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 알알이 들어찬 도루묵구이를 친구와 나눠 먹으며 스페셜리스트(Specialist)와 제너럴리스트(Generalist) 사이의 간극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제너럴리스트는 다방면에 걸쳐 많이 아는 박학다식한 사람, 스페셜리스트는 말 그대로 전문가이죠. 이십 대 내내 이 두 단어 사이에서 방황했습니다. 철저히 제너럴리스트로 살아오면서 스페셜리스트를 동경해 왔어요.
원체 하고 싶은 것도, 좋아하는 것도 많은 사람이 현대 사회를 살아가며 불가항력으로 짧아지기만 하는 집중력을 가지고 스페셜리스트가 되기에는 그저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온갖 정보를 골라내어 하나의 결을 지닌 콘텐츠로 가공해야 하는 에디터로 커리어를 시작한 사람에게는 어쩌면 제너럴리스트가 숙명일 수도 있고요.
둘의 간극을 피부로 느끼게 된 건 매거진 에디터로 근무할 때였습니다. 직업적 특성상 인터뷰 기사를 맡을 때가 꽤 있었는데, 인터뷰이들은 그야말로 어떤 업계에서 어떤 식으로든 ‘한 끗’을 달성한 스페셜리스트인 경우가 대다수였거든요. 그들의 성취와 그 성취를 이루기까지의 과정을 제삼자의 관점에서 듣고, 정제하고, 나열하다 보면 존경심이라는 단어가 눈앞에 성큼 다가오는 느낌이었죠. 한 우물만 파면 뭐가 나와도 나오나 보다. 그런 생각을 적지 않게 했던 것 같아요.
한 분야를 집요하게 파고들 수 있는 애정과 끈기. 그리고 그걸 바탕으로 포기하지 않고 걸어온 노력이 스페셜리스트를 무엇보다 대단하게 느껴지게 했습니다. 말이 쉽지, 절대 어려운 일이란 걸 몇 번이나 겪어서 알고 있으니까요. 한 분야의 레벨 99는 되어야 전문가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는 넓고 얇게 레벨 10인 분야가 여러 개인 것 같았거든요. 이런 생각이 오랫동안 콤플렉스를 촘촘히 엮어내고 있었음에도, 하나에 집중하려고 하면 다른 분야가 눈에 밟히는 일의 연속이었어요.
그렇다고 제너럴리스트가 싫었다는 건 아니고요. 그저,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순리의 관점이랄까요. 쓸모없는 잡지식이 어쩐지 많아서 스몰토크가 어렵지 않고, 은근히 찍어 먹어본 경험이 많아서 생각이 꽤 유연하고, 이것도 저것도 해보다 보니 결국 풍성해진 제 인생을 좋아하거든요.
스페셜과 제너럴 이분법으로 나누고 싶진 않아요. 요즘에는 오히려 그 융합을 지향하고 있달까요. 제너럴리스트가 스페셜리스트면 어때요? 여러 경험을 하다 보면 하나를 선택하기 쉬워지거든요. 그렇게 제 이십대의 고민은 삼십 대의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알리오 올리오 같은 거예요. 알리오 올리오는 재료도 별거 없고, 레시피도 간단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맛 내기가 어려운 편이에요. 마늘을 고르게 익히면서도 마늘의 향을 잘 뽑아내어 파스타 면 속속들이 채워야 하거든요. 뭐든 단순하고 쉬워 보이는 게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것처럼요. 누구나 만들 수 있지만, 누구나 맛있게 만들 수는 없는 알리오 올리오를 보면 제 오랜 고민의 실마리가 담긴 느낌이에요.
최근 알리오 올리오가 당겨서 오랜만에 만들어 먹었는데요. 아주 맛있게 녹진한 알리오 올리오를 만들어 스스로를 만족시킬 자신이 없어서, 파슬리를 다져 듬뿍 올려주었어요. 파슬리 줄기를 마늘을 볶을 때 넣어 향을 더해주기도 하고요. 알리오 올리오 스페셜리스트는 아직 멀었대도, 알리오 올리오 제너럴리스트로서는 꽤 흡족한 한 접시였답니다.
[해당 내용은 담파스타 레터의 일부입니다. 원문은 아래에서 확인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