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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작가 Nov 24. 2022

20200707 화요일: 퇴원날짜

첫번째 입원: 20200630~20200711


새벽에 옆방의 치매 아저씨가 우리 병실에 들어와서 식겁했다. 나는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얼른 간호사실로 갔다. 간호사가 와서 그 아저씨를 내보내고 처리해줬지만, 잠도 다 깨고, 너무 놀랐다. 그래도 다시 잠은 잘 수 있었다. 병동에 난리치는 여자도 들어오고, 치매 노인들도 있고.. 뭔가 무섭다. 심지어 어제 온 난리치는 여자는 우리 병실 사람일지도 모른다ㅜㅜ 너무 무서워 정말...ㅜㅜ




내일 병실 옮겨야한다고 하니 벌써 스트레스다. 남자가 많아져서 남자 병실 만들어야 한다고 쫓겨남ㅜㅜ 여기가 조용하고 좋았는데.. 변화는 너무 싫어.. 이럴거면 빨리 퇴원해버렸으면 ㅜㅜ 주치의가 병동에 와 있다. 나도 곧 면담하겠지?!! 안하고 그냥 가면 나 정말 ㅜㅜ 슬플것같아. 아 진짜 이 집착 어쩌지?ㅜㅜ 큰일이다. 마음이 갈수록 커지는 것 같아ㅠㅠ 혜운한테 가서 말하고싶다 흑흑. 이런 마음도 주치의한테 말해도 되는걸까?ㅜ 너무 걱정이 돼ㅠ 오늘 교수 오면 확 말해버릴까ㅠㅠ 너무 힘들다. 혼자 앓고 있기.




슬슬 사람들이 퇴원준비를 한다. 나는 과연 언제 퇴원할지.. 모르겠다. 교수님이 어제도 말씀이 없고.. 오늘 또 물어보는 수밖에ㅜㅜ 퇴원을 하고 싶으면서도 걱정이 된다. 퇴원해서 또 죽는생각할까봐.. 이제 회사도 안가는데 망나니처럼 살까봐... 퇴원을 하고 싶은건, 보고싶은 사람들이 있어서. 보고싶고 얘기 나누고 싶은 사람들. 혜운, 랄라, 태주, 비버, 친구, ㅇㅇ언니. 현실을 다시 살아가야 한다는게 버겁기도 하면서 또 걸어가야지 싶으면서 또 겁이 나 미치겠다.




내일 퇴원을 앞둔 또다른 친구가 생겼다. JY. 28세. 갑자기 급 친해져서 수다를 한참 떨었다. 심리학과 전공했다더니 상담에 대해 이것저것 지식이 많아보인다. SY도 와서 상담받는 얘기 하고 둘이 얘기하는거 들었는데 솔직히 저건 진짜 상담이 아니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담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것들이 떠드네ㅡ 라는 생각. 자꾸 N 센터 상담만 진짜 상담이고 진짜 관계라는 생각이 들어 미치겠어. 상담이 뭔지 정말...... 저 둘 보다도 나는 상담을 4년째 받아오고 있으니.. 내가 아는 상담만 정답같다-!! ㅋㅋ 주치의가 안온다. 또 하염없이 기다린다. 이런거 정말 너무 싫어ㅠㅠ 기다리는게 세상 제일 힘들고 싫어...




변증법적 행동치료 를 권유받았는데.. 얼마나 비싼건지 몰라서 망설여진다. 약물도 그렇고 치료도 그렇고 어떻게 해야할지... 양재 병원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어찌해야할지.. 고민이 많이 된다. 일단 치료 시작했으니까 한번 해봐? 3~5회 정도라도 일단 하고 다시 양재로 돌아갈까? 주치의가 좋아서 고민이 된다ㅠㅠ 흑 오늘 주치의 면담도 아직 안했는데... 힉... 퇴원은 금요일쯤 해도 된다고 허락 받았다! 드디어 퇴원 -!! 한 일주일 하고 3일 더 있어서 11일 입원. 입원비 줄어든 건 무척 다행이다.. 하... 병원을 어째야할까..



일단 금요일 퇴원으로 정해놓고, 계획을 세워야한다. 행동치료는 일단 이번주 목요일 세션 들어보고 결정해야지. 돈만 버리는 수가 있으니까. 목요일까지 심리검사 결과가 다 나왔으면 좋겠는데.. 그럴리가 없겠지?ㅜㅜ 일단 당분간은 외래를 좀 와야할 듯 하다. 윽 외래를 이렇게 멀리 오게 되다니... 약수에서 일원역까지 다시 또.... 하.. 근데 계획을 어떻게 세울지 그걸 모르겠다. 계획에 대한걸 생각하면 막막하고 주저앉을것만같다. 좋은 계획이 있으면 좋겠다 나도.




이제 주치의는 잊어야지.. 곧 퇴원인데 이런 애착관계를 계속 유지할 순 없어. 잊어야지.. 이별 준비해야지..ㅠㅠ 여기서 엄청 의지하고 기댔나보다 나.. 꼭 누군가 한 명쯤 밀착되는 대상이 있어야만해. 이 병원에서는 주치의였어. 이성적으로 좋아한것도 아니고 뭣도 아닌데. 그냥 바뀌어버린 애착, 밀착 대상일 뿐. 아무것도 아니야. 침착하자.




주치의 면담. 여전히 좋다ㅎㅎ 진심 좋은 분 같아. 조금씩 신뢰가 쌓이고 있는데 헤어져서 아쉽다ㅠㅠ 창피하단 얘기도 솔직하게 다 했다. 유아적인 나의 모습이 너무 창피하다고. 근데 주치의가 그렇게 창피해 할 일인가? 라고 말했다. ㅋㅋ 매일 30분씩 만나는 시간이 너무 소중해 ㅠㅠ




오후의 간호사쌤. YJ쌤 좋다 ㅎㅎ 나를 아주 섬세하게 알고 있는 것 같아. 챙김받는 게 너무 따뜻하고 좋다. 이 분께는 아무래도 간단한 쪽지라도 남기고 가야할 듯.. 처음 왔을 때 부터 아직도 죽고싶은 마음이냐 물어봐주셔서 울컥했는데... 끝까지 이렇게 자상하게 케어해주신다. ㅜㅜ 이 병원 왜캐 좋아ㅠㅠ 의료진도 다 좋구, 애들도 착하고.. 참 좋은 시기에 병원에 들어온 듯.







이날은 주치의에 대한 마음이 오락가락. 퇴원 날짜 받아놓고 나니, 주치의에 대한 마음 얼른 정리해야 할 것 같아서.. 혼자서 정리하려하다가, 다시 또 면담하고서 좋아가지고.. 마음 정리가 어려웠다ㅠㅠ 주치의 선생님은 남자지만 이성적으로 좋아한 것은 아니다. 그냥 또 하나의 밀착 대상으로서. 좋아했던 것. 나는 진짜 왜이렇게 치료자에게 잘 빠져드냐..... ㅠㅡㅜ




내가 좋아한 간호사 선생님 중에 오후 4시부터 11시까지 계시는 간호사님이 계시다. 처음 입원했을 때 부터 나에게 다정하게 말 걸어주시고, 혼자 병실에 있으면 늘 찾아오셔서 힘든거 없는지 물어봐주시고... 그래서 이 쌤한테는 계속 내 얘길 하게 된것같다. 저번에도 애들 얘기 들어주는거 너무 힘들다고 이쌤한테 얘기하고... 그러다 울컥하고... 이 날은 내가 다른 남자 동생이랑 병동 돌면서 얘기하고 있으니까, 간호사님이 나 혼자 있을때 물으셨다. "아까 남자분이랑 계속 같이 있던데 괜찮았어요?" 이 질문 받고 당황..... 대체 이 간호사님 나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계신거야?? 내 히스토리를 전부 알고 있나? 싶어서 당황해서 간호사님께 제 정보 다 알고 계세요? 하고 물었다. 간호사님은 당연히 다 공유하고 알고 있다고.... ㄷㄷ 아무튼 그 섬세함에 흠칫흠칫 놀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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