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마음은 어디에 존재할까요
마음이 뇌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면 마음이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뇌뿐인 것일까요.
뇌와 마음이라는 두 가지 단어가 나란히 나오면 늘 등장하는 인물이 데카르트이고, 반드시 따라나오는 개념이 이원론, dualism입니다. 이원론은 뇌와 마음이 별개로 존재한다는 주장으로 이는 지금까지도 우리의 사고 방식을 강력하게 지배하고 있습니다. 영혼, 정신, 마음에서 물리적 요소를 도려내버린 이원론은 형이상학적 관점과 가치를 드높이는 데 기여했음에 분명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신체적 안녕과 정신적 건강이 상호 연결되어 있다는 현대적 관점이 확산되는 데에 장애물이 되었습니다. 또한 여전히 정신장애를 영적 타락, 도덕적 해이로 보는 시각의 근간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원론에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인간의 죽음이 궁극적으로는 완전한 무라고 건조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그토록 사랑했던 누군가가 죽음 이후에도 먼 어디엔가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믿음은 분명 우리의 마음 한구석을 따뜻하게 해주는 이원론적 위로가 분명합니다.
우리의 마음 속에서 이원론적 사고를 완전히 지워낼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제 우리는 우리의 생각, 감정, 느낌, 인식 등이 뇌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거의 의심하지 않습니다.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하며 총알처럼 발사된 쇠막대가 턱 아래로 들어가 이마로 뚫고 나가며 전두엽의 대부분을 잃어버렸던 피니어스 게이지의 사례 이후 인류는 한 인간의 인격, 품위, 성정이 뇌의 변화에 따라 완전히 돌변할 수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정신적 활동으로 분류하는 모든 것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의 읽기 활동, 지금 이 글을 쓰는 저의 쓰기 활동 등은 모두 뇌가 작동하기에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뇌만 있다면 우리의 정신적 활동은 아무런 제약 없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일까요, 더 나아가 우리가 마음이라고 부르는 것도 그러할까요.
마음은 분명히 뇌라는 명백한 물리적 실체에서 발생합니다. 그 명확한 과정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뇌를 블랙박스라고 부릅니다. 블랙박스는 입력이 있을 때 출력을 산출해내는 기제에 대한 총칭입니다. 그런데 어떤 과정을 거쳐 결과가 만들어지는지 들여다 볼 수 없는 검은 상자이기 때문에 블랙박스라고 부릅니다. 뇌는 대표적인 블랙박스입니다.
뭔가가 모여서 그 총합보다 더 큰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을 창발, emergence라고 부릅니다. 우리의 정신도 분명히 창발적 속성을 가집니다. 우리 뇌에는 800억~1000억 개의 신경세포가 있다고 합니다. 신경세포 사이의 연결은 말 그대로 천문학적 숫자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마음은 단순히 신경세포의 순열, 조합, 네트워크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 총합을 훨씬 뛰어넘는 그 무엇인가가 있습니다. 창발인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은 뇌에서 벌어지는 전기화학신호의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과거 플라톤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다른 인생을 선택하면 반드시 인격도 달라진다”고 말입니다. 뇌가 우리의 마음을 결정하는 전부라면 환경이 어떻더라도 한 인간의 품위는 뇌의 조성에 전적으로 달려 있어야 할텐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그 오래 전의 플라톤도 알았던 것입니다. 뇌는 분명히 환경의 영향을 받습니다. 그것도 엄청나게 말입니다.
냉정과 열정 사이를 쓴 소설가 중 한 명인 에쿠니 가오리는 또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인생이란 그 사람이 있는 장소에서 성립하는 것이라는 단순한 사실과, 마음이란 늘 그 사람이 있고 싶어사는 장속에 있는 법”이라고 말입니다. 뇌는 환경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뇌는 환경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뇌와 환경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그렇다면 뇌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환경적 요인은 무엇일까요. 저는 그것이 다른 이의 뇌라고 생각합니다. 뇌는 분명 물리적 존재입니다. 하지만 오랜 기간, 그리고 현재까지도 사람들은 마음을 물리적 실체라고 분류하지 않습니다.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마음은 개인의 뇌에도 일부 존재하지만 결국 다른 이의 뇌와의 상호 작용, 그 네트워크 상에 존재합니다.
우리는 혼자 존재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에게는 누군가가 필요합니다. 우정과 사랑, 대화와 교감은 우리의 뇌가 마음으로 존재하게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