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베스 효과
“물로 조금 씻으면 모든 잘못은 깨끗이 씻겨 나갈 거예요.(A little water clears us of this deed.)”
위의 문장은 던컨 왕을 살해한 맥베스에게 맥베스 부인이 했던 유명한 대사입니다. 손을 씻는 행위가 도덕적 결점까지 씻어내주지는 않겠지만 놀랍게도 우리는 이 두 가지를 헷갈리기도 합니다.
종 첸보와 케이티 릴젠퀴스트가 한 연구가 하나 있습니다. 둘은 참가자들에게 과거에 했던 착한 행동, 혹은 도덕적으로 나쁜 행동을 떠올려 보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연구에 참가한 선물로 연필이나 살균 물티슈를 고르도록 했습니다. 그러자 나쁜 행동을 떠올렸던 참가자들이 살균 물티슈를 고르는 비율이 높았습니다. 연구자들은 이것을 맥베스 효과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그리고 나쁜 행동을 한 사람들 중 일부에게는 손을 씻을 기회를 주었고, 일부에는 주지 않았습니다. 손을 씻을 기회가 주어진 사람은 누군가를 돕겠느냐는 요구를 받았을 때 손을 씻지 못한 이들에 비해 덜 돕는 경향을 보았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참가자들이 타인이 손을 씻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타이핑을 하는 모습을 본 대조군에 비해 누군가를 돕는 비율이 줄어들었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보면 우리가 육체적 고결함과 도덕적 고결함을 가끔 헷갈려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셰익스피어가 이런 연구들을 알았을 리는 없겠지만 맥베스를 보면 과거의 현자들은 우리에게 이런 경향이 있었음을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맥베스는 던컨 왕을 시해한 뒤 죄책감에 휩싸여 절규합니다.
“저 위대한 넵튠의 대양을 다 끌어온들 내 손의 이 피를 깨끗이 씻어낼 수 있을 것인가? 아니다. (Will all great Neptune's ocean wash this blood Clean from my hand? No.)”
그러나 맥베스 부인은 신체적 정결로 윤리적 결함을 씻어낼 수 있다며 다음과 같이 말한 것입니다.
“물로 조금 씻으면 모든 잘못은 깨끗이 씻겨 나갈 거예요.(A little water clears us of this deed.)”
대양으로도 씻지 못할 과오를 조금의 물로도 얼마든지 씻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그리고 이런 우리의 착각이 그대로 드러난 말이 바로 손을 씻는다는 표현이죠. 범죄자들이 개과천선하는 것을 손을 씻는다고 말하니까요.
우리는 뭔가 부도덕한 일을 저지른 뒤 죄책감을 해소하고 그 잘못을 무효화하기 위해 다른 곳에서 선하게, 혹은 청결하게 굴려고 하기도 합니다. 주중에는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르는 주말에는 봉사 활동을 하는 악인은 영화나 만화에 흔히 등장합니다. 이를 취소, 영어로는 undoing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물론 취소는 무의식적 과정이기 때문에 당사자는 자신이 취소를 하고 있는지 깨닫지 못합니다.
위의 연구 중 제가 가장 흥미롭다고 느낀 것은 내가 물리적으로 손을 씻거나 시각적으로 누군가 손을 씻는 장면을 보기만 해도 타인을 도우려는 경향이 감소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코로나 이후 현대 사회에는 손 세정제, 살균 물티슈가 생활필수품이 되었습니다. 손 세정제를 아예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고, 어디에 가든 손을 씻는 것은 일종의 루틴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미디어에서 우리는 엄청난 기부를 하는 선한 인물들을 찾아보기도 하고, 선한 행동을 억지로 쥐어짜내는 몰래카메라 형식의 사회 실험을 엿보기도 합니다.
일상적인 따뜻한 행동을 하는 것이 뉴스에 나올 일이 되고, 선행을 하는 이들이 희귀한 존재가 되어 가는 것은 혹시 우리가 습관적으로 손을 씻으며 삶의 오류도 씻어냈다고 여기고, 선행을 하는 대신 보는 것으로 도덕적 고결함의 수치를 높였다는 착각에 빠진 탓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