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재채기를 막을 수 있는 법

by 유현우

체호프의 단편 <관리의 죽음>을 틈만 나면 읽는다. 한가로운 어느 멋진 저녁 나는 어김없이 찾아온 찰나의 틈 사이를 비집고 읽어냈다. 그런데 갑자기 코가 간지럽기 시작했다. 눈과 코 그리고 입을 바르르 떨어대며 보다시피 적확한 재채기가 나오기 일보 직전이었다.

“파인애플!”

소담이 내 어깨를 툭 치며 ‘파인애플’ 외마디를 건넨다. 그러고는 보다시피 재채기를 하지 않고 멍하니 그녀의 눈을 바라볼 뿐이었다. 머쓱했다. 킁. 그 누구라도, 그 어디에서라도 재채기를 막을 수 없는 법이라며 소설 속 멋진 회계원 이반 드미트리치 체르뱌코프의 말은 거짓이었단 말인가.

어느 멋진 저녁, 이에 못지않게 멋진 회계원 이반 드미트리치 체르뱌코프는 객석 두 번째 줄에 앉아 오페라 공연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이도 나와 같이 재채기가 나오기 일보가 직전인 상황 그러니까 얼굴을 찡그리더니 눈을 희번덕거리며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체르뱌코프는 관람 중에 장군의 뒤통수에 대고 재채기를 해버리고 만다. 나와 다른 점은 소담 같은 사람과 공연을 같이 보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1883년 이 소설이 발표되고 142년이 흘렀다. 100년 사이에 그 누구라도, 그 어디에서라도 재채기를 막을 수 있는 법이 생겨난 것이다. 놀랍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April In Paris-로라 앙글라드, 델로니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