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는 계절
이번주부터 부쩍이나 날씨가 선선해졌다.
선선해졌다고 하기에는 여전히 많이 덥다. 그동안 워낙 더워서 새벽시간에 잠시라도 에어컨을 끌 수 있는 상태가 된 정도다. 그래도 많이 시원하게 느껴진다.
사실 난 지난주부터인가 이미 계절 변화를 느꼈다.
아침에 일어나서 거실에 나왔는데 뭔가 분위기가 이상했다. 응? 뭐가 달라진 건가? 그냥 나만의 느낌인가?
잠깐 고민하다가 이내 알아차렸다. 거실이 매우 조용했던 것이다.
그동안 그냥 익숙해져서 잘 알아차리지 못했던 건 귀가 따갑게 울어대는 매미소리였다. 아침에 일어나서 거실에 나오면 이미 매미들은 울음 경연대회가 한창이었다. 그냥 그 소리가 익숙해서 무슨 소리가 나고 있는지조차 인식을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소리가 없어지니까 바로 느껴졌던 거다. 뭔가 이상하네.
그리고 그 이상함이 어디서 온 건지 잠깐의 고민이 필요했다.
매미소리가 그동안 그렇게 크고 시끄러웠나 싶을 정도로 우리 집 거실이 조용해졌다. 아늑하고 편안해졌다.
하지만 그 한편으로는 역시나 가을 느낌 특유의 쓸쓸함이 묻어 있었다. 이렇게 또 한 해가 저물어 가는구나.
매미 소리가 나지 않을 때 다가오는 쓸쓸함은 단지 세월의 흐름을 인식하게 되는 것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매미라는 생명 자체에서 오는 쓸쓸함이 있다.
정확한 과학적 사실은 잘 모르겠지만, 꽤 오랜 기간을 땅 속에서 유충으로 살다가 잠깐 동안 그렇게 모든 것을 다 쏟아부을 듯이 울고서 세상을 떠난다고 한다. 인생의 덧없음과 매치하는 건 너무 감상적인가.
매미는 무엇 때문에 그렇게 울었을까. 생존과 번식을 위해서 자신이 할 일을 했을 뿐인가. 그 짧은 시간을 위해서 오랜 기간 땅 속에서 준비한 것일까.
생각해 보면 우리 인생도 삶의 많은 부분은 그저 묵묵히 일하며, 아이를 키우며 하루하루 채워지는 듯하다. 젊은 시절 한창 일하고 아이 다 키우고 나면 어느덧 황혼의 시간이 다가오고 어쩌면 우리는 그때부터 매미처럼 울어대기 시작해야 하는 건지 모른다. 그 짧은 울음의 시간이 우리 인생의 전성기일지도.
이렇게 또 매미의 시간들이 가고 세월이 흘러 한 해가 저문다. 그리고 지금 땅 속에는 새로운 삶을 위해 한창 마무리 준비를 하고 있을 매미들이 있을 것이다. 내년 이 맘 때를 꿈꾸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