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담파스타

돌돌 말린 쾌락의 낫또 파스타

by 알담


면은 성적 쾌락을 충족시켜 줄 수 있다는 글을 예전에 어딘가에서 본 적 있습니다. 프로이트 이론에 따르면, 사람이 태어나고 가장 먼저 겪는 쾌락은 입과 관련되어 있다고 하는데요. 구강기라고 불리는 일정 기간 동안 입으로 세상을 탐구하며 에너지를 표출한다고 합니다. 그때의 경험은 무의식에 남아, 면을 입으로 빨아들일 때 면발이 입술을 치고 목구멍을 통해 넘어가는 과정에서 일종의 쾌락을 경험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던 관점이라 흥미롭게 읽었는데요. 아직도 이렇게 기억이 나는 걸 보면 굉장히 인상 깊긴 했던 것 같아요. 어느 정도 동의하는 부분 역시 있었고요. ‘면치기’라는 말이 하나의 단어로 자리 잡고, (과하지 않는다는 선에서) 면을 후루룩 빨아들이는 소리가 식욕을 자극하는 걸 보면 말이에요.


밥과 빵, 면 중에서 고르라면 고민 없이 면을 선택하는 타입이라 더욱 이 ‘면 쾌락 이론’에 동의하는지도 모릅니다. 짧은 면도 물론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아무래도 면은 기다란 모양이 좋아요. 화려한 색색의 빙수 중 직접 쑨 팥을 얹은 팥빙수만 고집하는 ‘순정파’처럼, 길쭉한 모양새가 동그란 입술 사이로 빨려 들어가는 면이야말로 클래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릴 때 보던 만화영화에선 커플이 파스타(가 곧 스파게티이던 시절이죠) 면 한 줄을 양 끝에서 오물오물 먹다가 빼빼로 게임처럼 얼굴을 마주하는 장면이 클리셰처럼 등장하곤 합니다. 빼빼로는 오독오독 먹어야 하지만, 파스타는 숨을 들이마셔 쭉 빨아들여야 하잖아요. 커플 사이의 긴장감을 돋우기 충분하죠.


그런 면에서 낫또 파스타는 아마 파스타 중에 가장 섹슈얼한 느낌을 주지 않나 싶습니다. 끈끈하게 묻어나는 낫또 실이 엉겨 붙은 기다란 파스타 면이라니. 글로 써 보니 더욱 묘한 느낌이 묻어나는 기분입니다.


어쩌면 괴식 같이 보이고, 이탈리아 본토 사람이 본다면 경악할 일일 수도 있겠지만, 낫또 파스타의 매력은 단지 겉모습뿐만은 아닙니다. 정말로 맛있거든요. 가끔은 밥에 올려 먹을 때보다 맛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알알이 씹히는 콩 사이사이 들어찬 고소함 끝 싸한 겨자의 풍미가 은은하게 퍼지고, 간장의 짭조름함과 낫또 실의 얽히고설킨 그 끈끈함이 파스타에 착 달라붙어 입술을 자극합니다.


위의 이유를 토대로 단언컨대 낫또 파스타는 긴 파스타 면이 어울립니다. 조금 더 세세하게 꼽아보자면 파파르델레 같은 넓적한 면 보다는 스파게티나 링귀네 같은 적당한 텐션과 쫀쫀한 두께의 파스타가 궁합이 맞아요. 낫또 실이 끊기지 않고 돌돌 잘 말려지는 느낌이랄까요.


색다른 파스타를 즐기고 싶을 때 망설이지 않고 낫또 파스타를 추천하는 이유입니다. 쌀알의 고소한 맛과는 다른 파스타의 담백함이 낫또와 정말이지 은근히 잘 어우러진다니까요. 피트향이 덜한 마일드한 일본 위스키 혹은 은은한 피노 누아와 곁들이면 분위기가 조금 더 무르익을 거예요. 동글동글한 낫또 콩과 길쭉길쭉한 파스타 면이 모여있는 모양 자체가 재밌기도 하고요. 그야말로 오감을 충족시키는 파스타라고 자신합니다.




[해당 내용은 담파스타 레터의 일부입니다. 원문은 아래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https://dampasta.stib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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