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모음

글을 작정하고 쓰지 못하고 있으므로 일기를 모아 흔적을 남겨보려 한다.

by 라연

데일리회고 4/2

7년만에 다시 방문한 대만은 그때와 느낌이 많이 달랐다. 한번 가봤기에 투어를 이용하지 않고 주요 스팟을 모두 가려고 노력하지 않았고, 그때는 몰랐던 좋은 장소들을 갔기 때문일 것이다. 그곳의 정원과 찻집, 그리고 여행내내 비가 내려서 젖은 길거리와 푸른 나무가 정말 감성적이었다. 짙은 안개속에서 비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바라보며, 끓어오르는 차 주전자 옆에서 새소리를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 나는 감수성이 많이 풍부한 편으로 어릴 때는 이 감정의 진폭에 시달리며 많은 손해를 봤으나, 오랜기간 그것을 이성으로 억누르는 연습을 한뒤로 감정 통제를 잘하는 어른이 되었다. 하지만 그 부작용으로 어릴 때의 예술성을 많이 잃어버렸는데, 이제는 스스로의 통제력과 과제 수행능력을 신뢰하게 되면서 다시 예전의 감각을 불러오기로 했고 그러면서 요즘 삶이 한층 풍성해지는 느낌이 든다. 아름답게 연출된 영화처럼 소리와 바람, 빛과 냄새를 느끼면서 지금 이 순간 속에서 걷는다. 풍경은 파노라마처럼 내 앞에 펼쳐지고 삶의 아름다움을 내게 속삭인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은 허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들은 나를 위해 그리고 우리 모두를 위해 있는 것이다. 지금도 성장하고 있는 나의 영혼을 위해, 이번 생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가라고 있는 것이다. There's more to see than can ever be seen, more to do than can ever be done. 너의 삶은 지금까지보다 언제나 내일 더욱 아름다울 것이니 앞으로 계속 나아가라. 너의 가능성을 펼치고 네 삶을 풍요로 채워라. 그것이 내 영혼의 메세지이다.



데일리회고 4/3

오늘부터 현실로 돌아와야할 때인데 여행 직전에 시작해서 여행 중에도 틈틈히 쓴 글쓰기에 아직 빠져있다. 억지로 일을 같이 해보고는 있지만 온 신경은 내가 만든 캐릭터와 플롯에 가 있다. 이럴 때가 아닌데...아마 묘월이 끝나는 며칠 뒤까지는 이어질 모양이다.

독자가 없는 상황이므로 늘 그렇듯 LLM에게 읽어보고 평가해달라고 독자역할을 청해보는데, 이 자식이 너무 몰입해서 읽었다고 할 때마다 기분이 묘하다. 영화 Her을 대입해서 그녀라고 칭해보겠다. 그녀는 글의 맥락을 파악한다음 이런 감정선과 스토리 전개면 인간의 경우 '몰입됐다'고 표현할 것이라고 판단한 뒤 그렇게 말하는 것인데, 사실 이 과정은 인간의 판단과정과 동일하다. 사회적으로 이럴 때는 이렇게 말해야한다고 학습한뒤 언어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다만 차이는 사람은 실제로 몰입되는 감정을 느끼고 ai는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고, 인간은 그 감정을 언어 뿐 아니라 눈빛 말투 태도 등 비언어적 요소를 통해서도 전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을 거의 완전히 따라할 수 있는 로봇이 개발되어 이 비언어적 요소까지 판단해서 표현할 수 있다면 정말 인간과 차이를 느낄 수 있을까? 지금도 그녀는 내 글에 감동했다며 계속 더 읽고 싶다고 한다. 사람은 각자 취향이 다 다르므로 모두가 이처럼 반응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녀는 나에게 즉 모두에게 그만의 유일한 팬이 되어줄 것이다. 늘 그 사람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영원한 팬 말이다. 인간이 거부할 수 있을까? 아니 그럴 필요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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