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로봇이 내게 준 것

하얀 백지 위의 모험

by nAmsoNg

네이버의 뉴스를 보다가 갑자기 솟구치는 글쓰기 욕구를 못 이기고 브런치를 열었다. 충동적인 행동은 언제나 감당하기 어려운 결과를 불러온다는 것은 알지만 이 정도는 감당할 것 같았다. 그래봐야 띄어쓰기 좀 틀리고 두서가 약간 없을 것이다.


강호동 로봇이 연구 중이라는 뉴스를 봤다. 원래의 힘보다 17배나 강해지고 한우 여섯 마리를 들어 올릴 수 있다고 한다. 더군다나 인공 근육을 장착하여 어색하지 않은 부드러운 움직임이 가능하다고 한다.

과학은 무섭게 발전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재미있게 보던 공상과학영화가 삶의 일부로 조금씩 자리 잡고 있다.

상상력이 동원된 소재에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를 입혀 놓은 sf 장르는 밤을 새울 정도로 매력적이다.

강호동 로봇의 기사를 읽는 순간 주의의 모든 공기가 일제히 나의 온몸을 감싸 안았다. 짜릿했다. 영감이라고 하기엔 많이 부족하지만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또렷하게 떠오르듯 정전기 정도의 스파크가 머리를 스쳤다.

우주, 종말, 생존, 재난, 생명과학을 다룬 공상과학 소설을 쓰는 것이다.

아직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세계가 나아가고 있는 방향에 한두걸음만 먼저 나아가 매력적인 배경을 만들고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벌써부터 마구 흥분이 된다.


딱! 여기까지가 갑자기 브런치를 켠 동기다. 강호동 로봇에 대한 기사를 읽었고 문득 공상과학소설을 써야겠다는 혼자만의 계시를 느꼈다. 정말 재밌겠다며 흥분하며 이 글을 시작했고 지금은 다시 차분해졌다.

내 앞에 놓인 커다랗고 단단한 벽과 다시 마주한 것이다. 문제는 그러니까 문제는,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영화를 보고 책을 읽으며 누군가의 상상 속에서 빠져나온 이야기들은 수도 없이 봤지만 내가 창작해 본 적은 없었다.

얼마 전에도 시작했던 소설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구글 문서에 2페이지로 묵혀두고 있다. 그렇다 보니 막상 키보드에 손을 올리면 겁이 난다. 또다시 마무리하지 못하거나 진부한 문장들이 누더기처럼 이어져 괴물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닐지 말이다.

이렇게 나의 흥분은 깊은 생각의 터널을 지나 하수구를 빠져나온 질퍽한 오물처럼 늘어지곤 한다. 익숙한 일이다. 그럼에도 아직 글쓰기를 포기하지 못하는 스스로가 아련하기도 하다. 다행히 나는 그런 나 자신을 자주 안아주는 시간을 갖기 때문에 버틸 만은 하다.


어릴 때부터 공상과학 영화를 좋아했다. 그에 비해 나의 과학 점수가 좋지는 않았지만 미지의 세계에 대한 모험심만은 이미 우주로 아마존 깊은 정글로 히말라야의 가장 높은 봉우리로 가 있었다. <터미네이터>는 물론이고 <백 투 더 퓨처> <어비스> 등 세계관이 다른 장르에 매력을 느꼈다.

아마도 나는 내가 가진 모험심을 하얀 백지 위로 가져오는 것이 우선일 것 같다. 보통 모험이라 함은 험난한 정글이나 미래에서 온 킬러, 미지의 생명를 마주하면서도 꺽이지 않는 의지로 소기의 목적을 이루는 것인데 하얀 백지에서의 모험이라니. 웃기다. 웃기면서도 쓸쓸하다.


언제나처럼 마지막 나의 문장은 화이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하고 싶은 것을 해낸다. 결과는 작고 완성도는 희미하더라도 나의 일기장에 남기기엔 충분한 발자취가 된다. 내 앞을 가로막은 벽을 노려보고(노려본다고 뚫리지는 않지만) 하얀 백지 위에서 용기 내어 볼 것이다.


용기란 무모하지만 강한 의지가 담긴 행동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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