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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작가 Nov 27. 2022

20200710 금요일: 어떡해

첫번째 입원: 20200630~20200711


드디어 금요일. 퇴원 하루 전. 뭔가 되게 아쉬우면서도 시원하다. 가장 아쉬운건 역시 주치의 못만나는거ㅠㅠ 시원한건 자유로운 생활이 가능해지는것. 오늘 5명이나 퇴원을 한다. 내일은 중2 동생과 나. 솔직히 조금은.. 주치의가 더 입원하라고 붙잡았으면 하는 맘. 그래도 돈 생각해야하니까 나가야한다. 새벽에 YJ 간호사님과는 작별인사를 했다. 더이상 못본다니 조금 아쉽. 간호사님이 내게 다시는 오지 말라고 하셨다. 정말 그럴 수 있을까.. 다시는 안올 수 있을까..




SY는 정말 짜증나는 아이다. 종양 영어로 뭔지 묻길래 알려줬더니, 간호사실에 또 묻는거 아닌가;; 이게 나를 뭘로 보면 저러나 싶은 생각에 분노가 확 올라왔다. 죽여버리고싶어! 직전까지 간 듯. 으어 진짜 힘들다. 마지막까지 자기 걱정, 힘들거 얘기하고. 나 이만큼 힘들어요 라고 존나 어필하는데 너무 듣기 거북하다. 저런 애들 너무 싫어. 자기를 특별하게 여기는 것 같아서 존나 짜증난다. 십팔 너무 짜증나! 착한척에 특별한척 가식. 진짜 너무 싫어ㅜㅜ 편지도 버려야겠다.. 너무 싫어.




사람들이 퇴원을 한다. 뭔가 맘이 이상하다. 누구와도 깊이 친해지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어차피 나도 내일이면 퇴원한다. 내일까지만 버텨야지. 주치의 쌤이 아빠 만나서 얘기 좀 했으면 좋겠다. 입원 한다고 모든게 다 나아지는 건 아니라고. 내일 얘기 좀 해줬으면.. 오늘 면담은 언제 오시나? 교수님 회진부터 하고 면담하면 좋겠다.




죽는걸로 사람들을 조종한다고. 사람들이 내게 말했다. 갑자기 문득 이게 생각나네. 왠지모르게 우울하군. 우울.. 지랄맞은 병.. 시팔.




지겹다. 너무 지루하고 지겨운 하루. 왜캐 지겨운건지.. 스티커 붙이기는 정말 적성에 안맞는것같아. 다른 애들은 저걸 어찌 했는지 참.. 놀라움. 또 교수님과 주치의만 기다리는 시간이 남았다. 지금은 점심 이후 1시 반 경. 구름이 움직이는 풍경을 보고 있다. 새로 옮긴 병실은 창이 커서 풍경이 많이 보이는 게 좋다. 같이 있던 애들이 오전에 다 나가고 나 혼자 남았다. 어차피 이따가 또 들어온다고 하니 계속 혼자는 아니겠지만, 지금을 즐겨야겠다. 아, 주치의 보고싶다..ㅋㅋㅋ 이건 정말 말기 상사병 수준이야 ㅋㅋㅋ 얘기하는 30분이 어찌나 소중하고 좋은지 모르겠다. 오늘 마지막 면담일테니 하고싶은 말 다 해야지. 고마웠다고. 이 시간이 나한테 너무 소중했다고. 적당한 온도로 대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바보같은걸까 주치의는 나한테 전혀 애정 없는데 나혼자 또 반해가지고 이러는걸까ㅠㅠ 바보같은건 싫은데. 감사인사는 하고싶고. 미치겠다. 으어어.. 많이 바쁘신지 면담을 안오신다ㅠㅠ 바빠서 저런거겠지.. 또 애닳아.. 그치만 왜 나를 늦게 보러 오는지 저번에 이유 들었으니까. 좋은 이유였으니까. 많이 불안하거나 슬프지 않다.




오늘 마지막 면담이었는데 너무 짧게 끝나서 속상 ㅠㅠ 그래도 좋았다는 말, 감사하다는 말은 했다. 쌤도 그 말 듣고 되게 좋아해주셨다 ㅎㅎ 한 사람의 인생을 할게 되어서 좋았다? 라고 하셨던가.. 암튼 그와 비슷한 말씀을 하셨다. 그리고 기쁜 소식은! 외래 교수님이랑 주치의 쌤이랑 번갈아 가며 보신다구!! 꺅!!!! 주치의 쌤이랑 이대로 헤어지는게 아니었어 ㅎㅎ 신나죽는줄ㅋㅋㅋ 주치의만 만날 수 있다면 계속 여기 다닐 것 같아 ㅋㅋㅋ 꺄~~ 양재 병원에 있는 쌤들은 나중에 만나야겠다. 당분간 계속 여기 다니기로 ㅋㅋ 교수님은 필요없으니 주치의만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히힛 담주 교수님 휴가여서 주치의 선생님 먼저 만난다고 했다 크킄 글구 오늘 면담에서 그 XX 얘기 꺼냈다. 쌤이 그 얘길 왜 꺼내게 됐냐고 물어서 좀 당황했지만, 어쨎든 얘기하니 좋았다. 쌤한테 내 상처 다 보여주고 싶었어. 마지막으로 그거 못물어봤다. 내가 집착해서 놀랐냐고.. 소름끼쳤냐고.. 못물어봤네ㅜㅜ




병동 마지막 날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 저번에 입원 첫날 소리질렀던 언니. 얘길 들어보니 그럴만 했고, 공감이 갔다. 웃으면서 얘기하는 언니를 보니 좋더라. 세상 무서운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니어서 놀람. 이제 마지막 밤이다. 곧 내일이 오겠지. 이곳에서의 생활 가끔 그리울 것 같다. 간호사쌤한테 편지 쓸지 고민중.. 그래도 정말 다행인건 주치의를 계속 볼 수 있다는거!! 히힛 신나 :)







5명의 친구들이 퇴원하고. 병실에 나 혼자 남았었다. 창 밖 풍경들만 하염없이 바라보며 주치의와 교수님을 기다렸다. 기다리다가 샤워하러 갔는데 하고 나오니까 주치의 쌤이 기다리고 있었음;; 주치의 쌤 면담은 조금 짧게 진행됐는데 감정인식기록지 쓴 거 보면서 그 싸이코 XX 에 대해 말했다. 주치의 쌤은 좀 놀라셨고, 이런 얘기 처음듣는다고.. 그 말에 나는 "제가 얘기 안했었나요?" 하고 태연하게 말했다. 주치의쌤은 나한테 왜 지금 이 얘기를 하게 된거냐고 물어보셨지만 나는 별 일 아니라는 듯 그냥 이라고 답했던것같다. 그러게 내가 왜 하필 이 마지막 면담날, 그 xx 얘길 하게 된걸까. 사실 감정인식 기록지 쓰면서도 알고 있었다. 주치의가 이 부분에 대해 내게 물어볼것이고, 나는 그 xx 얘기를 하게 될 것이라는걸. 다분히 계획적이었다. 다만 아직도 조금 마음에 걸린다. 왜 이 얘길 하게 됐냐고 물으셔서..... 내가 상황과 시기에 적절치 않게 얘길 한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어.. 조금 신경이 쓰인다.




퇴원 하루 전날에 새로 사귄 언니가 있는데. 지난 월요일 밤에 강제입원? 되어 와서 코끼리 주사 맞았던 언니다. 복도에서 마주칠때도 계속 너무 무서웠었는데, 이 날 그 남자 성범죄자가 보호실에서 나와서 탈출하려는 사건이 있었다. 보호사님 목에 걸려있는 출입증을 빼앗아서 병원을 탈출하려고 몸싸움을 벌이고 제압당하는 과정을 함께 지켜보다가 말을 트게 된 것. 우리는 둘 다 "어떡해...." 를 연발하며 눈빛을 주고받았다. 언니랑 같이 티비를 보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했고, 언니가 저번에 왜 그렇게 울며불며 화를 내고 코끼리주사까지 맞았는지 얘기를 듣고는 이해가 갔다.. 정말 화날만 했을 일이라고... 그리고 웃겼던게, 언니가 "저는 이 병원이 너~~무 좋아요" 라고 말해서 빵터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울며불며 소리지르던 언니가 이렇게나 변할수 있나 싶어서 개웃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옆에 중학생 동생도 있고 언니랑 셋이서 너무 재밌었다ㅋㅋ 언니는 불면증 때문에 입원하게 된 케이스라고했다. 음.... 불면증도 입원 사유가 되는구나.. 싶어 놀라웠다. 이 언니랑 좀만 더 빨리 친해질걸.. 하는 아쉬움이 잔뜩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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