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착각과 척

by 유현우

이 감정에 대한 나의 느낌은 오묘한 것이었다. 그녀가 벤티 사이즈를 불러일으킨 것은 욕망, 열광, 쾌감은 전혀 아니었으며 내가 생각하기에 무어라 규정할 수 없지만, 마치 나는 늘 벤티를 주문해 왔던 것처럼 모호한 슬픔이었다.

오늘도 톨과 벤티를 어김없이 착각하며 살아간다. 그것은 사이렌(스타벅스 로고)의 아름다운 얼굴에 대한 질투 때문인지, 아니면 사이렌이 지금 내 것이 아니며, 앞으로도 결연한 거부의 자세 덕분에 타인으로 생각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사이렌의 울부짖는 목소리가 톨 사이즈는 불필요하고 무상한 것이라며 팔꿈치로 쿡 찌르듯 느끼게 했기 때문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일이다. 어쩌면 이 모호한 슬픔은 진정 아름다움을 인정할 때 나의 가슴 속 깊이 아로새겨진 특별한 감정일지도 모른다.

누가 알겠는가. 난 오늘도 다 마셨다. 늘 그랬던 것처럼.

매거진의 이전글빅터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