을 바로 확인할 수 있지만 제품을 보지 않고 구입하는 해외직구인 경우엔 해당 상품의 성분(Ingredients) 항목을 온라인에서 찾아 확인해야 한다.
기자가 화장품 해외직구 온라인 홈쇼핑 사이트 6곳을 직접 찾아본 결과, ‘월그린’ ‘아이허브’ ‘이케미스트’ ‘세포라’의 경우 판매하는 화장품의 성분을 상품별로 표기해 구입하기 전에 바로 해당 홈페이지에서 유해 성분 유무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해외직구 사이트인 ‘삭스 피프스 에비뉴’ ‘아마존’ 경우엔 성분 정보가 없었다. 이 경우엔 사고자 하는 제품의 브랜드 공식 홈페이지를 추가로 찾아가서 성분을 살펴야 한다.
CMIT와 MIT의 영문 이름을 미리 알아두는 것도 도움된다. 해외 홈페이지에는 CMIT가 ‘Chloromethylisothiazolinone’으로, MIT는 ‘Methylisothiazolinone’으로 적혀 있다. 윤지상 식약처 대변인실 주무관은 “공식 수입 제품인 경우 식약처에서 제품 안전성을 조사하는 수거 검사를 진행한다”며 “우리나라는 유럽과 같은 화장품 안전기준을 따르는데 이외의 나라에선 국가별로 관리 규정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공식 수입 제품이 아니면 구입 전에 성분을 꼼꼼히 비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해외직구로 화장품을 구입할 때는 영어로 된 사용 후기를 번역하기 전에 구입하려는 제품에 어떤 성분이 들어 있는지 먼저 확인하는 것을 잊지 말자. 그러지 않으면 긴 배송 기간을 기다려 받은 해외 제품을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하고 버려야 하는 ‘호갱’이 될 수 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