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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되어 있어 닫음이 필요할 때

행복탐구 보고서

by 까칠한 펜촉

미니홈피와 더불어 대한민국 커뮤니티 1세대이며 마이스페이스, 페이스북의 아이데이션에 영향을 미쳤던 아이러브스쿨(iloveschool). 1980년대, 1990년대 학교를 함께 다녔던 그리운 동창들을 만나게 해 준 커뮤니티이며 온라인, 인터넷이라는 네트워크의 가장 순수하고도 순기능적인 특장점이 녹아든 서비스 중 하나이다.


연락이 끊겼거나, 전화번호는 알아도 먼저 다가서기 쑥스러웠던 보고 싶었던 친구들을 그리움과 빛바랜 오랜 기억을 소환하여 집단만이 기억하고 이해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이야기로 온라인을 매개로 하여 그들이 함께 어울렸던 오프라인에 그들을 다시 이끌어내었다. 헤어져 연락이 닿지 않았던 중년이 다 된 친구 무리나 졸업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4~5년 간의 연락 단절이 있었던 비교적 젊은 친구 무리 모두에게 친구를 만나 다시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시간과 공간을 새롭게 잇는 경험을 주기도 했다.


그 시절을 넘어 약 20여 년의 시간이 지났다.

이제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도 이미 예스럽게 되어 버렸고 만남과 대화는 더욱 인스턴트 해졌다. 우리는 비록 전화번호가 바뀌어도 몇 단계의 수고로움을 거치면 과거의 친구나 인연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어떻게 지내는지 유추할 수 있는 세월의 흔적이나 부스러기를 또 찾는다. 그런데, 우리는 왜 그렇게 반갑고 소중한 친구를 20여 년 전 그때와 같은 정서와 정성으로 만나려 하지 않는가.


문득, '경험의 멸종'이란 책을 마무리하며 이런 생각(질문)이 떠올랐다.

우리는 과거보다 더 쉽게 연락하고 만날 수 있음에도 왜 만나려 하지 않는가?


여러 가지 이유와 배경이 있겠지만, 이 질문에 대해 스스로 답을 내렸다.

그것은 너무 많은 정보의 노출과 비교적 쉽고 간편한 연락 방법이 아닐는지.

관계는 특정 시간과 공간, 사건, 이벤트에 대한 공통된 경험이 매개된다. 반면에 관계의 단절은 시간, 공간, 사건, 이벤트에 얼긴 경험의 분리로 인한 정보의 간극이 생기고 다시 관계가 이어질 때 그 간극만큼의 정보가 궁금하고 교류했을 때 상호에게 유익하다면 관계는 다른 모습과 단계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데, 온라인, 인터넷에는 우리 각자의 흔적이 너무나 많다. 특히, 사진은 삶의 연대기와 최근의 상황, 인간관계를 엿볼 수 있는 창이 되어 큰 수고 없이 추측과 상상만으로도 상대의 일상을 그려낼 수 있다.


아마도... 나는 이런 정보의 과잉 노출이 그리움이나 궁금증을 희석시키지 않을지 나는 생각한다.

관계로부터 우리는 행복감을 얻는다.

유대와 연대야 말로 호모 사피엔스뿐 아니라 무리 지어 종족을 보호하고 번영시키려는 유전자의 근본적 욕구(혹은 지시) 일 것이다. 유대와 연대는 이해와 공감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가끔 고립하고 가끔 사회적으로 분리되어 스스로 자립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리고, 그 몇 가지 순간과 시간에 기존의 유대와 연대와는 다른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고 이는 종국에 처지 혹은 상황이 되기도 한다.


때론 그 처지와 상황을 가둬 놓고 싶을 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의도치 않은 실수나 제삼자에게 활용되어 노출될 수 있는 때에 우리가 살고 있는 거다.


가끔은 우리는 너무 오픈된, 열려 있는 사회에 살고 있음을 느낀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의례 인스타를 열어 보고, 카톡 프사의 사진으로 라이프 스타일을 유추한다. 보고 싶지만 선 듯 연락하기 뭣한 친구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경험으로 인해 서로를 인지하고 이해한다. 그리고, 오랜 그리움은 새로운 경험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 새로운 경험으로 이어주는 것은 어쩌면 궁금증이란 서로 간의 무지의 시간이 아닐까 생각한다.



- 까칠한 펜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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