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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작가 Nov 29. 2022

20211130 화요일: 다시 폐쇄병동으로

두번째 입원: 20211130~20211208

1년 4개월만에 돌아온 폐쇄병동.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입원절차는 뭔가 더 까다로와진것같다. 입원 하루 전에 연락이 오면 코로나 검사를 해야했고, 입원 당일에 내원해서 흉부 사진과 폐 CT 등을 찍었다. 11시까지 수속 마치고 오라는거였는데.. 내가 집에서 너무 일찍 나온 바람에 한시간이 비어서.... 원무과 앞에서 죽치고 앉아서 ㅇㅇ언니와 카톡을 하며 시간을 떼웠다. 다시 폐쇄에 가다니..... 가자마자 폰부터 빼앗길텐데... 그전까지 폰이라도 실컷하자는 마음으로 한시간동안 폰질을 열심히 했다. 그리고 최대한 늦게 6층 안정병동 나무 문 앞으로 가 호출 버튼을 눌렀다.


병동에 들어가자 마자 주치의를 만났다. 사실 간호사가 병동 안내 영상이라고 하는 것을 보라고 하고 있었는데. 주치의가 와서 잠깐 보자고 면담실로 데려가는바람에 영상 보던 흐름이 끊겼다. 주치의는 내게 이번에 입원해서는 목표가 어떻게 되냐고 물었다. 정확히 똑같은걸 삐약쌤도 상담쌤도 물었던 터라 약간 당황했다. 이놈의 치료자들은 똑같은 생각이구나...ㅋㅋㅋ 그래서 나는 잘모르겠다고.. 딱히 목표같은것도 없고 기대도 없다.. 고 말했더니 주치의는 그래도 ㅇㅇ님은 이미 작년에 한번 입원도 해 봤으니, 그때와 지금이 또 무척 다를거에요.. 하면서 고렙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웃겼다. 눼에 주치의님 게임좀 하시나봐요? ㅋㅋ 고렙이라니 ㅋㅋㅋㅋㅋ 이렇게 저렴한 어휘 써도 되는거야? ㅋㅋㅋㅋㅋㅋ 여튼 주치의가 폐쇄병동에 대해 동의서를 받을것이 있다며 기본적인 규칙들을 쭈욱 설명하고 이따 교수님과 같이 다시 오겠다고 하더니, 자기는 오늘 좀 바쁘다는 얘길했다. 굳이 안물어봤는데... 바쁘다는 말에 괜히 서운?했다 ㅜㅜ 바쁘지말라고요ㅠㅠㅠㅠㅠㅠ 나만봐죠요.... 막 이런 마음 ㅋㅋㅋㅋㅋㅋ


사실 입원하기 전날 새벽까지 잠을 못자고 깨어있어서 무척이나 피곤하기도 했다. 갑자기 또 폐쇄병동이라는 낯선 환경에 들어왔고 간호사와 의사들 사이에 둘러쌓여있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주치의는 약 조절 관련해서는 내 개인병원 쌤인 삐약쌤에게 전화해서 상의를 한다고도 해서 조금 놀랐다. 참 오픈마인드이신 분이구나.. 치료를 위해서는 뭐든 하시는 분이구나.. 싶어서 말이다. 글구 주치의 면담 전에 내가 앉아있던 테이블에 삐삐언니는 조울의 사막을 건넜어 라는 책이 올려져있었는데 그거 보고 주치의가 이책 ㅇㅇ님거에요? 하고 물어서 내가 아니라고 하자, 자기가 예전에 추천해주지 않았냐고 해서 내가 아니라고.. 모른다고 했더니 에이~ 말했을텐데~ 제가 차트에도 그런거 말한것도 다 적어놓거든요 찾아봐야겠네 해서 웃겼음 ㅋㅋㅋㅋ 아니 무슨책 추천했는지도 차트에 쓴다고? ㅋㅋㅋㅋㅋㅋㅋ 진짜 한 꼼꼼하시는 우리 주치의. 나는 끝까지 아닌데.. 그런적 없는데.. 했더니 주치의가 아네. 죄송해요! 하고 말했음 ㅋㅋㅋㅋㅋ




이번이 첫번째 입원이 아니라, 두번째 입원이어서 그런지 물품검사에서는 특별히 걸리는 건 없었다. 낱말카드의 링 을 떼야했고, 색연필 그리고 나무숟가락은 간당간당했지만 허가가 되었다. 뭔가 이번에 내가 짐을 더 많이 싸왔나?? 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병실로 가서 내 자리 칸에 짐정리를 하고 나니 얼추 다 들어가고도 조금 널널해서 괜찮은듯했다. 짐정리를 다 하고 점심이 나오길래 점시을 먹고선, 3시쯤 교수와 주치의가 다시 왔다. 교수님은 오랜만이라며 반가워하던데.. 솔직히 나는 좀 가식적이라고 느껴졌다. 도무지 이 교수님의 진심을 모르겠다는 생각. 오래전부터 해왔다. 교수님은 최근 내 상태에 대해 물었다. 특별히 더 나빠진건지, 계기가 있는지 말이다. 나는 걍 특별한 계기는 없고 잘 모르겠다고 말하면서 그냥 좀 지쳤다고... 치료기간이 길어질수록 지치는것같다 말했고 교수는 이해한다 말했다. 정말 아는건가? 순간 의심을 했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이어서 약 사용에 대해서도 조금 이야기 하다가 믿을 수 있는 친구는 몇 명이냐, 언제 자살충동이 심하냐, 언제 공허하냐 와 같은 질문들을 하고, 나는 블로그와 회사 언니 이야기를 조금 했다. 그리고 교수님은 1~2일쯤 상태 지켜보고 괜찮으면 개방병동으로 이동시켜준다고 말했다. 왜냐면 내가 입원 전부터 주치의한테 개방병동 갈수없냐고 주장했었기 때문에 아마 주치의가 의견을 전한것같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 참 우스운게. 막상 개방병동으로 보내준다고 하니, 다시 고민이 됐다. 아무생각없이 리셋하러 왔는데 또 폰쓰고 하면서 속세의 문물을 접하고 그러면 진정한 휴식이 안되면 어쩌지?? 나는 좀더 케어가 필요한거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런데 교수님은 내 상황을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는것같아.... 그게 좀 열받는다. 그렇다고 더 나빠지길 바라야하는건 아니지만... 어떻게 하루 이렇게 면담해보고 바로 저런 결론을 내릴수있지?? 라는 생각이 들어서 힘이 빠진다. 그래서 자살충동이 올라왔다. 이해받지 못한 것 같아서. 충분히 힘들다는거. 폐쇄에서 쉬어야 할 만큼 힘들다는거 이해받지 못한거같아서 말이다. 너무 가볍게 여겨지는것같아서 자살충동이 들었다. 역시 날 심각하게 신경써주는건 삐약쌤과 상담쌤 뿐이야. 대학병원은 워낙 심각한 환자가 많으니 나같은 것쯤은 힘든것도 아니다. 라는 생각들을 하며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간호사에게 비상약을 탔다. 갑자기 알수없는 불안이 나를 휘감았다. 바뀐 새로운 환경에 적응이 어렵고. 교수 면담이 자극이 되었던것같다. 이대로 정말 개방병동에 가도 괜찮을까?? 불안정하고싶었니? 비상약까지 타먹고 흔적을 남겨야했니?? 진짜 미치겠다. 정말 관종인건지... 심지어 여기서 자살시도 하는 생각까지 했다... 봉지들 이용해서 숨못쉬게 막아서 자살시도 하는거 말이다.


첫날 치고 감정의 롤러코스터가 좀 심했던것같다. 이렇게 작은 자극에도 왜 이러는건지... 차라리 그냥 개방병동에 얼른 이동시켜달라고 해야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의사들한테 집착하느니 폰질을 하고 말지...... ㅋㅋㅋ 정말 삐약쌤과 상담쌤이 너무너무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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