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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작가 Nov 25. 2022

20200708 수요일: 집착하는 마음에 대한 대화

첫번째 입원: 20200630~20200711


주치의 면담 엄청 길게 했다. 처음엔 면담실에 자리 없어서 밖에서 할 뻔 했는데 내가 너무 싫은 티를 내서 선생님이 그거 알아채고 이따 1시간 후에 하자고 하셨다 ㅎㅎ 그래서 면담실 자리 나서 감정인식 기록지 쓴 거 보고 얘기했는데 무척 좋았다ㅜㅜ 날 이상하게 생각 안하시고, 당황하지도 않으셨다. 그리고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내 말을 들으니 이해가 간다고 말해주셔서 무척 위로받는 느낌이고 기뻤다ㅜㅜ 자신이 남들과 다를 수 있다는것? 남들은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는 걸 아는건 좋은거고, 그 좋은걸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식으로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하셨다. 상담선생님도 아마 나를 힘들게 하려는게 아니라, 위로해주고싶은 마음이었을거라고 말하셨다. 그리고 나랑 얘기할 때 마다 느끼는건데 내가 나를 제 3자 입장, 객관적인 시선으로 볼 줄 아는 것 같다고 말하셨다. 그동안 상담 받고 노력해 온 결과인 것 같다고... 이 말을 들었을때 무척 뿌듯했다. 히힛 :) ㅇㅇㅇ선생님 진짜 조아 -! 외래도 이 분 한테 받으면 좋겠다. 외래에선 이제 만날 수 없다는게 너무 속상하다. 글구 나는 면담시간이 좀 기니까 일부러 여유로운 시간에 배치했다는 말도 좋았다 ㅎㅎ 이쁨받고 있어 무척! 그런게 막 느껴져.




오늘 요법실에 모이는 멤버 중 2명이 퇴원했다. 오전에 JM이랑 얘기 좀 했는데, 내 얘기 들으면서 되게 놀래더라 ㅋㅋ 반응이 놀라는 것 같아서 재밌었다. 그럼에도 나 좋다는 사람들 있다니까 JM이가 놀랍다고.. 놀라운데요? 라고 말해서 또 실감했다. 나 많이 사랑받고 있구나.. 하고. 집단 사람들이 생각났다. JM이랑 JY이가 가고 사람들 분위기가 조금 뒤숭숭하다. 나와 SY는 병실을 옮겼다. 너무 시끄러워서 어제밤에 잠을 잘 못자서 간호사쌤이 4인실로 옮기라고 해 주셔서 같이 옮기게 되었다. 근데 하필 외국인이랑 같은 방 ㅜㅜ 영어울렁증 ㅅㅂ ㅠㅠ 친구가 필요하다. 퇴원하고 영어공부 열심히 해야지. 어제 원래 쓰던 병실에 새로 온 사람은 보호자랑 같이 왔는데 밤에 계속 들락날락 거리고, 말소리 잠꼬대 소리가 있어서 너무 빡쳐서 내가 새벽에 말했다. "저기요, 지금 몇시에요? 좀 조용히 해주실래요??" 하고. 이 말투가 너무 공격적이지 않았나 하고 생각한다. 아침에 아줌마랑 애가 사과하더라.. 그땐 좀 미안하긴 했는데, 많-이 미안하진 않았다. 나의 성격.. 왜 이런걸까?..




이제 금요일까지 하루 남짓이 남았다. 기분 이상하다. 여기서 나갈 생각 하니까 뭔가.. 시원섭섭? 간호사 쌤이랑 주치의 쌤이 많이 생각날 것 같다. 여기서 나가면.. 잘 생활할 수 있을까 에 대한 불안. 고민들이 끊이질 않는다. 계획도 아직은 모르겠고. 어찌해야 할 지.. 그래도 오늘 주치의한테 솔직한 마음 말해서 좀 기분 좋았다. 하.. 왜캐 이해받고 관심받고, 케어받는다는 느낌이 중요할까.. 이거 상담에서 다뤄봐야겠다. 오늘 교수님 회진에 주치의는 안오는건가? 또 보고싶은데.. 아쉽다ㅜㅜ 이따 늦게라도 같이 왔으면 좋겠다. 그때까지 뭐하지? 시간이 또 이빠이 남는다. ㅜㅜ 후.. 망할놈의 시간. 시간 죽이기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죽여야 할 지 모르겠다. 내일 모레 나가면 뭐하지?ㅜㅜ 차라리 여기 있는게 나을까? 돈만 많으면 여기 다음주까지 있을텐데.. 입원비 걱정에 나갈 수 밖에 없다. 이번주에 애들도 다 나갈텐데 뭐. 나 혼자 남아서 뭐하냐. 모두가 금요일에 나간다 꺅 ㅎㅎ 외래에서 주치의 또 보고싶다ㅠㅠ 흑흑 교수보다 주치의가 더 좋아.




연결감. 내게 중요한 것. 연결되어 있다고 믿고 느끼는것. 그래서 문자테러를 한다. 그래서 채팅방이 있었다. 갑자기 연결감이라는 단어가 확 떠오른다. 블로그에 글을 쓸 때마다 나무님이 볼거라고, 연결감을 망상 정도로 느꼈던 것. 이 얘길 했어야 했는데.. 문득 떠오른다. 지금은 누구랑 연결감을 느끼는가. 주치의? 모르겠다. 집착은 하고 있는데 연결감 까지는 잘 모르겠다. 사람들과 접촉하고싶고, 마음 나누고 싶은 욕구가 마구 올라온다. 교수님 회진은 오늘 없는건가? 왜 이렇게 안와ㅠㅠ 30분 면담이 너무 감질맛난다. 50분~1시간 면담이 소중해진다. 빨리 혜운, 랄라랑 상담하고싶다. 상담을 일주일에 두 번 하고싶다ㅠㅠ 주치의 보고싶다ㅠㅠ 아 공허해 미칠듯. 왜캐 공허하냐.. 요법실에서 애들 웃고 떠드는거 보면 너무 공허하고 소외감 느껴져. 내가 단체생활을 피하는것도 너무 싫어.. 영어 울렁증에 단체생활 회피. 자꾸 어릴적 학창시절이나 회사에서의 사회생활 했을때의 내 모습이 떠올라 좌절스러워. 이런 모습의 내가. 어울리지 못하고 겉도는 내가.. 너무 괴롭고 공허해. 나도 사회생활 하고싶고, 어울리고 싶은데 그게 안되니까.. ㅜㅜ 다들 뭐가 저렇게 즐거운지.. 부럽고 샘나고. 어울릴 수 있음이. 함께 할 수 있음이 무척 부러워. 그치만 나는 다가갈 수 없어. 그 거리를 좁힐 수가 없어. 혼자 있는게 편하면서도 소외감 때문에 공허해.




꺅 랄라랑 통화했다!! 반가운 랄라:) 엄청 오래 얘기 나눴엉. 랄라가 나 많이 궁금했나보다 느껴져서 좋았다. 입원생활 어떤지 물어보고, 퇴원얘기도 하고, 결혼식 얘기, 주치의 얘기도 다 했다ㅋㅋ 주치의한테 집착하고 있다니까 랄라가 더 하라곸ㅋㅋㅋㅋㅋ 개웃 ㅋㅋㅋ 나보고 주치의 보고싶어서 다시 입원하는거 아니냐고 했다 ㅋㅋㅋㅋㅋㅋ 어쩌면 가능성 있음 ㅋㅋㅋㅋ 주치의한테 집착하는거 왜캐 웃기냨ㅋㅋ 랄라가 같이 웃어줘서 더 웃겼다 ㅋㅋㅋ 주치의가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건 좋은거라고 말했다 하니, 더 집착하고 괴롭히라고 ㅋㅋㅋㅋㅋ 개웃 ㅋㅋㅋ 주치의한테 말해줘야겠다 ㅋㅋㅋ 하.. 그래도 랄라랑 한참 수다 떨고나니 너무 좋다 ㅎㅎ 아까 혜운은 형식적으로 잠깐 묻고 말았는데.. 전화도 금방 끊고 ㅠㅠ 아쉽ㅜㅜ 혜운은 좋지만 내겐 너무 차갑고 딱딱해.. 랄라는 너무 친근하고 좋아.. 두 사람의 온도차....ㅋㅋㅋ



집착. 언제쯤 관둘 수 있을까 집착. 교수님 잠깐 뵀는데 금요일에 퇴원 못하게 됐다. 토요일로 미뤄짐. 교수님 일정 때문에 ㅅㅂ 오늘은 저녁에 주치의는 못봤다ㅠㅠ 너무 아쉽 ㅠㅠ 금요일에 사람들 다 퇴원하고까지 있으려니 뭔가 좀 힘들다. 목/금 이틀이나 더 보내야 한다니.. 너무 무료하고 지루하다. 흑흑. 왜캐 지루하냐.. 전화카드라도 더 충전할 걸....




복도에서 주치의 목소리 들린다. 목소리 듣는것만으로도 안정돼 ㅎㅎ




퇴원 후가 엉망이 될까봐 무섭다. 퇴원 후의 삶. 너무 무서워. 잘 견뎌야 하는데 잘 견디지 못할까봐. 너무 부서지기 쉬운 내 마음.. 언제 또 깨질지 몰라. 무섭고 불안해. 붙잡을 수 있는 건 주치의, 혜운, 랄라. 지금은 주치의 ㅜㅜ 아 공허하고 불안하다ㅠㅠ 문자테러.. 하고싶어진다 시발. 문자테러.. 해야되는데...






이날은 감정인식 기록지에 저번에 주치의가 면담을 너무 늦게와서 불안하고 버림받는 느낌이 들었다는 이야기를 적었다. 집착하는 마음이 생긴다는 것도 적고. 이걸 같이 보면서 얘기 나누기가 무척 떨리고 무서웠다.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볼까봐... 집착하는 내 마음에 당황할까봐 무척이나 덜덜 떨면서 면담에 갔는데. 주치의 선생님 별로 당황하지도 않으셨고 이런 마음 느끼는 거 이해간다고 해주셔서 놀랐다. 내가 심지어 어떻게 집착했는지도 말했는데... "저 병실 다 돌아다니면서 누가 선생님 환자인지 다 체크했어요" 라고 말하고 주치의가 그건 무슨 마음에서 그런거죠? 하며 조금 놀라는 것 같았는데. 내가 그 마음에 대해 설명하니 또 이해간다고... ㅜㅜ 나는 한 사람의 마음을 나눠갖는걸 잘 못한다고. 선생님에게 5명의 환자가 있으면 선생님이 내게 주는 마음이 5등분이 되어서 오는 것 같아서 상대적으로 적은 마음을 갖게 되는거같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근데 주치의쌤이 정말 그럴까요?? 그건 한번 생각해봐야할 것 같네요. 라고 말했다. 마음이 5등분이 되는게 아니면 뭐란 말인가.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이런 집착하는 마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니 속이 시원했다. 그동안 혼자 앓고 있었는데. 그리고 그 날 늦게 면담 온 건 자기가 사과해야 마땅한 일이라고 하셨고, 내 면담은 다른 환자들보다 조금 더 길게 잡아야 해서 자기 일 다 끝내고 오후에 조금 한가할 때 보려고 뒤로 빼 놓는 것도 있어서 그렇다고 설명해주셨다. 이런 이유는 넘나 마음에 들었어ㅎㅎㅎ 다른 환자들보다 더 길게 면담하고 있었구나~ 싶어서 무척 기쁨ㅎㅎ




그리고 이 날 나에 대해서도, 내가 나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인 것 같다고.. 그동안의 상담이나 집단상담이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다며..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고 말씀해주셔서 무척 기뻤다ㅠㅜㅠ 보통 밖에서 N 센터에서 하는 상담 얘기 하면 그런 상담이 어딨냐??? 이렇게 반응하던데... 주치의 쌤은 편견도 없으셔ㅠㅡㅜ 내게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고 한 말이 무척 위안이 됐다. 나 잘 해오고 있었구나.. 하고 확인받은 것 같아서.




교수님 만나서 마지막 3번째 특징이 뭔지 듣고, 근데 정확한 명칭을 말씀 안해주셔서 감으로만 아~~ 했다. 무슨 바 가 낮다고.... 작은 자극에도 금방 반응한다나 뭐라나..... 암튼...... 근데 교수님 일정으로 퇴원이 하루 더 늦춰진건 짜증이 났다. 내가 금요일 퇴원아니에요?? 했더니 교수님이 치료계획은 세우고 퇴원해야죠~~ 하셨다;;; 그놈의 치료계획. 일단 목요일 내마음 알기 세션 들어보고 결정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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