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에서의 시간 1.
하고 싶지만 해지지 않던 것을 자연스럽게 한 그 시간
마지막 비행은 2020년 2월이었다. 매번 출장이었던 건 아니지만, 비행기를 탈 때마다 일을 안고 가는 일이 많았다. 그때마다 비행기는 스마트폰을 끄고 출장 준비를 마무리할 수 있는 공간이었고, 바쁜 일정 전에 숙면을 취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의 장이었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여행으로 비행기를 탈 때도 그냥 잠을 자는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4년 만에 탄 이번 비행은 달랐다. 창가 자리에 앉고 싶은 설렘이 생겼다. 하늘과 구름, 비행기 날개가 어우러진 풍경을 무척 보고 싶었고, 나는 그 풍경을 마음껏 만끽했다.
나는 계획을 세워 실천하고, 의지를 들여 노력하거나, 더 심하게 힘을 들여 무리하는 것들을 줄이려 훈련하고 있다. 그것이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감정을 존중하며 하고 싶은 일을 해나가고, 그것이 쌓이는 방식을 선호한다. 비행기에서 그 점이 그대로 실현된 느낌이었다. 물론 많은 일을 했지만, 그 모든 것이 무리 없이 그냥 하고 싶어서 했고, 그 결과 행동이라는 자연스러운 열매를 맺은 기분이었다. 대한항공이 제공하는 영화 챌린저스를 보았고, 영국 공연팀의 뮤지컬 실황 킹키부츠도 즐겼다. 심지어 아이패드를 꺼내 드로잉도 했다. 디지털 드로잉은 출국 전 해보고 싶었지만 잘 되지 않았고, 어플을 세팅해 둔 채 여행 중에 할 계획이었지만 비행기에서 바로 하고 싶어질 줄은 몰랐다. 완성도와는 상관없이 작은 자기만족이 쌓였고, 자부심도 조금씩 늘어갔다.
중간중간 외부를 바라보며 하늘색이 변하고 구름의 모양이 달라질 때마다 셔터를 눌렀다. 그런 순간을 즐기는 내가 너무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예전에는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될까 봐 참기도 하고, 너무 촌스러워 보일까 봐 꺼리기도 했었다. 출장 중이라면 일을 해야 하니까 창 밖을 보지 않고 잠만 자자고 했던 적도 있었다. 그때의 내 마음을 지금 생각하면 복잡했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는데... 어쨌든, 지금 나는 조금 더 순수하고 자유롭게 원하는 걸 즐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감정적으로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하늘을 보며 떠오른 미안한 일들에 울컥, 눈물이 뚝뚝 흘러내리기도 했다. 그 감정이 자연스러웠다.
내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는 나 자신이 신기하고, 다행스럽기도 하다. 이렇게 나는 점점 더 자연스러움으로 다가가고, 더 온전한 나로 성장하고 있는 중인 것 같다.
24.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