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아이도 아껴줘야 진정한 부모지요!
어린이들에게 수영을 지도하는 일은 아이들만 상대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의 뒤에는 모든 스케줄과 교육방향을 좌지우지하는 엄마가 있다. 우린 엄마와 아이 모두를 만족시키는 수업을 해야만 한다. 수업을 마치고 어떤 수업을 했는지 그리고 수업의 방향은 어떤지 상담하는 것은 기본적인
업무다. 조금 손이가는 일은 엄마들의 불편한 상황을 접수하고 정리하는 것이다.
불편사항엔 여러가지 의견이 있다.
<아이의 진도가 안나가요! 셔틀버스에서 어떤아이가 욕을 했대요! 재등록문자가 왜 자주오나요!
선생님이 우리애는 안봐주는것 같아요! 저아이가 우리애한테 물을 튀겼어요!>
세상에! 수영장에서 물이 튀었다고 컴플을 거는 재미있으신 어머님도 있었다.
자녀를 사랑하는 일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내 아이가 소중하면 다른 아이도 소중한법이 아니겠는가!
더러 본인 아이만 끔찍히 생각하는 이기적인 엄마들을 볼때면 안타깝기도 하다.
한날은 관람석에서 아이들의 수업을 보고 있던 어머님이 안내데스크로 왔다.
함께 수영하는 아이가 우리 아이에게 물을 튀기니 그 친구를 다른 반으로 바꿔 달라는 의견이었다.
듣기만해도 어이가 없는 컴플이었다. 이런 컴플은 긴장은 커녕 웃기기까지 한다. 남의 아이를 수영장에서 다른반으로 바꿔달라.... 관람석에 가서 함께 수업을 지켜보았다. 선생님이 아이의 장난을 방관한 것인가? 아니었다. 물을 튀겼다는 아이는 선생님의 설명을 집중해서 듣고 수영을 했을 뿐이다. 수영을하면서 물이 튀는 정도였고 하물며 그 친구가 먼저 등록해서 그 반에서 한참동안 수업하고 있었는데 이제막 입회해서 두 번째 시간인 아이 엄마가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았다.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티를 내기도 어려웠다.
다행히 (당연하지만서도... ) 강력한 컴플은 아니었고 잘 설득해서 계속 수업을 진행 할 수는 있었다.
내 아이가 소중하면 남의 아이도 소중한 것이다! 요즘은 종종 그것을 모르는 엄마들이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그 아이들은 자라서 상대방을 배려하며 살 수있을까? 요즘 아이들은 친구들과 있어도 자기과자는 자기 혼자만 먹는다. 선생님이 <혼자먹니? 옆에 친구도 좀 나눠줘라!> 하면 그때서야 준다. 혼자만 먹으려는 욕심쟁이들이 아니다. 그렇게 나눠 먹는것이 무엇인지 애초부터 모르는 것이다.
아이들 싸움이 어른싸움이 될 뻔한 적도 있다.
우리반은 아니었고 사건을 정리하기 위해 담당선생님과 cctv를 보며 확인 된 일이었다
수영수업에서 만난 같은 또래의 친구들이 있었다. 두 친구는 언제나 수업 중 장난을 자주 치는 편이었는데 수업이 끝나기 바로 전에도 둘이 장난을 쳤다. 둘이 물장난을 하다가 한 아이가 유독 물을 좀 먹은 것이다.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이 나왔다. 아이의 엄마는 팔짱을 끼고 기다리고 있다가 물뿌린 아이를 잡고 서서 한참을 이야기 하는 것이 cctv에 남았다. 관람석에 앉아서 뒤돌아서 그 광경을 보고있던 엄마들도 있었다.
그 중 한 분이 우리반 어머님이라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이를 세워놓고 혼내고 있었는데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었다.
아이들 장난이 심해져서 누군가 물을 많이 먹는 일이 벌어진 것은 안전상 챙겨봐야 할 문제는 맞다. 하지만 cctv를 끝까지 본 결과 물먹은 친구는 아무렇지 않게 다시 상대 친구에게 물을 뿌리며 잘 놀고 수업이 끝난 것이다.
단지 아이들 놀이중 잠시 잠깐 본인의 아이가 물을 먹었다고 남의 귀한 자식을 복도에 세워두고 혼낸다는 것이 옳은 일일까?
수영장은 교육기관이다. 담당하는 선생님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일은 담당선생님에게 중재를 부탁하고 기다려주신다. 우리들은 그래서 수영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더욱 책임을 갖고 아이들 모두를 사랑하며 지도하고 있다. 우리의 편파적 잣대로 소중한 아이의 마음이 다치는 일이 없도록 신경쓰는 것이다.
그날 낯선 아줌마에게 혼난 아이는 집에 가기전에 담당 선생님이 잘 달래주었다. 하지만 일이 커졌다.
집에 간 아이가 엄마한테 사실을 이야기 한 것이다. 어느 부모든 내 새끼가 남의 집 엄마에게 혼나고 왔다면 분노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선생님께 혼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우리 지도자들은 비상이 걸렸다. 혼난 아이의 엄마는 그 엄마의 연락처를 달라며 만나러 온다고 했다. 우린 두 엄마를 만나지 않게 해야했다. 담당선생님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울상이 되었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그것을 중재하는 일은 그 조직의 높은 사람이 관여해야 보다 쉽게 마무리 될때가 많다.
소비자들은 높은사람이 더 나은 방향으로 해결해주고 만족 시켜줄꺼란 믿음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원장님이 한동안 자리를 비운 상태라 내가 책임지기로 했다. 내 선에서 안되면 원장님께 보고할 계획이었다. 우선 혼난 아이의 엄마에게 전화했다. (마치 내가 이곳을 모두 책임지고 관리 하는 것처럼... 그래야 원장님이 호출되는 불편한 상황이 생기지 않으므로...)
<상황을 모두 전해듣고 cctv도 확인했다. 아이가 억울 할 것 같고 어머님도 많이 속상하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우리 담당선생님을 믿지 않으니냐. 아시겠지만 이런 일에 어른들이 개입되면 아이들이 더 상처 받을 수 있으니 지도자에게 맡겨달라. 이후 두 친구의 관계에 문제 없게 수업이 진행 될 것이며 상대쪽 학부모님에게도 지도자가 이야기 해서 같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책임지고 조치하겠다.>
라는 내용으로 긴 통화를 했다. 다행히 어머님은 아이들 문제에 엄마가 나서서 해결하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아시는 분이셨고 우리지도자를 믿고 한발 물러서 주셨다. 이것은 엄청난 신뢰다. 내 아이가 억울한 일을 당하고 와서 무척이나 화가 나셨겠지만 담당지도자를 믿어주신 것이다. 너무도 감사했다.
아이를 혼낸 엄마에겐 담당지도자에게 전화하도록 했다. 나는 상담시 필요한 멘트들을 적어주고 통화하는 동안 옆에 있었다. 예상에 없던 이야기가 나오면 수화기를 넘지 않는 목소리로 실시간 조언을 해주며 지지부진한 사건을 정리하고 있었다.
의도적으로 3~4일이라는 시간을두며 빨리 대응해야 할 때는 답을 주고 늦춰야할 때는 늦춰가며 사건을 정리 했다. 모든 일은 화가 풀려야 이성적인 대화가 되기에 일부러 3~4일이라는 시간을 끌며 상담을 했던 것이다.
자기 아이만 소중하다는 인식으로 생기는 사건들은 설익은 과일의 떫은 맛을 느끼게 한다. 한참 동안 씻기지 않는 떫은 맛은 나의 교육관과 앞으로의 교육 방향에 많은 조언을 주는 계기가 된다.
다행히 상담을 마치고 어느정도의 시간이 되면 학부모님들은 우리를 더욱 신뢰하게 된다. 가장 중요한건 아이들의 마음이 다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모든 상담이나 문제의 해결시 아이들을 우선순위에 두고 진행한다. 이런 노력들은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무의식적으로 표현되고 학부모님들도 자연스레 느끼게 된다. 당장은 아니라도 시간이 좀 지나면 아이를 맡긴 수영장에서 잘 처리 했다는 평가를 받을 때가 많다. 그리곤 진심이 느껴지는 심심한 위로의 말을 들으며 만족한다.
<에고~~ 선생님들이 힘드시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