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는 긍정적인 태도와 생각이 무조건 좋다는 사고방식이 아주 깊숙이 침투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많고, 증거도 많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명령 중 하나가 “좋은 생각을 하라”, “잘 된다고 생각하면 다 잘 된다”, “좋은 게 좋은 것이다”라는 등의 긍정 확언에 대한 맹신입니다. 물론 좋은 감정을 더 많이 느끼고, 좋은 생각을 더 많이 하는 것이 나쁜 감정과 생각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보다야 훨씬 낫습니다. 삶의 질도 그렇고, 수행 능력에 있어서도 그럴 테니까요.
하지만 나쁜 것까지 전부 좋은 것으로 바꿔서 봐야 한다고 믿는 이른바 긍정적 리프레이밍이 무조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증거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다만 긍정의 맹신으로 인해 이런 이야기를 꺼내기조차 쉽지 않을 뿐입니다.
무분별한 긍정이 우리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연구가 하나 있습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내가 어쩔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논문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이 아픈 것을 예로 들었습니다. 내가 아끼는 사람이 질병에 걸린 것은 너무나도 마음 아픈 일이지만, 이것은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따라서 상황을 최대한 받아들이고, 수많은 부정적인 측면들 속에서 긍정적인 측면을 찾아내어 나 자신의 정서를 조절하는 것이 훨씬 더 나은 전략입니다.
그 반대의 예, 즉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 오히려 나에게 해가 되는 예로 제시된 것은 직장에서 성과가 좋지 않아 해고 위기에 처한 경우입니다. 위의 예는 내가 상황, 조건, 문제를 변화시킬 여지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다릅니다. 실직 위기에 놓였다는 불안이라는 부정적 정서를 긍정적 정서로 둔갑시켜 그 상황을 모면하려는 것은 나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불안을 하나의 동기로 삼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훨씬 더 나은 전략입니다. 그런데 이 경우에도 실수를 방지할 대책을 세우거나 근무 시간을 조금 늘리는 등의 행동 변화 대신, 불안을 해소하는 데에만 집중하며 오락거리만 찾는 것은 오히려 나의 평판과 경력에 큰 오점을 남기게 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는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그런 것들은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낫습니다. 그것이 아무리 큰 불행이라고 하더라도, 먹구름 뒤에 숨은 햇빛을 찾듯 아주 작은 희망이라도 찾아내어 잘 될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외치며 확언하는 게 낫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내 불행의 원인이 명확한 것이고, 그것을 내가 해결할 수 있다면 어떻게든 해결책을 세우는 편이 낫습니다. 이때는 문제를 그저 수용하며 “나는 원래 이래, 그러니 나 자신을 사랑하자”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개선해야 할 점이 있으니 고쳐보자”라고 생각하며 자신을 채찍질하는 편이 훨씬 더 나은 전략이며, 훨씬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길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조차 문제 해결보다 상황 재평가에만 매몰되어 나의 명확한 약점을 강점으로 변신시키는 것은 좋지 않은 행동입니다.
긍정은 좋은 것이지만 우리를 배신할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너무 긍정적인 사람들이 오히려 큰 병에 걸리거나, 남들은 당하지 않는 사고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부정적 감정을 느끼는 것은 그것이 위험하니 경계하라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좋지 않은 음식을 너무 많이 먹으면 건강이 좋아지지 않는 것이 명확한데 그 상황에서조차 자신에게는 나쁜 일이 생기지 않는다고만 믿는다면 그것은 우리가 갖고 있는 알람 시스템을 모두 꺼버리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부정적 감정은 우리에게 소중한 정보가 될 수 있습니다. 불안은 우리를 대비하게 해 주고, 슬픔은 우리에게 벌어진 불행한 일을 처리할 시간을 확보하고 에너지를 다른 곳에 덜 쓰게 해 줍니다. 질투는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는 동력이 되기도 하고, 후회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해 줍니다. 우리가 느끼는 모든 감정에는 어느 정도 합당한 이유가 있고,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지 방법을 찾는 것이 우리 각자가 풀어내야 할 숙제 중 하나입니다. 사람마다 감정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니 누구나 해법은 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무조건이라는 말은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