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평안, Christmas in Madrid

기록보다 진짜, 내면의 감정을 향해

by 라영이

마드리드에는 크리스마스가 왔다.

여행 계획의 초기 조건 중에 크리스마스 마켓 구경이 있었다. 지난 유럽 여행들에서 봤던 독일, 오스트리아, 헝가리, 체코, 러시아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무척 아름다웠기 때문에.


'여행은 자고로 한국이 추울 때 따뜻한 나라로 가야지' 라던 내 과거 신념은 이미 깨져 있었다. 그렇게 이번에도 겨울의 유럽을 찾아왔다. 그러나 부족한 내 견해와 검색 능력 때문에 스페인, 포르투갈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서유럽이나 동유럽과 조금 다를 거라고 생각했다. 뭐랄까, 환희의 색감이 조금 덜할 것 같았달까.


분명 조금 다르긴 하다. 그런데 무엇이 다른지 아직 정확히는 모르겠다. 지내면서 알게 되겠지.


하지만 여기서 분명해진 게 있다. 나는 여전히 내가 조금 달라졌음을 깨닫는다.


크리스마스 마켓을 잔뜩 찍고, 예쁘다 자랑하고 기록하려던 마음이 사라졌다.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내 심장에서 피어오르는 것에 집중해 왔다. 내 뇌 속에 삽입된 지식, 환경의 영향, 내가 살면서 취했던 가치관조차도 내 심장 근처에 자리 잡은 것 같은 영혼이 뿜어내는 감정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아니, 사실 그 감정이 진짜 나라는 것을 깨달았기에 그것을 좇는 연습을 해야 했고 해 왔다.


지금 나는 내가 나를 허용하고, 나로만 즐기는 시간 속에 있다.

어떤 프로젝트도 아니고, ‘남는 건 사진이지’라는 기록조차도 아니다. 그저 여기서 나는 내 인생의 한 조각인 세 달을 살아내고 있다.


크리스마스 시즌은 여전히 아름답고 에너제틱하다. 하지만 나는 이곳에서 나만의 감정을 누리고 나의 행복을 느낀다.

“오늘도 내가 내 평온을 지켜냈구나!” 하고 느낄 때마다 행복과 자부심이 쌓인다.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다.



24.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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