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프로메테우스라는 착각

후견지명 편향의 어리석음

by RayShines

모든 일이 결정되고 난 뒤에 보면 누구나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보입니다. 뒤늦게 깨우치고 일이 잘못 됐을 때 누군가 한 사람을 비난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옳은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프로메테우스는 선견지명이 인물화 된 캐릭터입니다. 그는 그리스어로 매티스 metis를 먼저 pro 구사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신에게서 불을 훔쳐 인간에게 전해주었습니다. 그에 대한 벌로 바위에 묶여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게 됩니다.


에피메테우스는 프로메테우스의 동생입니다. 그는 뒤늦게 깨우치는 자, 즉 후견지명이 체화된 인물입니다. 그는 신이 보내는 그 어떤 선물도 받지 말라는 형의 선견지명을 무시한 뒤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세상에 온갖 탐욕을 풀어둔 자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이야기가 더 있습니다. 태초에 신들은 프로메테우스, 에피메테우스에게 인간과 짐승에게 여러 가지 능력을 배분하라는 과제를 맡깁니다. 에피메테우스는 모자란 지혜에도 불구하고 이 중요한 과업을 혼자 도맡아 하다가 짐승들에게 모든 능력을 나누어주어 인간에게 줄 것이 하나도 남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훔치게 된 것입니다. 다시 말해 따지고 보면 모든 게 에피메테우스의 탓이라는 말입니다.


무엇인가를 먼저 알아보고 예측하고 전망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선견지명에는 지식과 지혜가 모두 필요합니다. 아무나 할 수 없습니다. 매우 극소수의 인간만이 할 수 있을 것이 분명하며, 솔직한 제 의견을 말씀드리면 운이 따르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어서 빠르게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온갖 소음이 난무할 때 우리는 직관적 결정을 내릴 수도 있고, 숙고한 뒤 결정을 내릴 수도 있고, 훈련이 된 사람이라면 오토파일럿에 의한 결정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것이든 분명히 실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실수입니다. 이를 인간 오류 human error라고 합니다. 완전무결한 인간은 없습니다.


바루흐 피쉬호프라는 심리학자가 후견지명에 대한 실험을 했습니다. 사람들에게 여러 상황을 제시하고 결과를 예측해 보라고 한 것입니다. 실제 결과를 모르고 있던 집단 피험자들의 예측은 거의 100% 빗나갔습니다. 결과를 맞춘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다른 집단에게는 결과를 알려주고 그 결과가 얼마나 일어날 법한 일인지 진술해 보도록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들은 실제로 일어난 결과가 가장 그럴듯하게 보인다고 진술했습니다. 다른 선택지들은 일어날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고 답변한 것이지요.


이미 벌어진 일, 그래서 인과관계가 비교적 명확해 보이는 일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우리는 우리가 프로메테우스인 것처럼 굽니다. 그때 거기서 스위치를 두 단계만 높였어야 했다는 말을 쉽게 하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그 혼돈의 상황 속에 무방비로 놓여졌던 우리와 같은 제약을 가진 존재인 개인을 비난합니다. 전문가라면 저런 판단을 내려서는 안 됐다, 프로 선수라면 저기서 저런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됐다 하면서 말입니다. 후견지명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손에 쥔 우리는 마치 자신이 프로메테우스인 것처럼 굴며 한 개인을 에피메테우스라고 비난합니다.


어떤 큰 사고가 일어나면 위원회가 발족되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인간 오류가 발견되면 위원회는 폐쇄됩니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요? 후견지명의 칼을 들고 프로메테우스인 척하는 인간들이 모여 이미 결정된 사건을 꼼꼼히 훑어본 척 한 뒤 거기서 비난할 대상을 찾으면 위원회의 소임이 끝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필 그때 그 자리에 자신이 있었다면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고민해 보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인과관계가 이미 결정된 사건이라면 다른 가능성은 보이지 않으며, 자신은 프로메테우스라는 착각 때문에 그 혼돈의 상황에 휩쓸린 개인은 모두 에피메테우스로 절하해 버리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합니다. 물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비난을 위한 희생양을 찾는 것, 나라면 안 그랬어라고 쉽게 말하는 것은 오만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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