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하는 여행은 나를 거스르지 않는다.

내 심장박동에 맞춰 걷기

by 라영이


거리를 걷고 있다. 멍하니 두리번거리며 산책하듯 걷는 것이 아니라, 지도를 보고 목적지를 향해 걷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숨이 가쁘고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다리도 조금씩 아려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뭐가 급해서 이렇게 걷고 있지?’ 이 의문이 떠오른 순간, 바로 이어 이유도 알아졌다. 마치 약속 있는 사람처럼, 빨리 쳐내야 할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왜 내 걸음이 바람을 일으켜 목 한 켠에 싸늘한 느낌이 들 정도로 빠르게 걷고 있는지.




일단 이어폰을 뽑았다. 순간, 조용한 바람이 내 귀에 스며들었다. 귀에 들려오는 다른 강연 소리에 집중하다 보니, 현장의 여유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이 순간을 오롯이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모든 감각을 내게로 돌리기로 했다. 청각 또한 다른 소리로 막지 않고, 내 감각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자 속도가 자연스레 느려졌다. 천천히 걸을 수 있게 되었다. 감각이 모여 내 안에 집중되며, 내 기본 심장박동을 뛰어넘는 속도로 걷지 않고, 내 팔과 다리의 근육이 마치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천천히 걸었다.


그 순간, 바람 소리도, 알아듣지 못하는 예쁜 억양의 스페인어도 잔잔하게 귀에 들어왔다.




혼자 하는 여행은 나를 거스르지 않는다. 억지로 맞추거나, 의도적으로 애쓸 필요가 없다. 편안하고 자연스럽다. 마치 흐르는 물처럼, 내 속도에 맞춰 걷는다.


천천히 심장 박동과 호흡에 귀를 기울이며 걸으면, 몸도 마음도 편안하고, 다리가 아프지도 않다. 물론 더 많이 보려고 마음이 앞서 걸음을 재촉한다면 다리가 아플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선택한 무리일 뿐이다. 혼자 하는 여행은 이처럼 모든 선택이 나의 속도와 리듬에 달려 있다.




누군가의 의견이나, 내 머릿속에 빽빽이 짜둔 계획은 때로 내 몸과 마음의 속도를 거스르곤 한다. 하지만 혼자 여행한다면, 특히 ‘꼭 무언가를 다 봐야 한다’는 집착에서 벗어난다면, 나를 거스르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자연스럽게, 내 몸이 원하는 대로, 내 마음의 속도에 맞춰 걷는다. 그렇게 무리하지 않고 나를 따라가는 여정 속에서는 다리가 아프게 느껴지지 않았다.




지도를 보며 목적지를 향해 걸으면, 걸음이 빨라진다. 걸음에 따라 어깨가 긴장되고 몸이 경직된다. 그걸 인지한 순간, 속도를 확 늦춘다. 몸이 편안해지고, 비로소 여유가 찾아온다.


‘이러려고 여행 온 건데’라는 생각이 든다. 여행은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이 온다.




지금 내게 필요했던 여행은 바로 이런 것이다. 또, 지금 내 삶에 필요한 순간도 아마 이런 여유일 것이다.


24.11.25.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평온하고 상쾌한 톨레도의 아침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