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좋아하는 게 많습니다. 비 오는 날 우산을 깊게 눌러쓰고 빗소리에 묻힐 만큼만 소리 내 노래 부르기, 바람이 들어올 수 있게 살짝 창문을 열어두고 푹신한 초록색 이불 위에 누워서 벽에 걸린 파란 바다 사진 보며 멍때리기, 산책할 때 괜히 노래에 마음이 벅차서 식물들 잎사귀 만지작거리기, 고요한 새벽에 따뜻한 차 마시면서 마음을 다독이기, 길에 혼자 있는 것 같을 때 괜히 빙글빙글 돌며 걸어보기 같은 순간들을 엮고 엮다 보면 지칠 때마다 비타민처럼 한 장면씩 꺼내 나에게 먹이는 법 또한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하나만 꼽으라면 역시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입니다. 각 재료가 알맞은 방법으로 조리되어 입안 곳곳에서 터지는 쨍쨍한 감칠맛들과 그 맛들의 경계를 부드럽게 이어주는 음료(라고 쓰고 술이라 읽겠습니다)의 조화로움은 인생에서 절대 질릴 수 없는 기쁨 중 하나일 거예요. 먹는 것만큼 음식을 보는 것도 좋아합니다. 핀터레스트에서 예쁜 이미지 보기는 저만의 급성 스트레스 처방전인데요. 제 피드는 언제나 음식의 담음새와 식재료의 물성이 표현된 사진들로 가득합니다. 그 애정이 못 견딜 만큼 차오를 때는 그림으로 녹여내곤 합니다.
최근 지인의 전시에 다녀왔습니다. 저를 꼭 초대하고 싶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해준 덕분에 오랜만에 서로의 근황을 나눌 수 있었어요. 버들가지처럼 유려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의 시간과 생각을 꼭꼭 눌러낸 전시를 보면서 고요한 아침 빛 또한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나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아주 담담하고 차분하게, 한 땀 한 땀 나지막이, 그간의 시간과 생각을 말로 풀어내는 모습이었습니다. 사실 조금 반성했습니다. 스스로를 잘 알고 좋아하는 게 넘친다고 말했던 자신이, 이렇게 진심으로 나에 대한 이야기를 조곤조곤 설명한 적이 있었나? 싶어서요.
오롯한 나의 이야기를 담백하면서도 진실되게 드러내는 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우선 나와의 진솔한 대담을 깊고 넓게, 필요하다면 자주 해야 하고, 그 정리된 감각이 미처 휘발되기 전에 어떤 식으로든 붙잡아 두어야 합니다. 둥둥 떠다니는 마음을 어떤 형태로 정제시켜 밖으로 꺼내기 좋게 다듬고 가공하는 시간 또한 필연적으로 지나야 하죠.
그래서, 비교적 짧은 시간을 거쳐 거칠게 깎아내 본 마음을 여기서 여러분에게만 이야기하겠습니다.
식탁에 앉아 맛있는 음식을 먹는 순간, 입에서 느껴지는 감각은 굽이굽이 이어져 살아있다는 감각으로 완성됩니다. 결국 먹고 나면 사라질 그 음식을 영원히 붙잡고 싶은 욕심이 들어 작업을 합니다. 혀의 감각을 눈의 감각으로 이관해, 음식에 한 겹에 레이어를 더해 다시 한번 맛보고 싶은 마음을 표현합니다. 음식이야말로 그럴 가치가 있는 예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조금 더 파스타로 초점을 맞춰 보겠습니다. 페타치즈를 곁들인 파스타는 감각적입니다. 물기 있는 질감이면서도 가루처럼 바스러지는 페타치즈의 구조감은 꽤 독보적인데요. 파스타 겉면에 오소소 붙어있지만, 입안에서는 매끈하게 스며들거든요. 그대로 얹어내는 것도 좋지만 열을 가해서 끈적하게 녹이면 특유의 톡 쏘는 산미가 촉감이 된 느낌입니다. 또, 페타치즈는 토마토와 환상의 짝꿍이라 함께 요리하면 맛뿐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서로를 부각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페타와 토마토가 서로 엮어 만든 촘촘한 산미를 프루티한 화이트 와인으로 채워주면 입안에 발랄하게 꽉 차는 상큼함을 느낄 수 있어요.
그러니까, 결국은 좋아한다는 말입니다. 좋아한다는 마음을 좋아한다는 말로만 표현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마음이 들 정도로 좋아하니까, 이렇게 고르고 골라서 마음을 되새김질해 보는 거예요. 동시에 이렇게 미주알고주알 풀어내 쓰다듬는 데는 꽤나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이 쓸모없어 보이는 용기가 얼마나 소중한 마음일까요. 저는 이런 마음들이 결국에는 나를 먹여 살린다고 생각합니다.
[해당 내용은 담파스타 레터의 일부입니다. 원문은 아래에서 확인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