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 기살리기

by 유현우

나는 "최고의 동반자"인 와이프 친구들 모임에서 계산한 뒤 그들로부터 폭죽과 같은 환호와 박수갈채가 뒤섞인 호응을 받는 그 순간을 즐긴다. 그 순간 꾹 다문 입술을 비집고 나오려고 뿌듯하지만 아닌 척하는 미소는 마치 45회 청룡 영화상 남우주연상 수상자 황정민 배우의 명예로움, 쌓아온 명성으로부터 나오는 검증된 미소와 같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사실, 남들과 비교하는 삶, 으스대는 삶을 강력히 지양하며 살아온 나지만 우리 와이프의 기를 살릴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가 이 순간이지 않을까 싶은 이유 때문에 하는 행동이기도 하다.


그리고 난 이 모임에 참석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 와이프 친구들은 내게 빈말은 확실히 아닌 외모 칭찬을 진심으로 해주는 덕분에 자존감이라는 깃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참석하려 애를 쓴다. 이번 연말 모임에도 반드시 참석해 연간 구겨진 자존감을 힘껏 세우고 내년을 기다리며 살아가기로 했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와이프, 그녀의 친구들 또한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음을 오늘 새삼 더욱 느낀 하루였다.


개중에 영주는 내가 그녀의 정신적 지주와도 같다. 그녀는 언제나 칭찬 인사로 내게 말을 먼저 건다. "형부는 어쩜 이렇게 잘생기셨어요. 저도 주변에 형부 같은 미모의 남자 소개 좀 해줘 봐요."라는 식이다. 아, 거짓말 아니다. 우리 와이프도 내 외모를 볼 때면 치솟던 화도 가라앉는다며 지그시 바라보면서 얘기해 준 일화를 굳이 꺼내고 싶지는 않다. 어찌 됐든, 영주는 오늘도 기분 좋게 내게 말을 건넸다.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녀는 고민이 날이 갈수록 깊어만 간다며 운을 뗐다. 가정사부터 연애, 개인 커리어. 문제에 시달렸던, 시달리는 그녀가 딱해 보였기에 나만의 경험 데이터와 책, 챗지피티, 전문가의 견해를 곁들이며 그녀의 고민을 같이 해결해 나아갔다. 그녀는 이상하리만큼 지난날보다 더욱 내게 격한 공감의 끄덕거림, 말이 끝나기 무섭게 끝말을 이어 붙이는 말도 병행했다. 난 그저 그녀가 많이 고생했기에 이렇게 격한 반응을 했다고만 생각하고 말았다.


영주의 고민은 성공적으로 해결되었고, 모두와 자존감을 세우고 인사를 나눈 뒤 나와 와이프는 집으로 돌아갔다. 어두운 술집, 어두운 차 안, 어두운 아파트 복도를 지나 마침내 밝은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선 우리. 와이프는 그제야 내 얼굴을 밝은 눈빛 조명을 켠 채 바라본다. 그녀는 경악의 미간을 찌푸리며 내게 당황함이 묻어난 목소리로 말을 건다.


"오빠.. 코 안에 아니, 코딱지 엄청 커! 이거 언제부터 있었어?"


영주의 고민은 성공적으로 해결된 것이 틀림없다. 그날 이후로 영주는 내게 고민을 털어놓지 않았다. 칭찬 인사조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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