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광이 지배를 철하다
연암 박지원이 한 말 중에 “안광이 지배를 철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눈빛이 종이의 뒷면을 꿰뚫고 나갈 정도로 날카롭게 집중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정말 사람마다 눈빛이 다를까요? 사람마다 날카로운 눈빛이나 흐리멍덩한 눈빛을 가진 것일까요? 같은 사람에게서도 상황에 따라 눈빛이 달라질 수 있을까요?
눈빛에 대해 설명하는 방식 중 하나가 동공 지름의 변화입니다. 동공은 카메라로 치면 조리개입니다. 주변이 밝을 때는 동공의 크기가 작아지며 눈으로 들어오는 광량을 줄입니다. 어두운 곳에 가면 동공은 활짝 열리며 최대한 빛을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그런데 동공의 지름은 주변의 조도뿐만 우리의 심리 상태에 의해서도 크게 변화합니다.
인간의 중추신경계통은 교감 신경계와 부교감 신경계로 나뉩니다. 교감 신경계는 우리가 위험에 처해있거나 흥분했거나 화가 나거나 긴장했을 때 활성화됩니다. 이런 상황을 흔히 투쟁 혹은 도피 상황이라고 부릅니다. 이에 반해 부교감 신경은 우리의 긴장이 누그러지고 마음이 편해질 때 활성화됩니다.
교감 신경계가 켜지면 우리의 동공은 따라서 커집니다. 우리가 격렬한 운동을 할 때나 재미있는 영화를 볼 때나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동공의 지름은 커집니다. 동공의 지름이 커지면 작았을 때에 비해 훨씬 더 에너지 넘쳐 보입니다. 우리가 어떤 목표에 명확하게 집중할 때 교감 신경계가 우위에 서게 되므로 우리의 동공도 커집니다.
또한 동공이 커지면 눈이 반짝반짝하며 더 생기 있어 보입니다. 아트로핀(Atropine)이라는 물질이 있습니다. 아트로핀은 부교감 신경계를 억제하는 물질입니다. 부교감 신경계가 억제되므로 교감 신경계가 상대적으로 활성화되고 그 결과 동공이 확장됩니다. 아주 오래전에는 눈빛이 반짝이는 여성을 더 아름답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아트로핀은 아트로파 벨라도나(Atropa belladonna)라는 식물에서 추출됩니다. 이 식물에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뜻인 벨라도나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그 이유 때문입니다.
동공의 크기를 변화시키는 물질은 그 외에도 많습니다. 마약도 그중 하나입니다. 필로폰이나 코카인 등의 약물은 중추신경자극제, 즉 각성제로 분류됩니다. 이 물질들은 교감 신경계를 깨웁니다. 따라서 동공이 확장됩니다. 헤로인, 펜타닐 같은 마약은 오피오이드, 즉 아편이라고 불립니다. 오피오이드를 사용하면 동공이 아주 작게 수축합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 마약을 한 사람들의 눈을 살펴보는 장면들이 흔히 나옵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무엇인가, 사랑하는 누군가를 마주하면 우리는 대상에 집중하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가 가진 신체적, 심리적 자원을 최대한 동원하여 사용하기 위해 교감 신경계가 우위를 점합니다. 그때 우리의 동공이 산대되며 우리의 눈빛은 변합니다.
따라서 눈이 마음의 창이라는 말이 영 틀린 말은 아닙니다. 우리는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고 행복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아끼는 것들에 의해서 분노하며 고통받습니다. 우리에게 높은 가치를 가지는 것은 그게 무엇이든 우리를 행복하게도, 격분하게도 합니다. 그리고 두 경우 모두 우리의 눈빛은 변화합니다.
우리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느냐, 어디론가 향한 우리의 시선이 어떤 식으로 빛나느냐는 우리가 무엇에 가치를 부여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가치를 부여한 것은 우리 자아의 확장물이거나, 우리의 자아가 주입된 그 무엇 인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것은 휴대전화, 랩탑, 시계, 차, 집 같은 물질일 수도 있고, 운동이나 취미 생활 같은 활동일 수도 있고, 자녀나 연인 같은 인물일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그것은 우리가 어떤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누구인지 말해줍니다. 어디론가 반짝이는 우리의 눈은 정말 우리 자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