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들은 진짜 잘났다. 죄다 멋지다. 다들 스스로 원하는 공부를 하고, 직업을 향해 노력하거나, 이미 한 자리를 꿰차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다. 조금씩 각자의 분야에 더 깊숙이 자리해가는 친구들이 너무 멋져서 한번쯤은 내 멋진 친구들을 모조리 열거해보고 싶다.
친구가 일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본 적이 있다. 통대생인 친구가 동시통역을 연습하는 모습이었다. 이어폰에 귀를 기울여가며 문장을 완성시키는 모습이 굉장히 신기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어쩌고 하면서 국제 정치 현장에 뛰어든 듯한 그 장면을 넋을 놓고 쳐다보았다. 한 친구는 버얼써 대리 직책을 달았다. 일찍부터 일을 시작했고, 험한 회사에 들어가 온갖 고생을 다 견뎌낸 결과였다. 물론, 결과지만 종결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 다음 새로운 시작이 펼쳐지는 거지. 그 친구는 얼마나 승승장구하고, 또 그 분야에서 활약해나갈까?
친구의 멋진 시간들을 지켜보며 너무나 행복하지만, 미완성의 내 모습을 돌이켜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아직 내가 특정한 분야에 단단히 발을 딛고 뿌리내리지 않아서 더욱 그렇다. 나는 굉장히 설익은 나머지, 어떤 색으로 어떤 모양으로 열매를 피워낼 수 있을지 모른다. 큼직한 한 방일지, 알알이 맺힌 여러 결실일지. 영상으로 점철된 시대에 글로 뜻을 전달하는 건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일인지. 그래서 친구를 향한 나의 박수는 순도가 높지 않은 편이다.
기똥차게 글을 잘 쓰는 친구들에게는 유독 미안한 마음이 크다. 이들의 멋짐을 온전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감탄해줄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마음 한 켠에는 질투와 시기가 솟구치고, 다른 한 켠에는 스스로에 대한 낙담과 좌절이 뭉게뭉게 퍼진다. 문장 하나하나 밑줄 쳐 가며 이들의 문장력과 표현력과 통찰에 환호하는 동시에, 나의 무능을 꼬집는다. 넌 왜 저렇게 못하니.
뜽귱이 이들의 글을 보고 감탄할 때면, 기꺼이 그 감탄을 전달한다. 당신의 글이 또 한 명을 사로잡았다고, 내가 누누이 말했듯 당신의 글은 이토록 특별하고 근사하다고. 내가 찬사해왔던 글을 다른 누군가가 알아주는 건 기쁜 일이다. 감탄을 맞붙이면 불꽃놀이처럼 환호가 튄다. 공감의 즐거움과 동경의 흥분 사이에서 함께 허우적댄다. 내가 자꾸만 내 감탄을 공유하고 전달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으로 어떤 시커먼 감정들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은 몰랐겠지. 나는 뜽귱의 감탄에 “그치? 정말 대단하지?”라고 신나게 말하곤 곧바로 그를 째려보았다. 그리고 침울한 내색을 비쳤다. 뜽귱에게는 내 글에 감탄하지 않고도 친구의 글에 감탄할 수 있는 솔직함이 있다. 그는 천진난만한 독자다. 그러니 이리도 진한 패배감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 내 글은 독자의 순수한 탄식을 불러일으키는 데 실패했다. 친구들의 글을 사랑함과 동시에 내 글을 미워하는 그 간극은 대단히 쓰고 떫다.
내 이중적인 반응에 뜽귱이 나를 달래려 애썼다. 내 노력을 짚어주고 성장 가능성을 돋보기처럼 확대해 보여주었다. 그래서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건 앞으로 달려나갈 공간이 많다는 사실임을 겨우 떠올렸다. 힘차게 해나갈 일들이 눈앞에 펼쳐져 있으니 하나씩 짚어가면 되고, 목표가 아직 건재하니 길만큼은 잃지 않을 것이다. 기대감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이유를 한아름 안고 있는 셈이다.
내가 나를 채워가고 있음은 분명하다. 공부도 하고, 습작도 쓰고, 며칠 전에는 잊고 싶지 않은 문장들을 필사하기로 다짐했다. 어떤 감정의 둑을 무너뜨리고 마는 문장들, 냉철한 시선에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문장들, 무엇보다도 욕심 나고 가져버리고 싶은 문장들. 내가 최근 유독 타인의 문장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 문장을 다듬는다는 게 무엇인지 배워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문장에 대해 고민하는 나를 위해 친구가 한 책을 소개해주었다. 내가 글을 쓰는 스타일을 생각해봤을 때 참고할 만한 책인 것 같다고. 좋아하는 작가님들의 토크 콘서트에서 추천 받은 칼럼니스트도 있다. 아직은 많은 글을 탐독하며 문장을 파헤쳐나가야 하는 때인가보다.
여전히 남의 대단한 글을 보면 감탄하고 박수치는 동시에 위축되고 시기하게 되지만, 나는 나대로 나아가고 있다. 그래서 친구의 멋짐을 기꺼워할 수 있는 걸지도 모른다. 너도 나도 앞으로 열심히 헤쳐 나가고 있는 거니까.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언제든 손 잡을 수 있는 사이. 이들이 있어서 땅을 박차고 걸음을 옮길 수 있다. 그 동력이 부러움과 시기여도, 날 움직이게 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렇다… 이 글은 친구에 대한 헌사로 가장한 나를 달래는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