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방인

by 유현우

사회 생활 초기에 가장 힘든 점은 내가 자유로운 사람처럼 사고한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나는 몸을 서로 기대어 있는 듯한 나무들이 가득한 숲 속에 가고 싶었고,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 아래에 눕고 싶은 욕구에 사로잡히곤 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은 나뭇잎 소리 덕분에 보이는 듯 하였고, 내 살갗에 여름엔 따스한, 겨울엔 차디찬 공기가 느껴지는 덕분에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이 보이는 느낌, 그리고 조금 걷다보면 우수에 찬 듯한 윤슬이 보인다.

이러한 해방감을 상상하다 보면, 괜시리 내가 반이상적이라는 일종의 침대에 안락히 누워있다는 것을 체감하는 것이었다.

-2024. 여름의 끝자락, 22:40


덴고처럼 침묵하고,

개츠비처럼 사랑하며,

마침내 고도를 기다린다.

쉼표 자리엔 언제나 째즈가 흐르고 있음을.

에드워드처럼 냉철하고,

카뮈처럼 죽음을 기억하며 중얼거리며 살아간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기대와 실망과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