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AI가 생산한 정보를 운반하는 인력거꾼일까요.

소크라테스의 걱정

by RayShines

AI가 인간에게, 특히 인간의 지적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마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기술은 우리를 더 지적으로 만든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기술을 통해 우리는 엄청난 양의 정보에 무한대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지식은 일부 계층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기호를 해독하지 못했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과거의 우리보다 더 많은 사고의 재료를 가지고 있으니 우리의 인지 능력은 더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입니다.


반대로 기술이 우리를 더 멍청하게 만든다는 이들도 있습니다. 아주 흔한 예로 계산기를 썼던 사람들이 사칙연산 능력이 좋지 않다는 주장이 있죠. 요새 많이들 하는 이야기는 내비게이션 때문에 우리가 길을 찾는 능력이 퇴화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스마트폰 없이는 돌아다니지도 계산하지도 못합니다. 위에서는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검색할 수 있는 능력이 장점으로 작동했지만, 여기서는 이제 우리가 무엇도 기억할 필요가 없다고 여겨 기억력이 쇠퇴한다는 단점으로 작용합니다. 뭔가가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전부 다 해주면 우리는 더 이상 그것을 배울 필요가 없습니다. 사냥 같은 것도 좋은 예겠죠.


뭔가 새로운 도구나 매체에 의해 인간의 지적 능력이 쇠퇴할 것이라는 두려움은 늘 있어왔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책이 젊은이들의 사고 능력과 토론 능력을 앗아갈 것이라고 심각하게 걱정했습니다. 당시의 지식은 암송을 통해 온전히 외우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책에 적혀 있는 지식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되던 때였습니다. 적혀 있는 것이 아니라 머리에 있는 것을 유연하게 다루는 힘, 그것이 인간의 지적 기량이라고 소크라테스는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책은 아주 오랜 기간 그 어떤 부작용도 밝혀지지 않은 거의 유일한 이로운 매체입니다. 책을 읽는 것이 소크라테스의 걱정처럼 인간을 아둔하게 만들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책을 너무 읽지 않아서 문제이지요. 문자를 보존하는 매체로서 책은 탁월했고, 문자의 형태로 전승된 지식은 인간의 지적 능력을 폭발적으로 향상시켰음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책으로 인해 인간의 뇌와 사고력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을까요? 그런 부분이 있다고 믿는 이들도 있고, 저도 그것에 동의하는 편입니다. 읽기라는 능력은 분명히 개발되는 것이고 깊이 읽을 수 있는 자와 아닌 자의 사고력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책으로 인해 달라진 것은 인간에게 새로운 과제가 주어졌다는 것입니다. 암송을 통해 외울 수 있는 문장에는 제약이 있을 가능성 높습니다. 길이라든가 운율이라든가 하는 어느 정도의 규칙이 있어야 암송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책에 쓰인 글은 이와는 다릅니다. 제한 없이 어떤 지식이든 적을 수 있습니다. 책의 존재로 인해 인간은 암송에서 벗어나 오히려 더 다양한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생각을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주판, 계산기, 컴퓨터, 스마트폰 등도 아마 비슷한 긍정적 영향력을 가질 것입니다. 그리고 AI를 옹호하는 입장도 이것과 궤를 같이 합니다. AI와 로봇들이 단순 노동을 하고 인간은 보다 깊이 있고 수준 높은 지적 활동에 쏟을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인간에게 새로운 과제가 주어질 가능성이 있겠지요. 그게 무엇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현재 가장 체스를 잘 두는 것은 사람일까요, AI일까요. 최고는 사람과 AI의 연합팀이라고 합니다. 얼마 전에 이세돌 씨가 바둑 고수들과 하수들 사이에 AI를 사용하는 능력에 차이가 있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체스의 예, 그리고 이세돌 씨가 말하는 이것이겠지요. AI와 적절한 연합을 구축할 수 있는 인간이 최고의 실력을 갖게 될 것이라는 사실 말입니다.


AI는 기본적으로 블랙박스입니다. 질문을 넣으면 답을 산출해 내지만 그 과정에 대해서 사용자인 우리는 모릅니다. 얼마 전에 엔비디아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인 알파마요를 소개하면서 운전하며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말로 설명해 준다는 것을 대단한 강점으로 내세운 것은 바로 그런 이유입니다. 이전까지는 AI가 자신이 그런 결론을 도출해 낸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AI는 인간을 어리석게도, 보다 지혜롭게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인간이 AI가 생성한, 가끔은 조잡하게 조합한 정보의 부스러기를 그저 실어 나르는 인력거꾼에 불과하다면 인간은 아둔해질 것입니다. 내가 물어본 AI의 답이 상대방이 물어본 AI의 답보다 더 맞다고 우기는 인간은 이보다 더 아둔해질 것입니다.


하지만 AI에게 적절한 질문을 던지고, 문제를 정교화하고 필터링한 뒤, 내가 가진 지식을 보다 정제할 수 있다면 그 인간은 보다 똑똑해질 것입니다. 지혜는 가지고 있는 어떻게 사용할지 아는 힘입니다. AI를 가지고 우리가 해야 할 것도 이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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