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완벽하지 않아도 즐겁다.

마드리드의 일요일, 플리마켓의 날

by 라영이


토요일 밤, 마드리드에 도착은 정해져 있었다.
이튿날이 마드리드에서 보내는 유일한 일요일일 것으로 예상했기에, 당연히 일요일에만 할 수 있는 일을 미리 찾아봤었다. (지금 같은 즉흥여행에선 변화가 많다.) 하지만 캘린더에 링크만 덩그러니 남아있었을 뿐, 그 정보는 나도 잊은 채로 있었다.

여행이 다가올수록 ‘뭐 해야지’ 하는 계획은 점점 사라졌다. ‘그냥 되는 대로 돌아다니자.’ 이런 생각만 남았다.

마드리드에 오기 전에는 정보를 꽤 많이 수집했다. 일정의 큰 틀은 있는 듯했지만, 계획이라기보단 그냥 참고사항 같은 느낌. 정해진 건 하나뿐이었다. “첫날은 피곤하니까 제대로 쉬자.” 그런데 시차가 그런 나를 가만두질 않았다. 일요일 아침부터 눈이 떠졌다.

‘뭐 하지?’

친구가 보내준 구글지도가 생각났다. 카톡창을 열고 “madrid”를 검색하니 어떤 마켓이 표시됐다. 간단히 아점을 먹을 겸 나가봤는데, 그 길부터 플리마켓이었다.

걸을 때마다 마켓, 또 마켓.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며 끝없이 이어지는 플리마켓 풍경. 다양한 세대가 나와 옷 사고 밥 먹고 하는 걸 보며 “마드리드의 5일장인가? 아니, 아니, 7일장!" 지역주민들의 삶의 모습이 느껴지는 날이었다. 그렇게 걷다 보니, 마요르 광장에 닿았다. 그때 깨달았다. 이곳이 몇 달 전에 캘린더에 적어두었던 일요일 오전에 마요르광장에서 열리는 플리마켓이란 것을. 여기만 열리는 건 줄 알았던 건 몇 달 전 대충 알아본 정보다.

뭐랄까, 내 머릿속 어딘가에 저장된 정보가 나를 이끌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내 폰 어딘가, 혹은 기억의 구석 어딘가. 그렇게 많은 플리마켓을 다닌 하루였다.

에코백 하나쯤 사고 싶었지만,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 오히려 가죽가방이 눈이 들어왔는데 첫날부터 부피 큰 것을 사는 건 부담스러워 그냥 지나쳤다.

여행 전 맛집 검색은 따로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줄이 길게 늘어선 카페와 식당이 자꾸 보였다. 여기가 유명 맛집임을 알 수 있는 그런 곳들. 그러나 웨이팅이라면 질색인 나는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배가 고파 기운이 빠질 때쯤, 눈에 띈 허름한 간판 하나. 뭔가 끌려서 검색해 보니, 그곳은 주점이었다. 오전에는 오픈 샌드위치를 판다고 해서 들어갔다.
안은 현지인들로 꽉 차 있었다. 구글 리뷰에도 여행객의 흔적은 없고, 메뉴판은 오직 스페인어뿐. 사진 메뉴판도 없었다. 나는 구글 리뷰 속 사진을 가리키며 주문했다. 오징어일 줄 알았는데, 나온 건 문어 오픈 샌드위치였다. 예상 밖의 메뉴였지만, 맛은 기대 이상이었다.


문어 샌드위치의 맛으로 시작된 첫날.
여행은 역시 즉흥이다.
물론, 배고프면 뭐든 맛있다지만, 이건 진짜였다!


여행은,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히 즐겁다.


24.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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