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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작가 Nov 26. 2022

20200709 목요일: 왜 아직도

첫번째 입원: 20200630~20200711


아침에 깨어나자마자 기분이 더러웠다. 왜 또 깨어난거지? 왜 아직도 살아있는거지? 싶어서 마음이 너무 괴롭고 죽고싶었다. 평소에 늘 느끼는 아침. 왜 또 깨어있지, 왜 또 살아있지. 어제는 나를 죽여버리고 싶은 충동, 자기 비난, 자학, 죽고싶다. 아침엔 자해하는 장면이 스쳐 지나가, 그 장면을 상상하는것만으로 자해를 한 것 같아. 뭔가 모든게 맘에 안들고 엉망이 된 것 같아 다시. 모든게 뒤죽박죽 뒤섞여.




병원에 성범죄자가 들어온 모양이다. 어제 들어온 남자가 난동을 부린다고.. 지금 보호실에 붙잡혀 갔다고 한다. 존나 무섭군 이 병원.. ㅜㅜ




내 마음 알기 프로그램. 너무 긍정적이어서 거부감 일어나ㅜㅜ 거부감 만땅. 이걸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겁나 고민되네... 돈낭비일까 아닐까 아직 고민중.. 돈낭비는 너무나 싫어.. 다시 정신 돌아왔나. 오전엔 죽고싶었는데, 다시 차분... 주치의 만나서 뭐라 말하지.. 힘들었다고 그래야겠다. 자기 비난하게되고 자학하게되고 내가 끔찍이 싫다고. 오늘 아침에 일어났는데 너무 짜증나고 맘이 안좋았다고. 또 깨어났네. 이런 느낌. 또 깨어난거야 왜?




주치의가 사람들의 의도를 먼저 부정적으로 해석하는건 그것도 멍청한거라고 했다ㅋㅋ 반박 잘하네. 어제 밤부터 오늘 아침까지 힘들었다는 얘길 했다. 문자 테러를 하는게 나을지 아닐지, 생각하고 알려달라고 했다 으어.




오늘은 왜이렇게 뭘 써야할지 모르겠지?ㅜㅜ 우울하다. 오늘은 우울. 대체로 우울. 여기서 이 일기장 끝까지 쓰고 나가겠다ㅋㅋ 나중에 블로그에 어떻게 업데이트 한담. 그냥 업데이트 하지 말까 싶기도 하다.




입원 후의 일기들을 다시 읽어봤다. 읽으면서 계속 그랬구나, 그랬구나, 생각이 들었다. 물론 어떤 부분에선 멍청하다는 생각도, 이상한 부분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든 생각은 '그렇구나' 하고 나를 수용해주는 말. 일기를 매일 다시 읽고 또 읽는 것도 도움이 되겠단 생각이 문득 들었다. 사람들을 괴롭히는 문자테러보다도... 훨씬 도움이 되지 않을까.. 문자 테러는 하고 나서도 공허하다. 다만 읽은 사람의 숫자가 뜨는건 무척 좋아했다. 이제 내일이 진짜 마지막 면담. 마지막 날인거네.. 마지막 면담인건 너무너무 아쉽다 ㅠㅠ 주치의랑 헤어지는거 너무 슬퍼 ㅠㅠ 오늘 면담때 좀 웃겼던게, 내가 나에 대해서 설명하자 선생님이 좀 멈칫 하셨다. 아마 경계선의 증상 중 하나를 너무 또렷이 묘사해서 이겠지 하고 짐작했다. 주치의는 물었다. "그러니까 본인이 그렇다는거죠?"하고. 이 질문에 직감이 왔다.




아 이렇게 지루한테 내일 하루 또 어떻게 버티나.. 지루해 죽겠다ㅠㅠ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라, 주구장창 일기만 쓰고.. 진짜 너무 지겹다. 나도 걍 내일 퇴원하고파 ㅠㅠ 으어어 엄마 일 하는 날 퇴원 해야하는데.. 일이 꼬인다. 에휴 진짜.. 엄마는 알고 있는건지 모르고있는건지 알 길이 없네.




오늘 하루도 끝나간다. 후.. 오늘 하루 길고 힘들었다. 이제 밤만 잘 넘기면 된다. 죽고싶은 밤만 조용히 넘기면.. 되는 것이다. 주치의가 아까 지나갔는데 반가웠다. 병동에서 마주치면 진짜 반가워. 외래 갈때도 이렇게 종종 볼 수 있음 좋겠다 ㅎㅎ




SY한테 편지 받았는데 좀 웃기면서 놀랐다. 자기가 말이 너무 많아서 나보고 불편했겠다고.. 스스로 알고 있어서 놀랬다. 내가 싫은티 너무 많이 냈나? 싶어 뜨끔할 정도였다. 아무튼 나랑은 잘 맞지 않는 아이였던걸로.




오늘 오후 간호사쌤이 내 상태에 대해 물었다. 나는 아침까지의 안좋은 상태를 말했고, 퇴원 후의 삶도 불안정하다고 불안을 말했다. 간호사쌤이 공감해주시며 그런 상태로 살아온 사람들은 계속 그 생각에 빠질 수 밖에 없다며, 그런 생각으로 빠지게 되는 것을 끊어내야 한다고 하셨다. 운동이나 청소 같은 동적인 활동을 하라고.. 여러 조언들을 해주시며 응원해주셨는데 감사했다.








이날은 아침부터 상태가 굉장히 안좋았다. 눈을 떴을때의 그 불쾌감. 왜 아직도 살아있지? 라는 생각. 그래서 이날은 아침도 안먹고. 내 상태가 안좋다는게 눈에도 보였는지 간호사 쌤이 많이 안좋으면 면담이라도 하자고 얘기했다. 아마 전날 주치의 쌤한테 집착하는 마음들 털어놓고, 계속 집착하는 마음을 멈추지 못하니까 그런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쓰레기 같아서..... 전날 밤에 자기 비난과 자학을 엄청 했던게 영향을 미친것같다. 늘 누군가를 '너무' 좋아해버리고, '너무' 빠져드는 내 자신을 경계한다. 밀착된 관계의 시작이며, 이 '너무' 좋아하는 이상화는 곧 '너무' 싫어하는 평가절하로 바뀔 거라는 걸 아니까. 그저 증상일 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이런 증상을 갖는 나 자신이 너무나도 싫다. 끔찍하게. 그래서 자기 비난을 하게되고. 죽어야한다는 생각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같은 병실 SY가 내일 퇴원이라고 내게 작별 편지를 줬는데. 읽고 조금 뜨끔하다가. 그 편지를 보관하고싶진 않아서 편지를 버렸다. 어차피 다시 볼 사람도 아니니. 말 많아서 내가 힘들어할 거라는걸 알았다면 말을 좀 줄이고 내 얘기도 좀 들어주지 그랬니. 라는 원망이 올라왔지만, 다신 볼 사람도 인연도 뭣도 아니라는 생각에 그냥 털어버렸다.




이날은 성범죄자 같은 남자가 한 명 들어와서 병원이 어수선했다. 그 남자는 제압을 당했고 보호실로 끌려들어가 코끼리 주사를 맞았다. 그 남자 병실 앞에 주치의 이름 보니까 우리쌤이더라....;;; 우리 쌤 고생 좀 하시겠군... 걱정이 조금 되었다. 애들 말로는 이 남자 아버지가 아들을 입원시키려고 코로나 검사 하러 가자고 속인 다음에 정신병원에 입원시킨거라고...;;; 그래서 이 남자는 들어올때부터 자기가 코로나에 걸렸네 마네 하면서 떠들고 다니고, 금방 퇴원할거라고 했단다. 그런데 자기가 쓰던 물건이 없어지자 같이 밥을 먹던 다른 남자 환자들에게 접근해서 몸을 더듬고 성기를 만지고 그런 성추행을 했다고 한다. 또 여자 병실/화장실에 아무도 없으면 들어가도 되는거 아니에요? 라고 말했다고 한다;;;; 애들이 이 남자의 언행들을 간호사실에 다 일러바쳐서 보호실에 감금된거. 암튼 정말 무섭다. 코끼리 주사 맞고도 잠잠하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더라. SY는 이 남자 들어오고부터 여기가 진짜 정신병원이구나 라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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