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노트
나는 주 5.5일과 주 5일을 모두 경험한 세대다.
주 5.5일이 보편적이었던 시대에는 연인들의 데이트와 친구들의 만남은 토요일 점심시간으로 시작하여 저녁까지 이어졌고 이후 주 5일이 근로기준법에 적용되면서 데이트와 만남의 시간은 금요일 저녁 시간으로 압축되어 '불타는 금요일(불금)'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금요일은 일주일간의 업무가 종료되는 날이기에 부서제, 팀제로 운영되는 회사는 팀 주간회의, 부서 주간회의를 금요일에 진행한다. 주간회의라는 것을 절차상 혹은 형식상 진행하는 조직도 있겠으나 조직문화와 규모, 역할과 책임의 정도에 따라 구성원들에게 큰 부담이 되는 통과의례가 되기도 한다. 일 주간의 계획과 실적을 확인하고 그간의 문제점과 성과를 소급하여 팀장, 부서장의 질책과 질타, 칭찬과 격려가 오고 가며 피드백의 강도와 부서장의 관리 방식에 따라 주간회의는 가장 어렵고 힘든 시간이 된다. 불금을 보내기에 앞서 긴장감은 최고조로 오르고 상사의 피드백에 따라 각 구성원의 감정은 정화되거나 울화로 남는다. 이런 이유로 직장인들의 불금에서 첫 번째 화두는 주간회의에서 받았던 상사의 피드백이 되고 가장 편한 사람들에게 직장 생활의 울화통을 터뜨리며 위로를 받음으로서 감정은 정화된다.
주간회의가 금요일에 끝나지 않고 월요일까지 이어지는 사람들이 있다. 소위 C레벨과 임원, 실장급 이상의 보직자다. 보직자들의 주간회의는 통상 월요일 업무 첫 시간이다. 때문에 부서의 주간 실적이 좋지 않았다면 금요일에 팀장급에게 쳤던 호통 이상으로 주말 내내 감정의 소요가 크다. 그 감정은 월요일 임원 주간회의까지 이어지고 노심초사했던 문제나 이슈가 드러나 대표이사에게 질책과 질타를 받고, 말리는 시누이 같은 상대 부서장에게 위로라도 받게 되면 울화통은 터지기 직전까지 부푼다. 그래서,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불타는 월요일(불월)'이 필요하다. 지난 금요일부터 주말 내내 소요와 노심초사했던 우려, 걱정이 어쨌든 터져 불거졌고 이제는 이 '사람'들에게도 그 울화통을 터뜨릴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필요한 터다. 불월이 필요한 자들은 이들 말고도 또 있다. 직장인 엄마와 아빠들이다. "밭맬래, 애 볼래?" 하면 밭매기를 선택할 만큼 육아는 힘든 일이다. 아무리 사랑스럽고 귀한 내 자식들이지만 직장일로 지친 육신과 정신, 마음을 온전히 정화하지 못한 채로 주말 내내 아이들 육아에 치이게 되면 차라리 일하는 게 낫겠다 싶은 마음까지 들기도 한다.
불금이던, 불월이던 직장인들에겐 울화통을 함께 터뜨리고 공감하고 위로를 나눌 동료가 필요하다. 사실 가장 중요한 건 어떤 특정일이나 시간을 정한 만남보다는 일상에서 감정을 해소하고 정화하는 잦은 대화와 교류가 더 중요할는지 모른다. 오피스 프렌드들과의 연대말이다. 직장인으로, 사회인으로의 시간이 쌓이면 10년, 20년 지기보다 지금의 현상과 문제를 함께 나누고 이해할 수 있는 주변 동료가 더 중요해진다. 감정의 연대를 함께 굳건히 나눌 수 있는 우리들의 선배, 동료, 후배들을 바라보라. 그들과의 소소한 교류가 어쩌면 불금, 불월보다 더 효과적인 감정의 정화의식이 될 수 있으니.
- 까칠한 펜촉 -