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단상
강아지풀
-김구연
오요요
오요요
불러볼까요.
보송보송
털 세우고
몸을 흔드는.
강아지풀
강아지풀
불러 볼까요.
요즘 길을 다니다 보면 강아지풀이 많이 보인다. 원래 많았었는지, 아니면 요새 많아진 건지는 모르겠다. 몇 주전부터 그렇게 많은 강아지풀이 길가에 피어 있는 게 내 눈에 들어온다.
아이가 아빠 손 잡고 유치원 등원할 때 종종 강아지풀을 따다가 스스로 간질간질해보고, 나중에 엄마 선물 준다고 가방에 넣어가곤 했는데, 그즈음을 계기로 어느샌가 내 눈에 수많은 강아지풀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실 그냥 객관적으로 보면, 쓸모없는 잡풀이 풀밭은 뒤덮고 있는, 그리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일 수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보이겠지만 내게는 이 강아지풀들이 또 다른 유년 시절의 기억과 맞닿아 있다.
아마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일 것 같다. 아빠가 동시 책을 사주시면서 여기 있는 동시들을 외우면 보상으로 100원(?) - 액수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 을 주신다고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런저런 동시들을 나름대로 외우고 상을 받으려고 했다. 그런데 내가 외웠던 동시들 중에 아직도 기억이 나는 동시가 바로 이 '강아지풀'이다.
무려 40년 가까이 되었는데 아직 기억이 나는 걸 보면 내 머릿속 깊숙한 곳에 박혀서 평생 잊히지 않게 된 것 같다. 어렸을 때야 이 동시의 맛을 몰랐지만 커서 가끔 생각날 때 되뇌어 보면 입에 착 달라붙고 참 예쁜 시다. 특히 '오요요'라는 의태어(?)와 전체적으로 노래같이 다가오는 운율 때문에 내 기억 속에 깊숙이 자리 잡았나 보다.
이 동시를 읊으면서 강아지풀들을 바라보면 참 예뻐 보인다.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오요요 오요요 하고 소리를 내는 것만 같다.
나이가 들었나.
요새는 들 꽃들, 들 풀들에 눈이 많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