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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있는 나날

by 유현우

탓하기 전, 주어진 상황에 있어서 자기 나름의 ‘확고한 소신’이 흔들리진 않았는지. 스스로 단언할 수 있는 순간부터 한 번의 기회가 찾아오게 되어 있다.


타인에 대한 ‘이유 없는 행동’은 신뢰를 잃기 마련이다. 여기서 말하는 타인은 공과 사 모든 주어진 시간 속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을 아우른다.


타인과 나의 추구하는 방향이 다소 어긋났다는 것을 인지했을 때, 타인에 대한 나의 신뢰 척도에 따라 내 생각을 명확하게 설명하는 일은 비례한 결과로 나타난다.


억측일지도 모르지만, 자기 나름의 확고한 소신을 흔들어 놓았다면 내 생각을 명확하게 설명하기에도 너무 복잡하기에 굳이. 그래서 그저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만 대꾸하기로 한다.


“당신의 말이 옳습니다.”



또한, 날씨만 허락하면 ‘확고한 곳’으로 향하는 나를 발견해야 한다. 때로 자신은 업의 품위(혹은 소신)를 위해 헌신했으나 인간, 나로서의 품위를 아직 갖지 못했을 때(혹은 소신이 흔들릴 때) 그곳으로 향하고 머물러야 한다.


때로 후회하고 방황하지만 그곳이 나의 자리임을 알고 만족했을 때, 비로소 나는 나만의 삶을 ‘살았다’라고 말할 수 있겠더라. 결국 하루 중 가장 좋은 때인 저녁에 황홀하고 편안히 지나간 수많은 현재를 돌아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인생의 황혼 녘에야 일과 사랑의 참된 의미를 깨닫지 못해 허망함, 후회를 하고 싶지 않았다. 땅거미 질 무렵, 황혼의 시간 그러니까 ‘저녁’이 하루 중 가장 좋은 때라 나는 생각한다. 어느 날, 저녁 날씨만 허락하면 나만의 ‘확고한 곳’으로 향하는 나를 발견했다.

합정 ‘철스뮤직’이 내게 그런 곳이었다. 내 하루의 일을 끝내고 지친 내색하지 않으며 오롯이 나를 위한 곳이었음을, 그 시간은 피 끓는 청춘의 시간이었다. “누군가 나를 붙잡고 하루 중 가장 좋은 때가 언제냐고 묻는다면, 저녁이라고 말할 것이다.”



모두가 환호하는 공간에서 느꼈던 감정과는 사뭇 다른 ‘확고한 곳’을 만들고 싶었다. 어쩌면 나같은 사람이 한 명 쯤은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나는 저녁을 책임지는 일을 택하고 살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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