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머니펌프 Nov 03. 2020

번거롭지만 꼭 해야하는 것!<하나>

집밥 차려먹기


요즘은 인스턴트 음식이 썩 잘 만들어져 나온다. <썩>이라고 표현했지만 한끼 식사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외식업에 종사하지는 않지만 종종 식당 사장님들이 걱정 될 정도다.

늦은 밤 퇴근을 하면 가족들은 대부분 잠들어 있거나 하루를 보낼 준비를 마친 상태다. 옛날처럼 가장이 귀가 했다고 따뜻한 밥을 차려주지도 않을 뿐더러 바라지도 않는 것이 암묵적인 룰이 되어버렸다. 서운하지는 않다. 

많은 것을 내려 놓고 사는 것이 내 정신건강에 좋고 가정의 화목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간단하게 늦은 저녁을 챙겨먹기에 인스턴트는 부족함이 없다. 하물며 술안주도 기가막히게 나온다. 홀로 티비를 보며 간단히 차린 식사를 한다. 오롯히 나를 둘러싼 시간이 만족스럽다. 내 물건에 이름을 적은 듯 누구도 간섭하지 않고 나만 쓸 수있는 시간이다.  어제는 그 적막한 시간에 간소하게 차린 음식들을 물끄러미 내려다 보았다. 3분카레와 입이 벌어진 참치캔, 표면을 칼로자른 듯 반듯 한 햇반에 유일하게 냉장고에서 나온것은 엄마가 보내준 총각김치가 전부인 소박한(?) 밥상. 서글퍼졌다기 보다는 <정>이 빠진 밥상이 아쉬웠다. 

바쁜 도시의 일상에서 시간은 곧 돈이 되는 비싼 값으로 정의된다. 당연히 무엇을 하든 빨리해야 돈이 되는 다른 행동을 더 할 수 있다.  아침이나 점심따위는 알약하나로 끝내버리고 일에 몰입하면 좋겠다는 삭막한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한끼를 먹기위해 밥을 차리는 행동은 얼마나 귀찮은지 말이다. 

하지만 그 귀찮고 손이 많이가는 노동뒤엔 <정>이 있다. 엄마가 아들의 위해 담은 사랑이 있고 아내가 가족을 위해 담은 사랑이 있다.  부모의 곁을 떠나 자취를 해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집밥을 그리워한다. 

왜? 고기반찬이 빠진 밑반찬 뿐이라도 집밥에는 사랑이 있고 정이 있기때문이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겐 밥을 지어주지 않는다. 연애때 남자를 위해 싸는 여자의 도시락은 온갖 사랑으로 치장 되어 있다. 도저히 음식이라고 볼 수 없는 예술의 경지다.  사랑이다.  


밥상을 차리기 위한 일련의 과정들은 업무에 가깝다. 장을 봐야하고 다듬어야하고 끓여야한다. 결코 가벼운 시간이 아니다. 그렇게 한 끼 식사가 끝나면 치우는 일이 남는다. 남은 음식을 처리하고 설거지를 한다. 마지막으로 음식물쓰레기를 집밖으로 배출하면 그제야 생존을 위한 짧은(?)과정이 끝이난다.  딱 세줄로 정리했지만 

읽기만 해도 숨이 차는 경험을 한다. 밥을 차려먹는 휴일이라면 3분의1의 시간을 이렇게 소비한다. 

분명 번거롭고 효율적이지 못한 시간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바쁜 일상을 보내고 

쉬는 날이면 가족과, 연인과 장을보고 함께 밥을 차리는 낭만의 시간을 갖어야 한다. 

번거롭게 이어지는 여정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해야한다. 

3분카레를 전자렌지에 툭 던져놓고 데워질때까지 각자 핸드폰만 만지작하는 시간을 과감히 버릴 수 있어야 한다. 아끼는 사람을 위해 정성스럽게 밥을 짓는 시간들이 줄어들면서 우리는 정을 받아 넘기는 일도 줄어들었다. 전화기만 누르면 집앞까지 음식을 배달해주는 풍요로운 세상에 살고 있지만 배는 부른데 외롭고 공허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소 불편하지만 정이 들어간 밥이다. 배만 채우는 것이 아니라 외로운 영혼을 채우는 사랑이 필요하다.  


내 스스로도 번거롭고 귀찮은 일은 싫어 한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도 스마트하고 싶지 않다. 

올드한 번거로움을 자처하는 일이 많다. 그것으로 묻어나는 정과 추억이 손살 같이 달리는 시간보다 좋기때문이다.  일요일이면 한 끼정도는 꼭 집밥을 지어 먹으려한다. 주방을 서성이다가 밥을 퍼놓고 아들을 시켜 수저를 놓게 한다.  불을 두 개나 써야할 음식이면 하나는 내가 맡아서 하기도 한다. 

인생은 효율적인 것과는 다른 묵직한 무엇이 존재한다. 내 아들이 훗날 성인이 되었을 때 엄마 아빠와 함께 식사를 준비하던 추억이 떠오르고, 닭볶음탕을 먹을 때 꼭 반주를 곁들이며 국물에 밥까지 비벼서 싹싹 긁어 먹었던 아빠를 기억해 줄 것이다.  그리고 그 소소한 추억을 이어 갈 것이다. 


나는 오늘도 늦은 퇴근이라 햇반을 먹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평일은 전시상황이므로 그렇게 생존하고 넘어간다. 

어느 여유 있는 미래에는 매끼를 소박하게 지어 먹을 상상을 하며... 

 





 

 




  

작가의 이전글 내가 그냥 잠들어 버린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