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봐도 통한다, SNS 인연

소셜 공동체 문화 확산

by 라예진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방법이 다양해지고 있다. 종전엔 가까운 회사 동료, 이웃, 친구와 만나는 모임이 전부였다면 이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처음 보는 사람과도 쉽게 모일 수 있다. 공통적인 화제를 갖고 부정기적으로 모였다 헤어지는 소셜 모임이 새로운 ‘공동체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정기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동호회 활동은 어딘가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해서 혼자 여가시간을 보내기 싫은 사람이 모여 색다른 만남을 즐긴다.

“자기 소개부터 할까요?” 한 테이블에 앉은 5명이 차례대로 자신을 소개한다. 10분 정도의 소개가 끝나고 모임을 기획한 ‘모임지기’가 일어나 본격적으로 천연화장품 만드는 방법을 설명한다. 간단한 재료와 기구를 사용해 화장품을 만들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간다. 수분 크림부터 입술을 보호해주는 립밤까지 만든 후 자신이 만든 화장품을 하나씩 손에 쥐고 짤막한 인사와 함께 헤어진다.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한 오피스텔에서 두 시간 동안 진행된 ‘천연화장품 만들기’ 모임의 모습이다. 서로 모르는 사이지만 ‘천연화장품’이라는 하나의 관심사로 연락하고 모였다.


관심사·취미 같은 사람끼리 번개모임

이런 유형의 소셜 공동체는 함께 밥을 먹는 행위인 ‘소셜 다이닝(Social Dining)’으로 시작했다. 혼자 사는 싱글 가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모임의 주제도 다양해졌다. 모임을 기획하는 진행자는 혼자서는 쉽게할 수 없는 활동을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천연화장품 만들기’ 모임을 진행한 회사원 이연실(41·여)씨는 “작은 로션이나 크림을 만들기 위해 매번 많은 재료를 사기가 부담스러웠는데, 모임을 통해 여러 사람과 함께 재료를 사고 이를 나눠 사용할 수 있다”며 “참석자 모두 천연제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어서 서로 새로운 제품이나 정보를 교류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 같은 모임을 만들고 찾을 수 있는 온라인 사이트 ‘집밥’에서 현재 진행 중인 모임 수는 210여 가지나 된다.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박성복 교수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서비스가 발달하면서 공동체 형태가 학연, 지연, 혈연 중심에서 취미 혹은 필요로 하는 정보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며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에게 여가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해외에선 SNS를 통한 모임이 꽤 익숙한 문화다. 캐나다의 원로 사회학자인 배리 웰먼(Barry Wellman)은 이미 10여 년 전에 “지역 중심의 폐쇄적인 공동체에서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한 참여, 공유가 자유로운 개방적인 사회관계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180여 나라 국민 정보 교류의 장 ‘Meetup’

실제 네덜란드에선 집 앞에 나무의자 벤치를 놓고 ‘무서운 이야기 나누기’ ‘살사댄스 배우기’ ‘뜨개질 배우기’ 등을 함께 할 사람을 찾는 온라인 사이트인 ‘Benches Collective’가 있다. 이 사이트의 페이스북에 오른 ‘좋아요’가 4000여 개를 넘으면서 네덜란드 전역에서 인기를 끌며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주요 매개체가 됐다.

세계적으로 운영되는 온라인 사이트도 있다. 온라인 사이트 ‘Meetup’은 미국에서 처음 시작했지만 현재는 영국, 독일, 호주, 일본 등 세계180여 개국에서 운영 중이다. 사이트는 이용하는 사람의 위치를 자동으로 인식하는 기능이 있어 어느 나라에서나 현재 위치한 곳에서 열리는 모임을 한눈에 보여준다.


회사원 여한결(30)씨는 “혼자 유럽여행을 할 때 사이트를 통해 맥주 한잔 할 모임을 만들었다”며 “서로 여행 이야기를 하며 쓰지 않은 박물관 입장권이나 기한이 남은 쿠폰 등을 나누기도 했다”고 말했다.


청년여가연구소 정은빈 소장은 소셜 모임에 대해 “가끔 기업 홍보와 같은 다른 목적을 위해 소셜 모임을 이용하는 사람이 있다”며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주제가 분명한 모임을 선택하고 이전에 진행한 모임 후기나 활동 사진을 미리 확인한 후 참여한다”고 당부했다.


글=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사진=서보형 객원기자

[출처: 중앙일보] 소셜 공동체 문화 확산

http://news.joins.com/article/18468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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