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여행의 출발
왜 울면서 길을 나섰는가?
아침에 눈을 떴는데 이유 모를 눈물이 흘렀다.
그냥 눈물이 맺힌 정도가 아니라, 나중엔 엉엉 울기까지 했다. 머릿속에는 '여행 가기 싫다.'는 문장이 스멀스멀 떠올랐다. 특별히 슬픈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밤새 무슨 꿈을 꾼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최대한 늑장을 부리고 싶은 마음에, 공항 이동은 택시를 부르기로 했다.
엄마가 "이왕 늦게 나가는 거 밥이라도 새로 해서 먹고 가"라고 하셔서, 흰쌀밥에 갈치구이를 먹었다. 아침을 먹으며 왜 여행이 가기 싫다는 생각이 피어오르는지 고민했다. 이미 몇 달 전에 예약했던 여행이었다. 짐도 다 싸놓았고, 3개월 동안 먹을 약까지 미리 챙겼다. 내과에서 타온 약, 피부과 알레르기약, 혹시 모를 영문진단서까지.
'아, 4박 5일도 아니고... 이걸 취소할 수도 없고...'
출발하는 택시에 오르며 "엄마, 울어서 미안. 잘 갔다 올게."라고 말하면서 또 울었다.
택시 안에서도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기사님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셨다.
"어머니가 많이 편찮으신가 봐요? 엄마 걱정 때문에 우세요?"
그분은 자신도 아흔 넘은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모시고 계신다고 했다. 지난여름, 부부가 베트남 여행을 다녀오셨는데 출발 전에는 '정말 가도 될까' 걱정이 많았다고. 그런데 다녀와 보니 아무 일도 없더라고 하셨다.
"어머니 아직 한창 젊으신 것 같은데, 너무 걱정 마세요."
왜 우는지 묻지 않으셨다. 대신 위로를 건네고자 하는 말들을 차분히 이어가셨다.
눈물의 이유가 엄마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을 뿐, 내 마음이 어려워지고 뒤엉켜서 눈물이 나는 데에 작은 요인은 됐을지도 모르겠다.
누군가 이유도 모른 채 나를 위로하려고 애쓴다는 것. 그 자체로 고맙고 위로가 됐다.
택시에서 내리며 말했다.
"기사님, 택시 안에서 울어서 죄송해요."
어쨌든 여행은 시작됐다. 공항에 도착했지만 설레거나 들뜨는 기분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감정의 방향이 조금씩 달라졌다. 급격히 차분해졌고, 아주 조금은 괜찮아진 느낌이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즐겁거나 평화로운 여행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그냥 내 감정에 진솔한 시간을 보내면 된다고.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울고 싶으면 울고, 재밌으면 했던 걸 또 하고, 그저 그대로.
어떤 여행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 인생의 또 하루를 살아보는 거니까.
여행, 출발합니다.
24.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