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 마주한 어둠과 불안
아름다운 톨레도 야경, 하지만 '낯선', '혼자', '어둠'은 무섭다.
여행지에서 높은 곳에 올라 야경을 보는 건 늘 환상적이다. 이번에도 톨레도의 전망대에 해가 지기 전에 올라 낮의 풍경과 노을, 야경, 그리고 성당에 불이 들어오는 모습을 모두 보고 싶었다. 그래서 톨레도를 조금 일찍 돌아보고, 카페에서 해 지는 시간을 기다리기로 했다. 등산을 할지, 택시를 탈지, 버스를 탈지 고민했지만, 쌀쌀한 날씨에 교통편을 선택했다. 내 몸과 마음에 거스르지 않기로 했다.
버스를 기다리며 톨레도의 뷰포인트가 아름답다는 많은 리뷰를 떠올렸다. 하지만 주위에는 내가 유일한 여행객인 듯했다. 11월의 화요일이었고, 택시나 호텔을 이용하는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어쨌든 나는 혼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불안이 밀려왔다. 버스 정류장엔 여행객은 없고, 주변엔 낯선 남자들만 있었다. 내 휴대폰 배터리는 25%밖에 남지 않았고, 보조배터리도 다 소진됐다. ‘왜 이 작은 동네에서 지도를 계속 봤지? 왜 게임을 했을까? 왜 보조배터리 하나만?’ 후회가 밀려왔다. 버스는 오지 않았고, 전광판에 ‘다음 버스’라는 글자만 차가운 공기 속에서 깜빡였다. '방금 지나간 버스는 관광버스로 보였는데 혹시 시내버스였나? 그래 주요 관광지니까. 정신 차리고 봤어야 했어. 스페인어도 못하면서 왜 집중 안 한 거야?' 불안이 순식간에 소용돌이쳤다.
문득 생각했다. ‘진짜 야경을 보고 싶었던 걸까? 추위와 어둠을 참으며 기다릴 만큼 내가 원하는 것이었나?’ 결국 버스는 오지 않았다. 나는 그냥 기다리기로 했다. ‘해외여행 처음 해? 서울처럼 정확히 반영되지 않는 경험도 처음도 아니잖아?’ 불안감은 조금 가라앉았다. 차분해지자 해는 이미 지고 있었다. 도시의 불빛은 놓친 듯했지만, 서있는 곳에서 보이는 노을도 아름다웠다. 그리고 사람들이 낯선 남자들이 아니라 하교하는 고등학생들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갑자기 웃음이 터졌다. ‘갑자기 남자가 무섭다고? 한국에서는 생각해 봐 남녀가 어딨어?’ 그들은 그저 자신의 일상을 사는 사람들일 뿐이었다. 그 순간, 옆에서 2살쯤 된 아이가 나를 향해 걸어왔고, 긴장이 풀렸다. 배터리는 25%지만, 숙소까지 돌아가는 데 충분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때, 버스가 도착했다. 불안은 사라지고, 차분한 마음으로 버스에 올랐다. 앉자마자 조금은 기분이 좋아졌고, 감정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쌓였다. 그러나 평안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구글지도를 보고 내릴 뷰포인트에 도달했을 때, 기사님이 스페인어로 무언가 말했다. 내렸지만, 손짓으로 다시 타라는 신호였다. (고등학교 시절 스페인어 대신 중국어를 선택한 걸 후회했다.) 다시 타라는 신호에 타고, 버스는 종점으로 향했다. 불안감이 다시 피어올랐다. 'Protect my peace.' 버스는 달려서 뷰포인트 정류장에서 멈췄다. 걸을 필요도 없이 바로 최종 목적지였다. 이게 구글지도 이상의 정보였다. 물론, 가려던 포인트는 아니었지만, 여행객도 많고 버스를 타면 걸을 필요도 없으니 편했다.
버스가 고장 나 15분 정도 멈췄다. 원래 계획은 1-2시간은 뷰가 잘 보이는 카페에 있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15분이 야경을 보기엔 충분했고, 다음 버스가 한 시간 후에 온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같은 버스를 다시 타고 내려왔다. 버스 고장은 오히려 나에겐 행운이었다.
버스에는 영어를 하는 기사님 친구가 탔다. 내가 기차역으로 가겠다고 하자, 기사님과 그의 친구는 가까운 곳에서 알려주겠다고 했다.
사실 나는 큰 도움을 받았다. 실질적인 위협은 없었고, 작은 상황들이 내 불안을 자극했을 뿐이다.
여러 상황 중 나를 가장 압도한 것은 어둠이었다. 오랜만에 마주한 어둠 속에서 나는 억눌렀던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다. 최근 몇 년 동안, 어둠 속에 혼자 있는 경험이 거의 없었다. 어둠이 주는 무거운 감정은 낯설고 익숙하지 않았다. 과거엔 이런 감정을 부정하고 센 척하며 버텼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나는 두려움과 불안을 마주하며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는 무섭다. 실제적인 위협보다 더 크게 떨고 있다. 꼭 좋은 걸 다 봐야 하는 건 아니지 않을까? 이번 여행에서는 야경을 포기하자. 반짝이는 야경의 즐거움보다 어둠의 공포가 더 큰 것 같아. 나는 내 평안을 지키는 경험을 한 번 더 하는 것이 더욱 만족스러워. 그러니 그리 따르자.'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 어떤 감정도 나에게 허용하는 것. 그것을 배우기로 했다. 그것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소중한 경험이 되기를 바란다.
24.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