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을 통과하면서 평범하게 회사를 다니다 보니 내가 뭘 좋아할까, 뭘 잘할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되었는데 이것저것 생각해 보다가 그중에 글쓰기가 생각났다. 큰 부담이 될 노력이 들어갈 것도 아닌 것 같고,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그냥 내 이야기를 자유롭게 쓰면 되겠지 하는 생각에.
처음엔 X를 이용해서 글을 올릴까 했는데 글자수 제한에 불편해서 (무료 계정) 생각난 게 브런치다.
브런치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써 본 적은 없었다. 일단 뭐든 시작하고 해 보는 게 좋다는 수많은 명언들을 기억하면서 그냥 생각나는 글들을 좀 써봤다.
큰 노력이 들어가지는 않았다. 힘을 쫙 빼고 수필이라는 단어 그대로 그냥 키보드가 가는 대로 써봤다. 그냥 수월하게 잘 써졌다. 물론 잘 쓴 글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렇게 글 3편을 뚝딱 몇 시간 아니 아마 몇 분 만에 썼다.
그리고 며칠 후에 또 브런치에 들어왔는데 작가 신청이라는 게 있어서 한번 해볼까 하고 소개 등등 쓰고 며칠 전에 썼던 글 3편을 첨부해서 올려서 신청했다. 그야말로 번갯불 콩 볶듯이.
신청 후에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생각보다 브런치 작가 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브런치 작가 되는 법에 관하여 쓴 블로그, 브런치도 많고 심지어 몇십 번을 도전해서 작가가 되었다는 기쁨의 글들도 많았다. 탈락하는 사람은 이유도 모르고 계속 탈락한다는 한탄의 글들도 있었다. 합격한 글들, 실제로 브런치 작가들이 쓴 이런저런 브런치 글들을 보니 글의 분량도 길고 내용도 많았다. 게다가 여러 가지 사진에, 예쁜 그림들 등등.
역시나 세상에 쉬운 일은 없구나. 나처럼 이렇게 순식간에 글 3편 대충 쓰고 성의 없이 신청하면 그냥 광탈이겠지 하면서 좀 더 손을 봐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소개도 좀 그럴듯하게 쓰고, 글도 좀 더 다듬고, 사진도 좀 넣고 등등...
조금 해보려다가.. 에이 뭐 크게 손대기도 어렵고 귀찮기도 하고 그냥 뒀다. 만약 떨어지고 또 브런치 작가 생각이 나면 그때 좀 더 보충해 보지 뭐. 사실 떨어지면 다시 시도는 안 할 것 같기는 했다.
그렇게 금요일 오후에 신청해서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이 되었는데 오후 2시쯤에 브런치 공지가 와 있었다.
엥? 합격한 건가? 이렇게 쉽게?
그저 운이 좋았던 걸 수도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결국 내 글이 나름대로 가능성을 보였다는 얘기일 거다. 자부심을 가져도 되려나. 그렇게 애를 쓰는 사람들이 노력해도 안된다는 많은 수기들을 본 입장에서 솔직히 조금 미안한 생각도 든다. 하지만 어찌 됐든 결과는 나왔고 난 공식적으로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큰 성취를 느끼기 어려운 일상 가운데에 모처럼 나에게 주어진 성취감이 마음을 리프레시해 준다.
이제 글을 쓰는 일만 남았다. 브런치 작가가 되기 위하여 애를 쓰는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나의 볼 품 없는 글 3편을 보고 조그마한 가능성을 기대한 심사 위원들을 생각하면서 글을 써봐야겠다.
-PS-
브런치 글들을 보면 브런치 작가 합격 수기가 있던데 이 글을 보고 혹시나 도움이 될까 기대하는 분이 있다면 나의 글 3편을 보시고 아 이런 허접한 글 3편으로 합격이 될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을 가지시길. (매미 소리가 안 들린다, 강아지풀, 투루판 : 추후 발행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