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슴은 아직 촉촉하오
불혹을 앞둔 적지 않은 나이에 아직도 나는 탐구한다.
"사랑은 무엇일까?"
그 시절 사랑이라 믿은 감정으로 결혼을 해서 살아보니 어슴프레 이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사랑 이라기보다는 책임과 정인 것 같기도 하고, 그 모든 것을 포괄하는 것이 사랑이고 한다면 나는 사랑을 하며 살고 있는 것이 맞는데 마음 한 구석은 언제나 공허하다.
"와이프하고 뽀뽀는 하세요?" 라는 질문에
"가족끼린 그런거 하는거 아녜요!" 라고 망설이지 않고 단호하게 대답한 한 개그맨 이수근씨의 말에 마음이 쓰리며 공감한다. 아마도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책임과 정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다른 무엇인가보다.
시대의 지식인 하나가 명확하게 사랑은 이러이러하니 너는 그만 포기하고 일 해서 돈 벌고 주말에 가족들과 시간 보내며 열심히 살으라고 한다면 미련을 버리겠다. 하지만 나는 그런 말을 듣기 싫은 것인지 모른다. 그것은 내가 만든 파랑새를 죽이는 일이다. 이뤄지진 않더라도 가슴속에 살아있기에 삶의 이유가 되고 재미가 되는 그런 존재를 남의 잣대로 맞아죽게 둘 순 없는 것이다. 누구나 인정한 고집쟁이가 남의 말에 호락호락 사랑의 정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 어쩜 이렇게 사랑에 대해서 고민하며 갈구하고 방향을 찾는 고뇌의 과정을 즐기는지도 모른다. 누군가 정해준다면 나는 분명 또 다른 논쟁거리를 손에 들고 고민하며 살아갈 것이다. 성향이 그렇다. 단순하게 살아가는 우리 마나님은 죽었다 깨어나도 모른다. 늦은 밤 소파에 앉아 음악에 젖은 밤에 볼을 비비고 허공을 끌어안고 있는 나를 보면 건조한 눈빛을 던지며 안방으로 들어간다. 그 아름다운 시간에 나의 가슴이 얼마나 촉촉하게 젖어 있었는지 모른다.
<하~~~~ 그러니 내가 외로울 수밖에....>
그럴 때 간단한 안주와 소주 한 잔만 조용히 드리밀어 주면 충성을 다 할 텐데 말이다. 술은 건강에 안 좋다며 매번 금주를 요구하는 어리석은 항쟁을 아직도 하고 있다. 말을 들을 사람한테 해야지 술이 없으면 정신 건강이 안 좋아지는 나에게 들리지도 않는 말을 한다.
늦은 밤에 퇴근하는 나는 조용한 도로위로 갖갖이 사랑노래를 차안에 흩어놓고 운전을 한다. 대리만족 같은 것이다. 영원히 사랑한다는 가사를 들을 때면 코웃음 치며 비웃기도하고 옛사랑을 그리워하는 가사를 들으면 나도 그리워하기도 한다.
사랑에 배신당했다고 하면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질 거라 위로도 해주고 고백하지 못 하는 짝사랑의 애처로움에 풋풋한 아름다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리고는 언제나처럼 내 사랑에 대해 자문해본다. 언제가 부터 보이지 않던 우리 부부의 사랑은 정말 사라진 것인가? 익숙함에 묻혀 보이지 않은 것인지, 신혼 초 다툼의 앙금을 나는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옛날의 그 사랑이 책임이나 정으로 변해버린 것인지, 생존이란 것이 사랑이란 아름다운 감성을 용납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우린 한참을 치열하게 싸우며 살았다. 그 삶의 먼지 속에서 사랑이 더 끈끈해지길 바랬는데 내 어린 사랑은 이내 놀라 달아난 듯하다.
한 참전부터 설레임으로 고개를 드는 사랑이란 감정이 쉽게 느껴지지 않는다.
나의 탐구로 사랑의 실오라기 한 가닥이라도 찾으면 끊어지지 않게 조심조심 당겨볼 것이다. 그래서 구석에 숨어있던 그녀석이 못이긴 척 끌려 나올지도 모를 기대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