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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작가 Nov 28. 2022

20200711 토요일: 퇴원

첫번째 입원: 20200630~20200711


드디어 아침 먹고 퇴원 전의 휴식중. 퇴원이라니..... 실감이 안나고 아쉽기도 하다. 이 병동 좋았는데... 간호사 쌤들도 다 좋고.. 의사 쌤들도 좋고.. 감사나무에 감사인사 남길지 고민중... 흠.. 언제 또 돌아올지, 다신 안돌아올지 알수 없지만.




퇴원 전날 새벽에 YJ 간호사쌤이 내게 감사나무에 메세지 하나 남기고 가라고 하셔서.. 그래야 오래 기억에 남는다고 하시길래 혹해서 감사나무에 메세지 하나 남기고 왔다ㅋㅋ YJ 간호사님께는 안그래도 너무 감사해서 메세지 남길까 생각중이었는데 쌤이 먼저 남기라고 하시니까 덥석 물었다ㅋㅋㅋ 안남기고 가는것보다야 이렇게라도 남기고 가니 맘이 좋았다.




퇴원 전날 오후에 우리 병실에 두 명이 들어왔는데 그 중에 한명은 보지 못했고 다른 한명은 아주머니였다. 전날은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그냥 모른척했는데. 잘때 내가 9시 되서 불 다 끄고 커튼 치고 자고 있으니까 아줌마가 들어와서 아니 왜캐 어두워? 이러면서 나한테 9시 되면 자냐고 말걸었다ㅋㅋㅋㅋㅋ 나는 걍 씹었다ㅋㅋㅋㅋㅋ 그 아줌마가 결국엔 간호사 데려와서 자긴 너무 어두워서 안된다며 커튼이라도 치겠다고 하고 간호사가 9시 이후에는 취침시간이라 불은 못키신다 라고 설명하는걸 들었다. 그렇게 자고 일어났는데 새벽 6시 쯤 잠이 깨서 이불 위로 얼굴을 드러내니까 그 아줌마가 커튼 다 걷고 테이블에서 뭔가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깬걸 발견하더니 나에게 부지런히 말을 거셨다. 저기 우리 너무 어두운데 불좀 켜면 안될까?? 그러시길래 내가 나머지 한 분을 가리키며 저 분 아직 주무시잖아요.. 안키는게 좋을거같아요. 하고 말했는데 아줌마가 에이 저사람 자고있어서 불켜도 모를거야~ 이럼서 불켜고;;;;;;;; 뭐 이딴 캐릭터가 다있나 싶어서 좀 당황했다. 불켜고서 계속 나한테 말걸더라... 나를 계속 "자기" 라고 부르면서 "자기는 여기 왜 들어온거야??" 하시길래 자살시도 때문에 그렇다고 하니까 아줌마가 너무 안타까워하며 "에휴 자기 그렇게 젊고 이쁜 나이에 왜그래?ㅜㅜ" 하시면서 나도 그런 마음 든 적 있었는데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묻지도 않은 본인 히스토리를 주구장창 내게 꺼내어놓으셔서 곤란했다. 하 시발 진짜 말 드럽게 많데;;; 그래서 나는 슬그머니 다시 누워서 자는 척을 했는데 그래도 계~~~~~~속 말하시더라;;;;;;;; 정말 전에 본 적 없는 캐릭터. 내가 나중엔 결국 저 오늘 퇴원해요! 하고 말했더니 너무나도 아쉬워하면서 "아정말?ㅠㅠㅠ 자기 나랑 여기서 좀 더 놀지ㅠㅠ" 하고 말하셨다ㅋㅋㅋㅋㅋㅋ 진심 뭐 저런 아줌마가 다있나 싶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기는 여기 들어와서 너무 좋다면서... 집에 있으면 집안일 해야지 애들 챙겨야지 해서 너무 바쁜데 여기 오니까 할일이 하나도 없다면서 너무 좋아서 3주 꽉 채우고 퇴원할거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자기는 별 문제 없는데 입원하라고 해서 한거라고... 근데 나중에 얘기하는거 들으니까 조울증이 있고 조증 시기에 위험해지는것때문에 입원하는듯 보였다. 나랑 주치의도 같던데.. 우리 쌤이 저 아줌마 얘기 듣느라 좀 고생 하겠군 싶었다.




아줌마가 자꾸 자기 화장품 발라보라며 광고를 했다. 퇴원하는데 이쁘게 하고 나가야지~~ 이러면서 자꾸 자기 화장품 발라보라고 광고를 하는 통에 못이겨 결국 발라봤다...... 하........ 진심 피곤하신 분이다 이분. 나중에 퇴원하러 간호사 스테이션에 있을때도 와서 설교를 설교를 막 해댔다. 행복하게 살라고... 너나 잘하세요 ㅡㅡ;;; 마지막까지 내게 아쉽다며 "아유~ 자기 나랑 좀더 놀다 가면 좋을텐데!" 라고 말했닼ㅋㅋㅋㅋ;;;; 저기 아줌마랑 놀 돈 같은거 없거든요? ㅡㅡ




이날 퇴원은 중학생인 SJ 와 같이 하게 되었다. 우리 아빠가 먼저 병동에 도착해서 SJ가 아빠한테 엄청 친근하게 말걸고ㅋㅋㅋㅋ 개웃겼음ㅋㅋㅋㅋㅋ 코끼리 주사 맞았던 예쁜 언니도 와서 나 퇴원절차 밟는거 구경하고... SJ가 재롱 떠는거 다같이 구경하면서 존나 웃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 SJ가 먼저 퇴원 수속을 다 완료해서 먼저 퇴원을 했는데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이 친구의 앞날이 조금 더 안전하고 따뜻하기를....... 다신 이곳에 돌아오지 않기를.... 하고. 코끼리 주사를 맞았던 언니는 우리에게 퇴원 선물이라고 두유 같은거랑 과자를 줬다. 내게 전에 몇살이냐 물었던 비쩍 마른 아주머니도 와서 우리에게 사탕을 나눠주셨다. 퇴원날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고 떠나는구나..... 싶어 조금 뭉클하고 기분이 좋았다. 그 비쩍 마른 아주머니가 나에게 어쩜 그렇게 예쁘게 걷냐고 해서 무척 놀랐다. 설마 날 놀리는걸까??? 싶었는데 꽤나 진심인듯 했다. 그 말을 듣고 SJ는 자기가 더 잘 걷는다며 모델 워킹을 선보였다 ㅋㅋㅋ 나중에는 그 아주머니랑 같이 나란히 모델 워킹을 했는데 무척 웃겼다. ㅋㅋ




SJ가 행복했으면 좋겠고, 코끼리 주사 맞던 언니의 불면증이 싹 다 나았으면 좋겠고, 비쩍 마른 아주머니의 건강이 좋아졌음 좋겠다고 생각하며 무사히 퇴원을 했다. 물론 입원비를 보면서 정말 깜짝 놀라 충격을 먹었지만....ㅜㅜㅜ 그 비용을 보면서 생각했다. 여긴 다시는 올 수 있는 곳이 아니구나. 나같은 서민은 절대 두번다시 올 수 있는 곳이 아니구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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